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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근교 이야기

사잔 올스타즈의 고향 치가사키(茅ヶ崎) 해변과 히라츠카(平塚) 주변 이자카야

by 대학맛탕 2024. 6. 23.

 

지난글보기<<< 카나가와현 치가사키시 신에이쵸(新栄町)의 헌책방 U-BOOKS

치카사키 해변 나들이

 
그렇게 간단한 나들이를 마치고 역 앞으로 와서 치가사키 해변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해변으로 가는 도로는 낙엽송이 심어저 있어서 강릉 국도를 달리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기억 속의 심연에 있던 낙엽송이란 단어를 나도 모르게 꺼내들었지만 정확한 의미가 떠오르지 않아 찾아보니 원산지가 일본 혼슈라고 한다. 괜히 기시감이 들었던 게 아니었던 셈.

 

 

 

치가사키 해변 도착. 사진만 봐도 가슴이 청량해진다.

 
곧 여름이 오니 조금만 기다리면 갈 수 있다.

 
이 날은 수영할 준비를 하고 간 건 아니라서 그저 나들이만 했다. 하늘과 구름이 너무 예뻐서 충분히 즐거웠다.

 
해변에 있는 바다의 집(海の家, うみのいえ). 이 곳의 이름은 아니고, 일본에서는 해변에 있는 샤워장과 등등을 구비한 점포를 통틀어 바다의 집이라고 부른다. 바다의 집을 실컷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침략!이카무스메(侵略!イカ娘)의 작가 이름이 海の家れもん인 것도 어딘가 이해가 된다.

 
2018년에 에노시마 해변을 가 보고 놀랐던 것이, 이 바다의 집 시설이 대부분 너무 낡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매년 가던 주문진 해변은 주황색 포장마차 천막에 트럭 타이어에서 뺀 고무 튜브였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공중화장실도 깨끗해지고, 2010년대 부터는 서퍼가 모이는 곳이면 멋드러진 카페나 바가 많은데 여기는 왜인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저 멀리 에노시마(江ノ島)의 등대가 보인다. 

 
뒷편에는 단촐한 리조트와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 집들이 보였다. 여기는 약간 그리스 풍으로 지은 것 같기도 하다.

 
서던 비치 치카사키(サザンビーチ茅ヶ崎). 왕년에 J-POP좀 들으셨다면 아실, 사잔 올스타즈(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의 보컬 쿠와타 케이스케(桑田佳祐)의 고향이 바로 여기다. 

 
작년에는 데뷔 45주년을 맞아 치가사키에서 4일 간 라이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해변가가 완전히 사람으로 꽉 들어찬 진풍경을 볼수 있다. 

출처:넷플릭스 Watch 서던 올 스타즈: 치가사키 라이브 2023 정보 페이지(https://www.netflix.com/jp/title/81754670)

 

한국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기 바란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754670

 

서던 올 스타즈: 치가사키 라이브 2023 | 넷플릭스

데뷔 45주년을 맞은 인기 록밴드 '서던 올 스타즈'가 보컬 쿠와타 케이스케의 고향 치가사키에서 4일 동안 콘서트를 연다.

www.netflix.com

 
 

나중에 해수욕하러 올 때 참고하려고 이용수칙도 담아뒀다.


 
 

치가사키 역 주변

 

버스를 타고 치가사키 역으로 돌아왔다.

 

역 북쪽 광장 풍경. 약속이 저녁이라 역 주변을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역사 앞의 로컬 라멘집. 300엔이라니 이건 일본에서 본 라멘 최저가를 경신했다. 다만 그 외의 라멘은 외곽의 싼 라멘집 표준 정도. 신경쓰였지만 곧 약속이 있기에 스킵했다.

 

 

타마 지역에도 여러 지점이 있는 쿠츠로기노 사토(くつろぎの里) 在や. 

 

在や는 쵸후에서 케이오 사가미하라선 역에 걸쳐 여러 지점이 있는 이자카야로, 흰색의 둥글둥글한 폰트가 인상적이다. 기억이 조금 어렴풋하지만 시즈오카 현 하마마츠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在や를 어떻게 읽는지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5분 이상 소요되었으므로 일단 넘어가고 찾으면 수정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넘어가지 못하고 신경쓰여서 결국 찾았다. 

한자가 在가 아니라 庄였다. 이나카야(庄や) 였던 것. 僕ってバカだな

 

이나카야는 전국에 122곳의 점포가 있고, 모회사 타이쇼 그룹(大庄グループ)은 이나카야 말고도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창업 50년의 외식업체였다. 다만 이나카야는 경험 상 지점마다 퀄리티가 좀 들쭉날쭉했던 기억이 있다. 잘 아시는 분은 덧글로 좀 알려주시기를.

 

 

동네 한 바퀴. 마치다 시(町田市)나 하치오지 시 (八王子市)의 비슷한 밀도의 동네 풍경이다.

 

무라사키 스포츠가 여기에도 있었다. 의외로 큰 것 같아 궁금해졌지만 이나카야에 많은 시간을 썼으니 넘어가겠다.

 

여기도 오래된 주택 사이에 간간히 맨션이 있는, 비슷한 느낌.

 

동쪽은 상가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금방 역으로 되돌아왔다. 

 

 

다시한번 가 보고 싶은 히라츠카 역 주변

약속이 있던 히라츠카 역은 치가사키 역에서 도카이도 본선(東海道本線)으로 한 정거장이다. 도카이도 본센은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메인이 되는 노선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노시마(江ノ島)에서 가마쿠라로 가는 반대 방향이라고 보면 된다.

 

 

도중에 바다로 통하는 큰 강을 건너게 된다. 이 물에서는 짠 맛이 날까?

 

 

히라츠카 역 풍경. 치가사키 역보다 좀 더 번화한 느낌이었다. 

 

UMEYA라는 상가는 처음 보는데, 폰트가 LUMINE랑 비슷하니 JR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디를 가나 돋보이는 푸른색 가라오케관(カラオケ館)의 간판도 보인다. 오른쪽에 아~주 조그맣게 하치오지의 명물 미야코만쥬(都まんじゅう) 간판도 보인다.

 

상가를 걸어가자마자 홋카이도 라멘과 야키니쿠!?

라멘과 야키니쿠 조합이라니 이거 엄청 끌린다. 게다가 저 가격표에 저 분위기.. 이건 무조건 맛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안쪽에 홉삐(ホッピー) 간판도 보이고. 도산무스메(どさん娘)를 찾아보니 1968년 창업한 체인점이라고 하는데, 그때 그 스타일을 고집하는 듯. 

 

상점가 풍경. 여기는 도쿄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좀 오래된 외곽 분위기이면서, 한편으로는 교토 상가처럼 조금 세련된 느낌도 든다.

 

슬슬 해가 저물면서 가게들 간판이 켜지기 시작. 

 

역 쪽으로 돌아와서 간판을 보니 역시 도쿄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면서 엄청난 규모의 역사 쇼핑몰 LUSCA가 보였다. 뒤에 보이는 피렌체식 지붕도 역사 건물일까? 

 

 

 

저녁이 되고 드디어 약속했던 분들을 만나 1차 사케 골라마시는 이자카야. 이렇게 여러 술을 비교하며 마시는 것을 일본어로 노미쿠라베(飲み比べ) 라고 한다. 이런 곳 좀 자주 가 보고 싶은데 아는 데가 아직 없다. 

 

술이 들어가니 안주는 죄다 호르몬(ホルモン, 곱창)으로! 이건 아마도 호르몬 미소야끼.

 

또다른 안주는 모츠나베. 모츠나베 하면 대부분 대창을 쓰는데 돼지 호르몬을 쓰는 곳은 처음 봤다. 대창은 기름이 너무 많아서 되려 이런 곳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처음 고른 것은 니가타 현(新潟県)의 카게토라(景虎) 가라쿠치(辛口). 니가타 현 입력할 때 항상 にがた라고 해서 틀린다. にいがた로 입력해야 한다.

 

1847년에 창업한 코시노카게토라(越乃景虎)는 준마이 다이긴죠 등 다양한 라인업이 있었다.

출처: 코시노카게토라 상품 제품소개 페이지(http://www.morohashi-shuzo.co.jp/products_list.html)

 

그 다음으로 추천해주신 것은 같은 니가타 현의 에치고츠루메(越後鶴亀) 

 

사실 2년 전이라 맛이 잘 기억이 안 나므로 제품 페이지의 소개문으로 대체한다.

'풍부하게 퍼지는 향, 쌀의 감칠맛이 깃든 깊은 향의 풍미'

출처: 에치고츠루카메 제품소개 페이지 (https://www.echigotsurukame.com/%E5%95%86%E5%93%81%E7%B4%B9%E4%BB%8B)

 

세 번째는 아키타 현의 유키노보우샤(雪の茅舎) 야마하이준마이(山廃純米). 야마하이(山廃)는 니혼슈를 만들 때 쌀이 잘 발효되도록 으깨는 야마오로시(山卸)공법을 폐지했다는 의미로, 좀 더 감칠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질리지 않는 퀄리티로 적절한 산미가 있고 데워마셔도 맛있는 준마이주.'

출처: 유키노보우샤 제품소개 페이지(https://www.yukinobosha.jp/products/)

 

니혼슈도 너무 맛있고 이야기도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얼마나 즐거웠냐면 이렇게 사진을 안 찍고 못 배기는 내가 2차 사진을 하나도 찍지 않을 정도니 말 다했다. 

이렇게 서버에서 레몬사와를 무제한으로 따라마실수 있는 야키니쿠였던 것으로 희미하게나마 기억한다.

 

 

↑여기는 요코하마 이세자키쵸(伊勢佐木町)의 도쿄 라무스토리(東京ラムストーリー).

함께보기>>> 요코하마 용과 같이 7 투어! 하편 - 이세자키 몰과 코리아타운

 

요코하마 용과 같이 7 투어! 하편 - 이세자키 몰과 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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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ucy.tistory.com

 

 

 

마무리로 히라츠가 역 앞의 라멘집 라오샹(老郷, ラオシャン) 본점. 이 때는 워낙 거나하게 취해서 '으아 시원하다~!' 말고는 기억이 희미한데, 지금 보니 하치오지 라멘 스타일로 잘게 썬 양파가 잔뜩 올려져 있는데 국물은 맑고, 미역 토핑에 중국식 소스를 얹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스타일이다. 다 좋았지만 이것 때문이라도 치가사키를 한 번 다시 가야 하겠는데 으음..

 

면은 또 잘 하는 국수집 같은 면이네. 으음 더욱 신경쓰인다.

 

라멘을 먹은 사진이 하나 더 있어서 헐 설마 내가 라멘을 한번 더 먹은 건가!?!? 하고 내 자신이 무서워졌지만 다행히 다른 날 사가미하라에서 먹은 하카타 나가하마 라멘이었다. 

 

폴더에 같이 들어가신 김에 사진도 함께 올려본다. 지금 보니 여기도 양파가 꽤 들어가 있다. 하치오지 근처라 그런가..

 

 

이렇게 쇼난 지역의 또다른 즐거움, 치가사키와 히라츠카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내리자마자 관광지 느낌이 강하고 바다에서 놀지 않으면 손해보는 듯한 에노시마와는 또 다르게 가볍게 바다를 보고 나들이한 뒤 맛집이 쭉 늘어선 역 주변을 도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 될 수 있으니 한 번 들러보시기를 권한다.

 

좀 있으면 슬슬 2년이 되어가니 다시 갈 때가 되었다. 올 여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