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네마네 하며 쭉 흐린 날씨였다가 간만에 날이 개서 시모키타자와에 나가보기로 했다. 코로나 전에 가보고 처음이니 적어도 5년은 지난 것 같다. 시간을 말해 주듯, 시모키타자와는 항상 역 주변부터 '공사중' 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정비가 어느정도 됐는지 탁 트인 느낌이 되었다.
조금만 나가면 또 시장바닥 같기도 하고, 항상 거리가 분주한 느낌이다.
최근에야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ぼっち・ざ・ろっく)을 다 봤다. 주인공 고토 히토리(後藤ひとり)의 초 내향성 찌질함의 표현이 아주 탁월해서 넋을 놓고 봤더랬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고 라이브 신이 상당히 좋았고, 그 라이브를 한 곳이 시모키타라고 하길래 한 번 구경이나 해보고자 나섰다.
일단 지도를 펴서 라이브하우스 SHELTER가 있는 곳으로 향해 보는데.. 가만 여기 이렇게 오샤레한 곳이 있었나?
처음에는 왼쪽의 샵들에 눈이 갔지만, 맛있는 냄새가 나서 곧장 오른쪽의 세계식당가로 가 보았다.
한국식당 한우리!
분식 페어! 전부 980엔이라니 관심이 생겼다. 냉면도 맛있게 생겼고.
고가철도 및 상가에는 한국식당 말고도 외국요리 전문식당이 죽 늘어서 있었다. 살짝 배가 고팠지만 목적지가 있으므로 일단 스킵.
..이라고 해놓고 통로 끝의 츠타야에 들어가고 말았다.
동네의 츠타야는 점점 없어지고, T포인트도 V포인트로 통합되어 가는 요즘 츠타야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하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도내의 럭셔리한 편집샵은 어디나 잘 되는 듯 하다.
최애의 아이(推しの子)가 최종장에 돌입했다고 대대적으로 DP해 놓고 있었다. 3층에 만화책 코너가 별도로 있다고.
여긴 만화책 코너도 이리 세련되게 해 놓는구나 싶었다.
서점 한 켠에는 공유 업무 스페이스도 마련하고 있었다.
음료 무제한이니 카페 대신 있을만...하기도 하겠지만 맘놓고 있을 가격은 아니었다.
만화책 서가 한 켠에서는 어떤 일러스트레이터의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봇치 더 락의 성지인 만큼 따로 DP해놓기도 했다.
이번 기 신작애니 중 하나인 라멘 아카네코(ラーメン赤猫). 구경은 많이 했지만 요거 한 권 샀다.
다시 1층으로 와서 조금 더 둘러보기로.
여기도 뭔가 공유 라운지가 있는데, 3층의 그거랑 비슷한 걸까? 금방 나갈 거라서 설명을 자세히 안 봤다.
한 켠에는 자그만 편집샵도 있었다.
서가 중 하나에는 페미니즘과 LGBTQ+ 코너도 있었다.
어딘가의 서가 위쪽에 전시되어 있어 펼쳐본 포카리 스웨트 사진집. 들춰보니 생각보다 사진이 별로라 다시 내려놓았다.
다시 나와서 아까 내 눈길을 끈 그 거리. 왼쪽 건물은 오래된 맨션 같은데, 살고 있는 맨션 1층에 이렇게 예쁜 가게들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까?
목적지로 다시 향하니 무슨 공연장스러운 곳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록음악은 아니고 연극 같은 극장도 길 양쪽에 있는데, 이 더운 날씨에도 꽤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목적지는 위의 소극장 옆의 샛길로 걸어들어가야 있었다.
그 사이에 있던 샛길의 가게.
마침내 결속 밴드가 공연하는 STARRY. 아니 SHELTER 도착.
워낙 성지순례를 많이 오다보니 이 계단 입구에 이 봉 이상 들어오지 마시오 하고 굳게 쓰여져 있었다. 그래서 들어가진 않고 팔만 뻗어 인증샷을 남겼다.
스폿 찍고 그 김에 동네 한바쿠 돌자 하려던 거였던지라 사뿐하게 도로 뒤돌아서 나섰다.
이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여기도 탁 트이고 이쁘다.
건물이 참 이쁘다~ 하며
입간판만 살펴 봄. 한 번 쉬어가기 좋을 것 같다.
음악의 거리인 만큼 녹음 스튜디오도 여기저기 보였다.
슬슬 배가 고파서 뭐 좀 먹으러 본격적으로 골목길 돌입.
간판도 없는 수입 장난감 전문점.
요코하마 이에케 라멘이 500엔!
하지만 모처럼의 외출한 한 끼 턴을 자주 먹는 요코하마 이에케에 쓸 수는 없어 일단 스킵.
빙글빙글 돌다보니 다시 역 앞 광장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프다!!
라고 하면서 또 칼디 커피(CALDI COFFEE) 에 들어와버리고 말았다. 신기한 식재료나 간식이 많아서 보면 일단 들어가보는데,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신기한 양념을 봤다. 물회를 일본에 그대로 전파하려 하다니 대단한 용기인 듯. 단, 잘 안팔렸는지 이미 할인 들어가고 있었다.
국뽕 한사발 들이키고,
이번엔 헌옷 가게에 정신이 팔려서 한 번 들어가봤다.
구 마벨 티셔츠 조금 탐났지만 내려놓고
그래도 여기 왔는데 하며 여름 티셔츠를 한 장 샀다. 배는 고픈데 짐만 자꾸 늘어난다...!
요시노야? 아니야 지금 그럴 때가 아냐.. 하면서 내부를 보니 시모키타는 요시노야도 무슨 카페처럼 세련되게 꾸며놨다.
함께보기>>> 규동을 먹는다면 요시노야(吉野家) 네기타마 규동!
또다른 중고 옷가게들.
도쿄 서부지역에 체인점이 여럿 있는 오사카 야키니쿠 호르몬 체인 후타고. 맛있겠지만 지금 이 더위에 혼자 갈 곳은 아니었다.
결국 우연한 맛집 찾기를 포기하고 스시를 검색 때리니 도쿄 전지역에 있는 체인 겐로쿠 스시(元禄寿司)가 있었다. 살았다!
'우리 스시는 스시 장인이 만든다. ' 네 알겠습니다 ㅋㅋㅋ
안정감있는 맛.
이 날 가장 맛있었던 마구로 아카미.
그렇게 시모키타자의 낮시간 나들이는 끝났다.
다시 카페에 가서 책을 보고,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서 나만의 이자카야 방랑기를 갔는데.. 그건 다음 포스팅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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