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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근교 이야기

이니셜D 드라이브 투어 상편 - 토치기현 닛코 시(日光市) 이로하자카(いろは坂) 공략

by 대학맛탕 2024. 5. 30.

 

 

언제 플레이해도 변함없이 재미있는 명작


어느 가을날, 자주 점심을 같이 하는 회사 동료분과 잡담을 하다가 이니셜 D 이야기가 나와서 한참 수다를 떨었다. 군마 현(群馬県) 출신인 동료분은 한국에서 이니셜 D가 그렇게까지 인기인 줄 모르셨고, (일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자주 있는 일이다)

오래 전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센터에서 Ver.2~3을 엄청 달렸다고 이야기하는 나에게  '다음 주 쯤 차를 렌트에서 이니셜 D 드라이브 가실래요?' 하고 제안하셨다.
 
아직 일본 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아서 드라이브를 해 본 적도 없고, 군마까지 차로 간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나는 듣는 순간 'はい!!!!!'하고 느낌표 5개짜리 리액션을 했다. 드디어 아키나(秋名)와 이로하자카(いろは坂)를 실제로 달려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주는 유난히도 느리게 시간이 갔다.
 
86이 달리던 아키나의 그 도로를 이렇게 달릴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영상은 2017년 리부트된 이니셜 D ZERO

 
 
그렇다고 이런 코너링을 할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ㅋㅋ


 
그리고 토요일, 신주쿠 산쵸메(新宿三丁目)의 일본 렌터카(日本レンタカー)에서 차를 빌려 드디어 출발! 사이타마 현(埼玉県)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토치기 현 닛코 시(栃木県日光市) 에 이르렀다.

처음 들러 본 일본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딘가 정겨운 느낌에, 맛있는 메뉴도 여럿 보였다. 일본에서는 휴게소를 休憩所라 하지 않고 サービスエリア(서비스 에리어) 라고 부른다.

 
닛코 시의 카미하치이시마치(上鉢石町) 관광명소 신쿄(神橋)를 지나는 길. 완연한 가을이라 여기저기 등산객이 보였다.

 
 
동료분께서 어디를 먼저 가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나는 고민없이 이로하자카(いろは坂) 라고 대답했다. 아케이드용 이니셜 D에서 가장 많이 달린 코스이자, 내가 유일하게 정복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미쓰비시 랜서 애볼루션(三菱・ランサーエボリューション)을 몰고 나오는 토치기 현의 스도 쿄이치(須藤 京一)로, PS2로 처음 플레이했던 이니셜 D 아케이드 스테이지에서 수십 번을 도전해서 클리어했었다. 기복이 없는 차가운 스타일에, 처음으로 타쿠미를 패배시켰다는 점에서도 초반의 가장 존재감있는 라이벌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두말할 것 없는 이로하자카의 상징 코가시와 카이(小柏 カイ). 푸른색 토요타 MR2와 그 가공할만한 점프..! 의 충격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아무튼 그렇게 이로하자카를 향해 계속 나아갔다.

 
하치오지(八王子)의 타카오 산 (高尾山)까지 가기 전에는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쿄와 달리 산 넘어 산이라서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기분마저 들었다. 

 
이 날 렌트한 차는 혼다의 아~주 흔한 경차 N-BOX. 타 보면 천정이 엄청 높아서 실내가 생각보다 좁지 않게 느껴졌고, 좌석 앞에 수납공간도 커서 꽤나 쾌적했다. 이 때는 일본 렌터카(ニッポンレンタカー)에서 빌렸었는데, 등록된 주차장이면 아무데서나 앱으로 빌릴 수 있는 타임즈(タイムズ)는 경차가 없어서 도리어 불편하다.

 
이미 주변이 이니셜D의 코스를 달리고 있는 듯한 풍경이 되어 있었다.

 
빨간 색 라이벌 자동차가 업힐 진입로에서 먼저 앞으로 훅 내뺀다. 얼른 추월하지 않으면!! (망상 중)

 
그렇게 라이벌카와 체이스를 벌이다 보니 어느 새 제2이로하자카(第二いろはざか)에 진입해 있었다. 

 
내비게이션의 이 헤어핀 코스는 게임을 하면서 수백번은  봤었는데, 게임이 아니라 실제 내비게이션으로 보니 남다른 감동이 있었다. 게임에서는 필수 UI지만 이니셜 D 아케이드 스테이지를 한참 즐기던 시절은 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흔하지는 않을 때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단풍철이 시작되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차가 많아서, 게임처럼 달리기는 커녕 평균 10킬로로 거북이 운전을 해야만 했다. 

 
차가 밀리기 시작하자 여기저기 내려서 걸어올라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 상쾌한 드라이브는 할 수 없었지만, 주변 경관을 천천히 보며 갈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도로 옆 가드레일에 움푹 패인 곳이 상당히 높은 빈도로 보인다. 정말 여기서 레이스를 했던 걸까 ㄷㄷㄷ

 
 
낑낑 올라가는 업힐 코스를 지나 드디어 다운힐 코스 시작!

 
게임에서는 업힐 코스를 선택하면 다운힐 코스를 그대로 반대로 달리지만, 실제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별도의 길로 분리되어 있다. 남쪽의 제1이로하자카가 오르막, 북쪽의 제2 이로하자카가 내리막이다.

 
 
이야 이제 길이 좀 뚫리는 건가~ 하고 달렸지만 역시나 다시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뚫리는 구간이 조금씩 있어서 드라이브 감각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리막의 헤어핀 코스가 나타났다!
이 길목은 게임에서 정말 수백번은 달렸던 곳이라, 조수석에 앉아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래, 딱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꾸욱 밟고, 바깥쪽으로 살짝 꺾었다가 안쪽으로 핸들을 180도 꺾으면서 엑셀을 밟아야 한다!

 
드리프트으으으으으으으!!
..를 할 리는 없고, 거의 10킬로 수준으로 감속해서 그립 주행으로 코너링. 

 
40킬로 이하로 가는 중인데도 커브가 워낙 심해서 충분히 감속을 해 줘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함께 코너링을 하고 있었다....(..)

 
사진의 날짜를 보니 10월 28일. 10월의 마지막 주가 이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다. 이 곳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들은 참고하시기를.

 
맑고 푸른 한편으로 구름이 간건히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말 이 이상이 없는 날씨. 

 
나무가 드리워져 게임에서 달리던 그 때와 더욱 더 비슷해진 풍경의 5번째 헤어핀. 여기서 바깥쪽으로 붙어서 가속해야 한다.

 
지나치게 가속해 버렸다! 는 아니고, 모든 차들이 급격히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리가 가까워진 것.
길이 상상 이상으로 좁아서, 실제로 달려보면 여기서 가속을 하겠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헤어핀을 공략하는 관광버스. 정말 아슬아슬한 공략이라, 저 버스 기사님이 진정한 드라이버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 

 
버스 뒤를 따라서 코너를 공략하는 저 노란 스포츠카는 혹시 케이스케가 타는 마츠다 RX-7!?!? 확대해서 보니 오픈카였다. 고로 다른 차종.

 
마침 뒤따라가는 차가 빨간색이라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레이싱 게임같은 느낌이 되었다.

 
 

 
저 때는 신기해서 그저 구경하느라 어디가 어딘지 몰랐다. 사진에 남아있는 위치정보를 보고 6번째 헤어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어핀이  계속되는 구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했다.


길 자체가 관광지로, 어디서 찍어도 좋은 사진이 나온다.

 
낙엽도 좀 밟아보고.

 
아랫쪽 코너 공략중인 차들을 찍고있다 보니 


 오토바이도 한 대 와서 기념 셀카촬영을 하고 있었다. 

 

 
윗 코너에서 본 아래쪽 코너. 실제로 보면 정말 아찔하다.

 
이로하자카는 이곳 지명인 줄 알았는데,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 세이세키 사쿠라가오카(聖蹟桜ヶ丘)에서도 이 곳과 비슷한 풍경이 있었다. 게다가 그 곳도 이름이 이로하자카. 
 

함께보기>>>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 타마 지역과 지브리 스튜디오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 타마 지역과 지브리 스튜디오

2023년 2월, 쵸후 시(調布市) 이온 시네마에서 극장 최초로 ON YOUR MARK를 상영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정확히는 귀를 기울이면을 상영하면서 그 뒤에 ON YOUR MARK를 보너스 상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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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불구불 길을 통틀어 이로하자카라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일본 전체를 대상으로 いろは坂를 검색하니 야마나시 현 코슈(甲州)와 카나가와 현 후지사와(藤沢)의 두 곳까지 해서 네 곳밖에 없었다. 검색결과 역시 이로하자카 하면 닛코의 이로하자카가 쭉 나오므로, 고유명사로 생각하면 되겠다.

 
이로하자카의 가을 단풍을 만끽하며 상편은 여기에서 마무리. 나머지 여정은 하편에서 계속하겠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진다. 11월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이로하자카 는 신주쿠에서 출발할 경우 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당시에 톨비가 꽤 세서 뜨아아 했던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역시나 허허허였다. 왕복으로 치면 톨비만 만엔이 넘는 셈. 일본은 자동차 값도 싸고 기름도 싸지만 그 외의 모든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편에서는 이로하자카 후반의 점프 코스와

 

아키나의 5연속 헤어핀 코스를 공략하도록 하겠다.

 

다음글보기>>> 이니셜D 드라이브 투어 하편 - 군마현의 아카기 산(赤城山)을 넘어 타카사키 시(高崎市) 아키나 산(秋名山)까지

 

이니셜D 드라이브 투어 하편 - 군마현의 아카기 산(赤城山)을 넘어 타카사키 시(高崎市) 아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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