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타고 떠나는 낚시 나들이
아직은 조금 쌀쌀했던 3월의 셋째 주, 예전부터 한 번 가고자 했던 지인 분의 테슬라 시승길에 드디어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야마나시까지 가자니 너무 멀기도 해서 목적지는 오쿠타마마치(奥多摩町) 로 정했다. 산 속 계곡 낚시터에 간다는 말에 더 설레었다.
시티팝의 대부 오오타키 에이키치(大滝詠一)가 태어나 일생을 보내며 곡을 만들었다는, 훗사 시(福生市)를 지나면서 본 게임센터. 이제는 SEGA가 아니라 GiGO가 더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적응은 됐다.
오우메 가도(青梅街道)를 쭉 달려서 오우메선 고리(古里)역 근처.
계속해서 오우메 가도. 오른쪽에 보이는 철길을 통해 오우메 선 (青梅線) 이 종점 오쿠타마(奥多摩) 역까지 이어진다.
멀리 산이 보이기 시작.
오우메 가도는 산길이지만 비탈이 거의 없이 평평하다.
오쿠타마 (奥多摩) 역. 항상 오우메선 열차를 타고 산 속의 풀숲을 헤치고 왔었는데, 차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주변엔 온천가도 많고 여기까지 오우메 선 열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풍경이 아주 절경이니 한 번 들러보시기를 권한다.
함께보기>>> 2017.08.06 도쿄도 하무라 시 오자쿠의 게임샵 PAO
낚시터 입구 도착.
오쿠타마 지역에는 등산 코스도 많다. 여기는 낚시터로만 보고 왔는데 등산객이 있는 걸 보아 코스 입구도 있는 듯.
릿지 레이서나 이니셜 D에서 종종 보던 그 다리. 이런 다리를 뭐라고 부를까?
다리를 건너는데 산 속에 엄청 큰 공장이 있어서 거기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다.
히카와 국제 마스 낚시터 (氷川国際ます釣場) 도착 . ます가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오후반은 12시부터 시작이라 낚시터에 부설된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아점. 카케소바 대박 맛있었다!
열심히 낚싯대를 드리우는 오전반 사람들.
낚시터 오후타임까지 시간이 남아서 주변을 잠시 거닐기로 했다. 아까 차로 들어왔던 그 다리.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산 속의 공장
왼쪽을 돌아보니 아까 그 공장이 더 잘 보인다. 함께 가신 분께서 시멘트 공장이라는 것은 알려주셨는데, 그 거대함에 계속 눈길을 빼았겼다.
아까 그 낚시터는 결국 공장이 올려다보이는 강에서 낚는 셈.
이 공장을 보며 기시감이 든 것은, 마침 그 전 주에 클리어한 FF7 리버스의 초반 니블헤임과 너무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회백색으로 바래진 색의 공장이 산 속에 있는 풍경은 니블헤임이 대략 이런 느낌이겠구나.. 했다. 여러모로 이채로운 풍경이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에서 제대로 니블헤임처럼 생긴 사진도 볼 수 있었다.
함께보기>>> [PS5]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클리어 리뷰 (85시간)
돌아와서 찾아보니 이 곳은 신라 컴퍼니오쿠타마 공업 히카와 공장(奥多摩工業氷川工場)이었다. 천연자원을 채취, 가공하는 회사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마황은 채취 안하나?
하류의 강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면서 또 공장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까 낚시터에서 봤던 강의 하류 풍경.
깎아지른 절벽에 위치한 여관 관광장(観光荘). 아마도 온천 여관일 듯?
강둑으로 내려왔다. 아직 늦봄인 관계로 가지만 보이는 나무들이 많지만, 여름에 오면 울창한 산림을 구경할 수 있을 듯.
여기서 이 곳 사람들의 장인정신(?) 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건 정말 어떻게 한 거지..
카와사키로 가는 난부선의 기원, 그리고 미드갈
돌아오면서 동료분에게 저 시멘트 공장으로 통하는 열차 노선이 있어서 시멘트를 실어나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이 무슨 마인크래프트도 아니고 ㅋㅋㅋ' 라고 반응했으나, 정말 열차 노선이 있었다 ㄷㄷ
돌아와서 찾아보니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奥多摩工業曳鉄線)이라는, 진짜 철도 노선이었다! 산 속의 노선도 신기했지만, 정말 마인크래프트에 나올 것 같은 화물 수송용 트로코가 지나다니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이세계같은 느낌까지 든다.
예철은 예색 철도(曳索鉄道)의 준말로, 예색이란 끌어당기는 밧줄을 의미한다. 광산 철도가 도대체 어떤 힘으로 가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의문이 하나 풀렸다.
오쿠타마에서 석회석을 캐기 시작한 것은 아사노 시멘트(浅野セメント)로, 1926년 오쿠타마 서쪽의 닛파라(日原) 지구의 산을 인수한 뒤 여러 채굴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1937년에 미타케 역에서 히카와(현재의 오쿠타마 역)까지의 철도 부설을 위해 오쿠타마 전기 철도(奥多摩電気鉄道) 설립되었다.
글 중간에 꼭 한번 타 보시라고 권했던 오쿠타마 역까지의 산 속 철도는 이렇게 탄생했던 것이다.
글 첫머리에 달리던 산 속 도로가 이것. JR선과 거의 병주(並走)하는 모양새다.
이 포스팅에서 계속 언급한 JR 오우메 선과 바로 아래 산을 경계로 하고 있는 JR 이츠카이치 선(五日市線)은 아사노 재벌이 오쿠타마의 석회석을 가져오기 위해 개설했다고 한다.
오우메 선과 이츠카이치 선은 지난번 고독한 수집가에서 소개한 하이지마(拝島) 역에서 갈라진다. 오쿠타마 역까지의 노선은 이렇게 되고,
비슷한 축척으로 이츠카이치 선의 종점인 무사시이츠카이치 선까지의 노선은 이렇게 된다. 광산에서 채굴한 자원을 도쿄 중심 부근으로 옮겨오기 위해 부설했다는 것이 대략 납득이 되는 노선이다.
도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JR 난부선(南武線)또한 아사노 재벌이 석회암을 가와사키의 공장 지대까지 운반하기 위해서 부설했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①의 야키니쿠 츠루야(つるや)와 ②에서 소개한 마늘 안창살 쥬엔(寿苑) 에서 소개한 바 있는 노선이다.
1944년 2차대전으로 철도가 모두 국유화됨에 따라 오쿠타마 전기 철도는 오쿠타마 공업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자원 채굴에 주력, 1962년에는 연간 238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다고 한다. 깊은 산 속 공장이 왜 그렇게 어마어마했는지 짐작이 된다.
지난번 소개한 케이오 선과 오다큐 선도 2차대전 때 국유화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사철로 분리되었는데, JR의 동맥과 같은 이 노선들이 오쿠타마 전기 철도에 반환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헐 잠깐 오쿠타마에서 채취한 석회석을 가와사키 공장에서 가공했고, 가와사키 공장지대가 미드갈의 모델이 된 곳이니, 니블헤임과 미드갈에 딱 맞아떨어지네..!
그러니까 클라우드가 도착해서 뛰어내리는 열차는 바로 JR 난부선이었던 것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까 목격한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奥多摩工業曳鉄線)은 닛파라 광산에서 히카와 공장까지 채굴한 석회암을 실어나르는 열차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철도는 아니고 자동차 도로다)
집에 있던 타마가와 그림책을 펼쳐보니 닛파라에서 히카와까지 흐르는 닛파라가와(日原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눈길을 끈 공장 덕분에 도쿄 외곽지역의 기원을 여럿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나중에 발견할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가이드를 받을 수도 없는 곳이기에.
아직 낚시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분량이 너무 커져버렸다. 낚시와 오쿠타마 호 이야기는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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