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쿄 이야기/└ 도쿄 근교 이야기

이니셜D 드라이브 투어 하편 - 군마현의 아카기 산(赤城山)을 넘어 타카사키 시(高崎市) 아키나 산(秋名山)까지

by 대학맛탕 2024. 6. 4.

 
이전글보기<<< 이니셜D 드라이브 투어 상편 - 토치기현 닛코 시(日光市) 이로하자카(いろは坂) 공략

이로하자카의 승부처, 점프 코스 공략

본격적인 후반 코스공략 시작. 게임에서 달릴 때도 최고의 집중도가 요구되는 그 코너가 멀리 보인다.

 
코너 끝 가드레일이 없는, 점프 시작구간. 여기서 가드레일을 지나기 전에 미리 꺾어두면 저 풀 위로 자동차가 달리며 점프!

애니메이션에서 카이가 역방향으로 꺾어 액셀을 밟는 그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다음 점프를 위한 준비 코너.


여기가 승부처로, 쇼부다! 하고 외치며 핸들을 꺾고싶어지는 코너. 바닥에 즐비한 브레이크 자국이 그 기분을 더한다.

 
온 길을 올려다보니 낙차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러니 86 위로 MR2가 점프할 만도 하다. (아니야)

 
점점 더 급해지는 경사

 
정지사진만 보면 레이싱 장면과 꽤 비슷하다. 앞에 CPU 자동차 브레이크등 들어와있는 것도 리얼하고.

 
바닥에 남아있는 타이어 자국을 보면 쌩쌩 달리다가 브레이크 꽉 밟는 레이서들이 아직도 있지 싶다. 밤에는 무서워서 못 올 듯.

 
골 직전의 최후반부 코너. 게임에서는 여기서 추월하지 못하면 사실상 역전하기 힘들다.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급기야 도랑타기 시전! 


도랑타기는 이니셜 D 에서 주인공 후지와라 타쿠미(藤原拓海)가 사용하는 필살 테크닉으로, 코스 안쪽의 도랑에 타이어를 걸고 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랑타기이니 원문이 溝乗り (みぞのり) 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溝落とし(みぞおとし)다. 타이어를 도랑에 떨어뜨린다는 의미로, 타이어를 걸치고 돈다는 의미에서는 같으니 도랑타기는 적절한 번역이라 할 수 있겠다. 
 
저 오토바이는 바깥쪽으로 가고 있으니 溝落とし는 아니지만, 어쨌든 도랑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溝乗り를 하고 있는 셈. 

코너링 중. 여기는 점프 되는 곳으로 착각하여 미리 핸들을 꺾었다가, 역주행해서 패배하곤 했던 코너였다.

 
마지막 코너를 공략한 뒤 드디어 게임에서의 골인 지점이 나왔다. (아래 영상 터널과 자리를 지난 직후. 30초 정도.)

대략 15년 간을 멈춰서기만 하던 곳을 통과하는 그 감동은, 마치 가상 세계에서 현실로 뚫고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카기 산(赤城山)  코스 공략

이로하자카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아키나 산(秋名山)으로 향했다. 토치기 현 닛코 시(日光市)에서 군마 현 다카사키 시(高崎市)를 가로지르는 이 코스는 115킬로.

모두 산등성이 도로인 탓에 구글 지도 기준으로는 2시간 43분이 소요된다. 이니셜 D의 레이싱 팀들은 원정을 떠나는 데에도 상당한 운전을 했던 것이다.
 

 

이니셜D의 인기 캐릭터 타카하시 료스케(高橋涼介)와 타카하시 케이스케(高橋 啓介)가 이끄는 아카기 레드 선즈(赤城RedSuns)의 홈 그라운드이기도 하다. 산 정상 주변에 이렇게 곱창밴드같은 길이 많으니 홈 그라운드로 삼을 만도 하다. 

 

 

이로하자카에서 남쪽으로 40킬로 정도 내려오면 있는 쿠사기 호(草木湖). 1967년 쿠사기 댐 공사에 착수했지만 230가구가 수몰 대상이 되어 반대운동이 치열했다고 한다. 결국 1973년에 교섭이 타결되어 1977년 운용을 개시했다고. 

 

 

아카기 산으로 올라가는 길. 

 

 

위의 사진이 찍힌 곳을 구글 포토에서 보니 아카기 산 정상까지 근처까지 가 있었다. 아카기는 딱 여기다 할 코스를 공략한 것이 아니라서 사진을 이것 뿐이지만 이 날 정말 주요 코스를 다 찍으려고 작정을 했었나 보다.

 

 

 지인의 제보에 따르면 이 코스가 아케이드용 게임의 아카기 산 코스라고 한다. 위 사진 찍은 위치에서 아카기 산 정상을 끼고 도는 코스이니 아마도 여기가 맞을 듯. 

 

 

 

아카기 산의 사진이 거의 없으니 게임으로 아카기 산 공략을 대신 풀어놓아 보자.

이니셜 D 아케이드 스테이지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것은 한 번 차이가 벌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Ver.2였다. 그 다음에 나온 Ver.3는 쫓기는 측의 부스터가 강화되어 백미러 보고 미친듯이 견제를 하는 식으로 플레이가 바뀌었다. 코너에서 압도한 뒤에도 추월당할까봐 계속 겐세이를 해야 하는 플레이가 좀 질려서 이후에는 가끔씩 게임센터에서 볼 때 하는 정도로 끝났다.

 

2017년 일본에 막 왔을 때, 마침 그 간의 여러 버전을 리부트한 이니셜 D ZERO가 가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그래픽도 최신 퀄리티인 데다 온라인 대전도 지원해서 (아마 이전 버전부터 있었겠지만) 점심시간엔 요요기 역 옆의 클럽 세가, 퇴근길에는 신주쿠 니시구치 클럽 세가에서 달리곤 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자신의 팀 소속의 게임센터를 등록할 수 있다. 마침 하치오지에 나들이를 갔던 때라 게임 플라자 센트럴 하지오지점(ゲームプラザセントラル八王子店)을 등록. 2024년 현재 하치오지 역 주변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게임센터다.

 

두근두근 매칭 타임..

 

오다큐 메트로폴리스 팀의 テスタ라는 라이벌이 등장했다! 대전을 신청한 플레이어가 코스를 고르는 시스템이고, 상대는 아카기 다운힐 낮을 골랐다. 아카기 산... 몰라..모른다고!

 

졌다.. 리벤지 매치 대기시간 내에 동전을 넣으면 같은 상대에게 대전신청을 할 수 있다. 케이스케가 100엔 넣으라고 부채질하는 대사를 하고.. 그래. 익숙한 패턴이다. 100엔을 넣고 이로하자카를 골라서 이기면 되는 거다.

이로하자카 무패 그 이외의 코스 전패의 남자. 그게 바로 나다!

 

하지만 정작 저 라이벌은 가버렸고, 싱겁게 CPU에게 이긴 시점에서  히로시마 현(広島県)의 새로운 상대가 매칭을 걸어왔다. 이로하자카를 고르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했으나 또 아카기 다운힐을 골랐다. 아카기 모른다고...ㅠㅜ

레이스 BGM은 꾸준히 Gamble Rumble로 해 준다.

 

아까 전 아카기의 경험이 생겨서인지 이겼다! 2연승 보너스 획득. CPU의 승리 후 대인전을 승리해도 보너스를 준다. 지금 알았는데 이 때가 대인전 첫 승이었다 ㅠㅜ

 

 상대가 리벤지를 걸지 않고 끝내면 료스케가 근성 없는 상대라고 거들어준다. 후후후후 기분 좋다.

 

 팀 포인트와 드라이버 포인트 획득. 싱글 플레이나 AI상대와의 배틀에서도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자량을 개조하는 데 사용된다.

 

오사카 부(大阪府)의 라이벌이 난입. 제발 이로하자카를 골라줘...

 

 어려워서 거의 해 본 적 없는 우스이를 골랐다. 게다가 19승 으어어..

 

그래도 레이싱 시작 시 때의 이 설레임은 언제나 두근두근.

그 뒤에 사진이 딱히 없는 걸 보니 깔끔하게 졌나 보다 헤헤..

 

 

 뿅!  다시 현실로 귀환.

산을 내려와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하고 

 

슬슬 졸려지기 시작할 무렵 조금은 번화한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 보니 온천가가 있었다. 군마 쪽으로 철도를 타고 온천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그 때 들었던 키누가와 온천(鬼怒川温泉)인가? 했는데 키누가와 온천은 도리어 이로하자카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있었다. 아사쿠사(浅草) 역에서 출발하는 유료 특급이 있어서 그 쪽이 발달한 모양.

 

이 곳은 군마 현 시부카와 시(渋川市)의 온천가로, 거리는 가깝지만 쇼난 신주쿠라인(湘南新宿ライン)을 타고 두 번을 더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철보다는 자동차로 오는 것이 좋을 듯. 

 

본 블로그에서는 도쿄 서부의 나들이 코스와 맛집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도쿄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핫쵸나와테의 1인 야키니쿠 츠루야(つるや)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이나다츠츠미의 마늘 안창살 쥬엔(寿苑)

도쿄도 이타바시구 이타바시의 야키니쿠 곱창 야마겐(山原)

 

도쿄 서부 나들이 코스

도쿄도 무사시노 시(武蔵野市) 에도 도쿄 건축정원 - 봄

도쿄도 이나기 시(稲城市) 자전거 산책

도쿄도 후츄 시(府中市)의 도쿄 경마장 나들이① - 경마장 가는 길

후츄~코가네이 시 나들이 상편 - 타마 레이엔(多磨霊園)과 노가와(野川)
도쿄도 오쿠타마마치(奥多摩町) 나들이 상편 - 오쿠타마 공업 히카와 공장과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

도쿄 서부 서브컬처 스폿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 타마 지역과 지브리 스튜디오

페르소나 5의 성지, 도쿄도 세타가야구 산겐자야(三軒茶屋)

타마 뉴타운 서부 지구의 미나미오오사와(南大沢) - 서쪽 편

스코프독, 도쿄도 이나기 시(稲城市)에 서다.

 

도쿄 근교여행

가와구치 호(河口湖)에서 보는 후지산 풍경

요코하마 용과 같이 7 투어! 상편 - 노게쵸(野毛町)의 스낵바 거리

 

도쿄 서부 맛집 - 라멘

도쿄도 쵸후 시 키쿠노다이(菊野台)의 하카타 라멘 슈카(秀華)

도쿄도 쵸후 시 츠츠지가오카(つつじが丘)의 시바사키테이(柴崎亭)

도쿄도 쵸후 시 고쿠료쵸(国領町)의 이시카와야(いしかわや)

도쿄도 하치오지 시 미나미신초(南新町)의 짜파게티 라멘, 중화요리 치토세(ちとせ)

도쿄도 스기나미 구 카미오기(上荻)의 하루키야(春木屋) 오기쿠보 본점


도쿄 서부 맛집 - 이자카야

이자카야 방랑기① - 도쿄도 하무라 시 오자쿠다이(小作台)의 분부쿠(ぶんぶく)

이자카야 방랑기② - 도쿄도 후츄 시 미야니시쵸(宮西町)의 오오사다(大定)

이자카야 방랑기③ - 도쿄도 쵸후 시 후다(布田)의 모츠야키 이시이(い志井) 본점

 

후지와라 두부점의 아키나 코스 공략

한참을 달려 해지기 전 아슬아슬하게 아키나 호(秋名湖)에 도착!

 

그런데 한자가 아키나가 아니라 하루나(榛名)다!? 어 왜 아키나가 아니죠? 라고 물으니 그제서야 동료분이 쿡쿡 웃으며 후지와라 두부점이 있는 아키나는 가상의 지명이고, 실제로는 하루나라고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런 거였구나..

 
해질녘의 하루나 호.

 
일요일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오리보트는 이미 영업이 끝난 뒤였다. 여기 로프웨이도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스포츠카를 몰고와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이 때는 아직 한국 면허를 바꿔놓지 않아서 무면허인 주제에 마치 레이서인 것마냥 다른 차들을 배경으로 한 컷 찍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키나 산 질주!

밤이라서 차도 얼마 없었고, 이로하자카와 달리 직선주로가 꽤 있는 편이라 좀 달리는 맛이 났다. 

 
코스 마지막의 승부처 5연속 헤어핀!

그러나 여기에는 의외의 함정이 있었다. 과속하지 못하도록 길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의 그런 질주는 실제로는 불가능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한편, 가드레일에 푹 패인 자국을 보면 오죽하면 이랬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나 호에서 마지막의 5연속 헤어핀에 이르는 구간 경로. 

 

 

골 직전에 5연속 헤어핀을 확인할 수 있다. 

 

 

실물 86을 볼 수 있는 이니셜 D 카페

5연속 헤어핀을 지나 그대로 한참 직진하면 D'z Racing Cafe Garage라는 이니셜 D 카페가 나온다. 
입구에 팬더 컬러의 86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타쿠미가 두부를 배달하던 토요타 스프린터 트레노 86은 팬더가 아닌 모델도 360만엔 수준에 중고차가 거래되고 있었다. 팬더 컬러는 부르는게 값이고, 85나 레빈 같은 다른 차에 팬더 도색을 해서 파는 경우도 많다.

출처:야후옥션(https://page.auctions.yahoo.co.jp/jp/auction/b1121086174)

 
카페 안에는 딱 취향저격을 하듯 다양한 이니셜D 관련 물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 보니 가운데에 화이트 베이스도 있다.

 

구경도 구경이지만 사실은 이미 녹초가 되어있던 탓에 간단한 식사를 하며 푹 쉬었다.

 
이미 어두컴컴한 밤. 도쿄까지 돌아오는 데에는 다시 2시간이 걸렸다.

일본에 와서 경험한 잊을 수 없는 추억 중의 하나로 남아있는 이니셜 D 드라이브 코스.

언젠가 다시한번 가고 싶다. 렌터카 말고 내 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