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어떻게 입력할까?
일본 회사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시절, 입사 직후 바로 실무에 투입된 탓에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 자체는 계속 해 오던 거라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그것은 기호 입력. 처음 본 일본 기획서는 ◆나 ※같은 기호가 아주 빈번하게 쓰이고 있었다.
일본어 자판입력 자체는 대학교 시절부터 일본어 IME를 설치해서 써 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오랫동안 MS워드의 서식에 의존하다가 갑자기 수동으로 기호를 입력하려고 하니 '음 이거 shift랑 한자키랑 ㅁ을 같이 누르면 목록이 떴던 것 같은데..' 하며 머리만 긁적이다가 그냥 검색을 해서 웹페이지에서 備考記号를 검색해서 나온 기호를 복붙하고 일단 넘어갔다.
며칠 지나니 그것도 슬슬 지쳐갔고, 어깨너머로 보니 다들 슉슉 기호를 입력하는 것 같아서, 옆자리 동료 분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당구장 표시 어떻게 입력하나요?" 라고 물으려고 〇〇상~ 하고 불렀는데 그제서야 당구장 표시를 일본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뇌리를 스쳤다.
뇌가 멋대로 순발력을 발휘하여 검색하던 걸 베이스로 물었다.
"備考としてメモを付ける時使う記号ってどう入力しますか?"
(비고사항 메모로 달 때 쓰는 기호 어떻게 입력해요?)
그러니 돌아온 대답이
"「こめ」と入力したらいけますよ"
(こめ라고 입력하시면 돼요)
こめ?뭐지 당구장 표시가 일본어로 こめ인가 하고 입력하고 스페이스바를 눌렀더니, ※가 뜬다!!
※는 한국에서도 가끔 쓰지만 그때마다 인터넷을 검색해 SHIFT + ㅁ + 한자키를 눌러 입력하고, 다시 까먹고 하기를 반복하며 살기를 십수 년, 이런 편리한 방법이 있었다니!
그런데 당구장 표시가 왜 こめ인지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니 쌀을 뜻하는 米(こめ)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렇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 기호를 우물 정(井)자로 표현하기도 하니 있을 법한 일이다. いど를 입력하면 #기호가 나올까? 하고 쳐보니 안 나온다. #은 그냥 입력하면 되니까 안 나오는 거지. バカ. (셀프 츳코미)
이런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걸 입력하면 뭐가 나올까 하며, 이것저것 입력해 보기 시작했다.
리뷰 글의 소제목을 쓸 때 자주 쓰는 △와 ▲는 さんかく(삼각)을 입력했더니 모아서 다 표시되었다.
그럼 사각(しかく)도 될까? 왠걸 마름모까지 깔끔하게 뜬다.
마름모가 사각에 있다면 菱形(ひしがた, 마름모)를 치면 뭐가 나올까 해서 쳐보니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마름모를 띄워줬다. 지금 입력해 보면서 안 사실인데, 스페이스 바를 한 번 누르면 최근에 사용한 것을 띄워주고, 한 번 더 누르면 기존의 사전식 리스트를 보여준다.
수학 기호 입력
다양한 글자를 쳐 보면서 이제 기호는 자신있게 입력하게 되고나서 몇 주 뒤, 뭔가 대미지 공식 같은 것을 이야기하다가 덧셈 뺄셈 곱셉 나눗셈을 말하려고 하니 그게 또 바로 안 나오는 것이었다. 후다다닭 찾아보니 프라스 마이너스 이런거 아니었고 각기 이름이 있었다.
연산 | 쓰기 | 읽기 |
더하기 | 足し算 | たしざん |
뺄셈 | 引き算 | ひきざん |
곱셉 | 掛け算 | かけざん |
나눗셈 | 割り算 | わりざん |
제곱 | べき乗 | べきじょう |
더하기와 빼기는 바로 입력하면 되지만, 곱하기와 나누기는 키보드에 없어서 종종 불편할 때가 있으니 이것도 해결이 되나 싶어 입력해 보았다. 하지만 둘 다 한자변환만 나오고 기호가 나오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〇ざん은 곱셈, 나눗셈의 의미이므로, 그 대신 곱하기, 빼기의 의미로 동사를 입력해보니 표시가 됐다. 두 번째에 뜨는 걸 보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를 많이도 입력했나 보다.
割る는 히라가나 입력만으로는 안 나오고
스페이스바를 몇 번 더 눌러 사전식 표시로 하니 그제서야 나왔다.
〇✕는 まる와 バツ
〇와 ✕를 영어의 O, X로 표기하고 읽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기호가 분리되어 있고 읽기도 따로 있다.
이것도 일본 회사에서 일할 때 은근 쓸 때가 많아서 또 웹에서 찾아 입력하곤 했으나, 일본어 입력을 이용해서 바로바로 표시할 수 있다.
사전식으로 찾으면 속이 꽉 찬 원 기호도 표시된다. 지금 입력해보니 漢数字로 입력해야 큰 〇가 나오고 記号를 선택하면 작은 ○가 나온다.
원을 두 개 그린 것은 참 잘했어요 혹은 좀 더 맞다, 좋다의 의미로 二重丸(にじゅうまる)라고 한다. 물론 그 이름을 입력해서 기호를 찾아낼 수도 있다. 원숫자도 二重丸가 있는지는 지금 알았다.
시험지 같은 데에서 한 페이지를 전부 맞았을 때는 일일히 동그라미를 그리지 않고 꽃 모양의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이를 花丸(はなまる) 라고 한다. 일본에 가면 종종 보이는 하나마루 우동이 이것. 혹시나 해서 입력해봤는데 없었다.
✕는 ばつ라고 읽는다. 4번째에 표시되는 작은 ×는 곱하기의 かける로도 똑같이 변환되는데, ばつ가 먼저인지 かける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산 이전에 논리가 먼저이니 아마도 ばつ가 먼저일 것 같다.
ばつ는 バツ라고도 자주 읽는데, 예능프로에서 종종 나오는 バツイチ는 한 번 갔다왔다는 의미로 돌싱이 된다.
화살표 입력
문서를 쓸 때 상당히 자주 쓰는 화살표. 일본어로는 矢印(やじるし)라고 하니 이걸 입력하면 바로 →가 떠주고
사전식 리스트로 바꾸면 다양한 화살표가 나오며 리스트를 몇 페이지 넘겨서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편리한 방법이 있는데, 원하는 방향을 직접 입력하는 것이다.
みぎ(右)를 입력하면 오른쪽 화살표가, した(下)를 입력하면 아래쪽 화살표가 바로 나와준다. ひだり(左)와 うえ(上)도 마찬가지.
그럼 대각선 위 화살표도 바로 될까? 하는 마음에 みぎ( 右下 )와 ひだりうえ(左上)를 입력해 보았으나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거의 모든 종류의 꺽쇠가 바로 뜨기 때문에 거기에 사용하면 편리할 것 같다. 한국에서 쓸 일이 있을 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뜻을 입력하면 그 모양이 나와주니, 일본의 게시판 문화에서 기호가 엄청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무엇을 상상하던 나와주는 일본어 변환, 일본어 키보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오늘부터 이것저것 입력해보도록 하자.
P.S. 일본에는 인명한자의 읽기가 무궁무진하다. 가령 福島(ふくしま)라는 성과 같은 한자를 쓰면서 そえじま라고 읽는 등의 방식. 헌데 종종 입력해서 아무리 변환을 해도 다른 한자로만 변환되는 경우가 있는데, 윈도우즈에서 입력 문자에 대한 리스트를 커스텀해서 해결한 적이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한 번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다음글보기>>> 일본에서 면 사리를 추가하려면.. 여기 가짜 하나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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