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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도심 이야기

니시신주쿠의 도쿄도청(東京都庁) 나들이

by 대학맛탕 2024. 5. 4.

2024 골든위크 전후반 사이에 낀 화요일, 도쿄도청(東京都庁)  전망대를 가 보기로 했다.
도쿄도청은 신주쿠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오오에도 선(大江戸線) 도쵸마에(都庁前) 역이 있긴 하지만 니시신주쿠의 마천루 풍경을 보지 않고 굳이 지하로 가는 셈이니 추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오에도 선이 분기와 순환을 동시에 하는 골때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헤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말로 설명하라 하면 못 하겠다.)
 

 
 
보통은 요도바시 카메라가 있는 서쪽 상점가를 지나서 케이오 플라자 호텔과 마천루를 보며 걸어가지만, 동행에게 다른 목적지가 있어서 미나미신주쿠에서 고슈카이도(甲州街道)를 따라 쭉 걸어갔다. 
 
신주쿠 NS빌딩이 보이면 거의 다 온 것이다.


NS가 뭘까 한참 생각하다 니시신주쿠(西新宿) 의 약자가 아닌가 하고 추측을 해 봤다. 근데 그러면 신주쿠 니시신주쿠 빌딩...(..) 이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남쪽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NS빌딩과 마주하고 있는 도쿄도청 제2청사(東京都庁二本庁舎)가 먼저 보이고, 그 뒤에 제1청사(꼭대기에 레이더 같은 것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가 보인다. 도쿄도청은 쌍둥이 빌딩같은 구조가 유명한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 이 사진에 보이는 두 기둥이 그 두 빌딩인 줄 알았다.

 
 
아래에서 2청사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에서 한 컷. 여기서 보니 2청사에서 NS빌딩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잠시 후 전혀 다른 구조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표지판을 보고 여기가 전망대구나! 싶었으나 지금 사진을 보니 여기가 아니라 옆으로 가세요라는 표지판이었다. 전망대는 북쪽의 제1청사에 있으니 기억해 두자.

 
건물 바로 앞에서는 아무리 고개를 높이 들어도 다 담기지가 않아 그냥 입구를 찍었다.

 
제2청사에서 제1청사로 이어지는 후레아이도오리(ふれあい通り) 위의 구름다리 겸 공원. 골든위크에 낀 평일이라 정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한적하고 좋았다.
 
여기보다 서쪽으로 가면 신주쿠 중앙공원(新宿中央公園)이므로 거기서 휴식을 해도 좋다. 이 공원은 탐정 진구지 사부로(探偵神宮寺三郎) 첫 작품의 배경이기도 하다.

 
전망대 입구에 이르러서야 동행이 높은 곳에 취약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확인차 물어보니 역시 전망대에는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어차피 산책길이라 산뜻하게 스킵해주고 지나가기로. 

 
전날에 전망대 관람을 알아보다 구글 지도에 '임시 휴업'이라 떠 있어서 뜨악 했는데, 북쪽 동 전망대만 휴관이고 남쪽 동은 운영 중이었다. 
 
도쿄도청 견학 안내 페이지에서 휴관일 캘린더를 pdf로 제공하니 방문 예정이 있는 여행객은 참고하시기를. 

출처:도쿄도청 전망대 안내 페이지(https://www.yokoso.metro.tokyo.lg.jp/tenbou/pdf/tenboukaishitsu2024.pdf)

 
아무튼 우리는 안 가기로 했지만, 사람도 거의 없고 관광하기에는 적기였다.

 
그리고 드디어 도달한 제1청사 건물. 
항상 전망대를 보러 들어가느라 이렇게 지긋이 본 적이 없었는데, 남쪽부터 천천히 걸어오면서 계속 눈으로 보며 걸어오니 바로 앞에 와서는 너무나 높고 웅장했다. 제2청사를 합쳐 총 공사비가 1600억엔이나 들었다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사실 이 제1청사 건물은 초등학생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는데, 바로 당시 인기 있었던 에어로 파이터즈(일본명 : 소닉 윙즈) 때문. 일본 스테이지의 보스전에서 등장하는데, 건물 중앙이 파랗게 빛나더니 거대 빔포를 쏘면서 보스가 등장한다.
 
너무 인상적인 연출이라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도쿄도청이 완공된 것이 1991년이고 이 게임이 92년에 나왔으니 당시 최고의 핫 플레이스를 그대로 게임에 사용했다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면 거대한 도민 광장과 그 뒤를 둘러싼 니시신주쿠 마천루의 뷰가 예술이다. 

도민광장을 둘러싼 구름다리가 아까 남쪽에서 바라본 구름다리였다. 직선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제1청사 정면으로 마치 콜로세움 같은 원형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곳 역시 보는 순간 떠오르는 게임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파이널 판타지 15. 
처음엔 베르서스13 파이널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다가 우여곡절을 겪고 파이널 판타지 15로 발매되었다.
 
베르서스 시절에는 정말 니시신주쿠를 완벽 재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베르서스 시절의 디렉터 노무라 테츠야(野村哲也)의 집념이 엿보이는 부분.

단순히 재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이세계로 느낄 정도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또한 일품.

 
 
2011년 PS3 베르서스 FF13으로 발표했던 트레일러. 야경의 도쿄도청을 비추며 시작하는 신주쿠 상공의 비행 신과 심리스로 이어지는 전투, 그리고 밤하늘을 나는 비행선 상에서의 전투가 압권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디렉터가 타바타 하지메(田畑端)로 교체되고, 결국에는 마지막 던전 근처 및 보스전 배경 정도로만 쓰였다. 도쿄도청의 디자인도 판타지 세계관에 맞게 여러모로 일신되었다.

 

DLC 에피소드 아덴에서는 에서는 주변을 탐색할 수 있게 재현했고

 
요도바시 카메라 본점(ヨドバシカメラ本店) 주변의 상점가까지 재현했다고 한다. 


킹덤 하츠 4에서는 신주쿠 재현의 야망(?)을 다시 시도하고 있으니 기대해 볼 만 하다.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샜다. 사진으로만 설명해서 엄청 복잡해 보이지만, 도쿄도청 중심으로 보면 2청사 -- 1청사와 도민광장으로 된 간단한 구조. 

 
그렇게 제1청사 앞에서 쉬기도 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를 반복하다가 위쪽으로 올라왔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이 보인다. 니시신주쿠의 마천루 거리는 단순히 높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각기 분위기가 있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일본 부동산의 두 큰손 미쓰이(三井)와 노무라(野村)의 빌딩이 마주보는 교차로도 이색적. 아예 원형의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고 거기에 신호등을 달아 놓았다. 이런 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보는 데에 도보로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 정도. 도쿄 여행을 온다면 전망대와 함께 둘러보시기를 권한다.
 


신주쿠에서 위스키가 가장 싼 야마야 (酒やまや)

동행의 목적지는 고슈카이도 변에 있는 대형 주류판매점 야마야(やまや). 규모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동행의 말로는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고 하니 위스키 애호가 분들은 한 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구경만 하고 넘어갈 예정이라 먼저 들렀지만, 술을 사버리면 이동에 큰 제약이 따르니 구매의사가 있는 분들에게는 케이오 플라자 호텔 쪽으로 가서 먼저 제1청사를 보고, 제2청사 쪽으로 내려오며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야마야는 신주쿠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에 갈 수 있다. 구글 지도에서 그냥 신주쿠 역부터 찾으면 300미터 앞의 출구부터 경로를 알려주는데, 그 출구를 찾는 것이 험난하니 가부키쵸에서 가는 경로를 실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