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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라멘탐방기

도쿄도 쵸후 시 츠츠지가오카의 시바사키테이(柴崎亭)와 코쿠료쵸의 이시카와야(いしかわや)

by 대학맛탕 2024. 4. 13.

지난글보기<<< 일본의 매운 라멘, 몽고탄멘 나카모토(蒙古タンメン中本) 신주쿠점
첫 번째 라멘 탐방기에 이어 다시 쵸후 시로 돌아왔다.
먼저 이 깔끔한 비주얼의 완탕면을 보자. 마치 봉지라면 표지를 보는 듯 한 이 정갈함.

카쿠니 완탕 츄카소바(角煮わんたん中華そば), 880엔

 
 
2017년, 일본에 온 지 몇 달 안 되었을 즈음이다. 퇴근길에 츠츠지가오카(つつじが丘) 역에 일부러 내려 맛집을 찾아 도는데, 고만고만한 가게 사이에 사람들이 늘어선 집이 있었다. 지금은 줄 길게 늘어서면 그냥 다른 데 가지만 그때는 일본에서는 이게 당연한거지 하며 줄을 섰었던 듯..
 
그렇게 처음 가게 된 것이 중화소바 시바사키테이(中華そば柴埼亭).

일본에 살기 전에 출장 등에서 먹은 라멘은 대부분 돈코츠를 베이스로 한 짜고 기름진 라멘이었던지라, 주문한 라멘이 나오자마자 이 새초롬한 비주얼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절반이 여성 고객.
 
신주쿠역 남쪽에 있는 아후리 신주쿠 루미네점(AFURI 新宿ルミネ店) 에서도 본 풍경이지만, 신주쿠와는 다른 분위기의 주택가에 이런 오샤레한 가게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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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권자판기에 앞에 서서 라멘을 주문하고 나니 아랫쪽에 꼬마 생맥주(チビ生)가 보인다. 100엔 맥주라니 한모금쯤 되나? 하면서 주저없이 주문했다. 
 

 
라멘 기다리면서 한모금 하기 딱 좋은 양! 퇴근길 직장인의 스트래스를 달래는 그 목넘김인 것이다. 

 
그렇게 한 모금(=반 잔)을 비울 즈음 나온 토리 시오소바(鳥塩そば).

돈코츠나 토리파이탄으로 진하게 육수를 뺀 것이 아니라, 쇼유와 시오 그 자체로 깔끔한 맛을 내기 때문에 국물이 맑다. 이런 류가 인스턴트 라면에는 많지만 요리로서 이렇게 제대로 하는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라면 자체가 요리가 되지만, 일본에서의 인스턴트 라면은 결국 요리인 '라멘'을 재현한 인스턴트 식품이기 때문에, 원래 있는 어떤 맛을 재현한 것에 가깝다. 제한된 리소스로 맛을 재현해야 하는, 오래전의 아케이드 게임의 가정용 이식판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라멘을 먹는 순간 마루쨩 세이멘 (まるちゃん正麺)은 본디 이런 맛을 내는 라멘을 재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미역이 든 라멘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면의 비중이 이정도 되는 것을 보아 기본 메뉴인 중화소바(中華そば)인 것 같다. 660엔에 이 볼륨과 퀄리티라니. 다른 메뉴도 아주 착한데 메뉴판 사진을 찍어놓지 않아 아쉽다.

 
 양파 중화소바(玉ねぎ中華そば)는 양파를 잘게 슬라이스해서 끼얹은 라멘. 이렇게 쇼유라멘에 잘게 다진 양파를 썰어넣은 것은 전형적인 하치오지 라멘(八王子ラーメン)이다.

그냥 하치오지, 혹은 하치오지식 라멘이라고 쓰면 될 것을 또 이렇게 포장을 해 놓는다. 다만 가운데에 보이는 튀긴 양파 슬라이스는 하치오지 라멘에 없는 것으로, 엄청난 풍미를 자랑한다. 
 
챠슈도 보통의 라멘집과 달리 깔끔하면서 로스트비프처럼 해 놓았다. 여러모로 공력이 엿보이는 이 라멘도 750엔.  

 
우리는 어느지역 무슨 육수를 썼고 어디 밀로 면을 뽑았으며 구구절절... 이런거 없이 정말 먹어보고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라멘을 뽑아낸다. 가성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와서 먹어봐도 될 정도 맛집.

 
사진을 찾다 보니 구글 포토가 닮은 사진이라고 또 찾아준 사진.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릇이 범상치 않은 걸 봐서는 기간한정 메뉴인 것 같다.

 
지난번에 소개한 하카타 라멘 슈카(秀華)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맘먹고 라멘 투어를 가는 것도 추천한다. 다만 시바사키테이는 '인스타그램 촬영을 위해 음식을 남기는 것을 삼가 주십시오' 라고 공지하기도 하므로 주의.
 
시바사키테이(柴埼亭)는 신주쿠 역에서 케이오 선(京王線)을 타고 23분이면 갈 수 있다. 츠츠지가오카 역이 급행과 구간급행이 서는 역이기 때문이다. 역에서 도보 3분 정도 거리. 
 
하나 주의할 것은, 츠츠지가오카(つつじヶ丘) 다음 역이 시바사키(柴埼) 역인데 시바사키테이는 츠츠지가오카 역에 있다. 헷갈리지 말고 츠츠지가오카 역에서 내리자.
 
 
 

 
 
시바사키테이는 인스타그램에도 널리 알려진 맛집으로. 세타가야구(世田谷区) 우메가오카(梅が丘)에 분점이 있으니 쵸후까지 오기 힘드신 분들은 그리로 가 보셔도 좋겠다.
 
 

중화소바 시바사키테이(柴埼亭) 우메가오카점(梅が丘店) 구글지도 링크

 
츠츠지가오카 역에서 각역정차(各駅停車)를 타고 두 정거장 뒤인 고쿠료(国領) 역에도 시바사키테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라멘집이 있다. 시바사키테이에서 2년 반 수행한 점원이 2019년에 오픈한 이시카와야(いしかわや). 
 
일단 비주얼을 보면 계통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면의 스타일이나 국물이 여러모로 다르다. 아주 좋은 의미로서의 분파.

 
시바사키테이는 기간한정 메뉴가 많아도 가게의 기본 스타일 내에서 약간 변형한 패턴이 많은데, 이시카와야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양파를 잔뜩 넣은 라멘을 솔직하게 '하치오지 라멘'이라고 해 두고 있다는 것. 본가의 하치오지 라멘집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곳의 하치오지 라멘은 본가보다 더 맛있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 다시 한 번 가는대로 추가하겠다.) ➡ 찾았다!! 
 
이시카와야의 하치오지 라멘. 빛깔 때문에 짜장면 같은 느낌도 든다. 블럭같은 멘마와 마치 훈제같은 챠슈가 특징.

 
완탕면. 이건 또 챠슈가 로스트 비프마냥 나왔다. 써 놓고 보니 로스트 비프나 훈제나 그게 그거.

 
윗 사진은 색깔이 좀 이상하게 나왔는데, 치즈가 풀린 것처럼 보였던 하얀 것은 바로 이 완탕만두.

깔끔한 맛과 함께 양도 푸짐히 즐기고자 하면 이걸 선택하자. 기본 라면도 결코 양이 적은 것은 아니니 소식하시는 분들은 주의.


 
이시카와야는 케이오 선(京王線) 고쿠료(国領) 역에 있다. 고쿠료 역은 급행이 서지 않는 역이라 급행 또는 구간급행을 타고 위에 이야기한 츠츠지가오카 역에 내려서 갈아타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각역정차(열차에는 各駅라고 쓰여있다.)를 타고 가야 한다. 특급(特急)이나 준특급 (準特急) 을 타면 두 역 다 지나쳐 버리므로 주의. 
 

 
 
오랜만의 도쿄 라멘 탐방기는 여기까지.

다음에는 고쿠분지 ~ 하치오지 지역에만 걸쳐 있는, 뽀얀 국물의 사리곰탕면 맛 라멘집 두 곳을 소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