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운전면허 적성검사 안내가 왔다고 연락이 와서, 그러고보니 일본 운전면허는 갱신기간이 어떻게 되었더라? 하고 면허증을 보니 갱신 만료일에서 5개월이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알아보니 일단 갱신기간이 지나면 재신청이 되어 수수료가 6천엔 넘게 든다고... 쯥. 하지만 6개월이 더 경과하면 훨씬 더 골치아파진다고 하여 급 휴가를 내고 면허시험장으로 갔다.
후츄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코가네이 시(小金井市)의 무사시코가네이(武蔵小金井) 역이지만, 케이오 선 덕후인 나는 케이오 선을 타고 후츄 시의 타마 레이엔(多磨霊園) 역에 내려서 가기로 했다. 어차피 어디서 내리든 버스를 타야 하기도 하고, 이 블로그에서 타마 레이엔이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의 십수 배는 크다고 몇 번이나 떠들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한 번 지나가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타마 레이엔 역에서 후츄 운전면허시험장(府中運転免許試験場) 까지
타마 레이엔 역의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펼쳐지는 풍경. 날씨가 꾸리꾸리했지만 덕분에 나들이하기는 참 좋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 상점가. やきとり나 やきとん 네 글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지라 밤에 한 번 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려와서 바라본 타마 레이엔 역. 출구가 이렇게 두 곳 뿐이다.
버스를 타러 역 북광장으로 가려는데 광장이 없어서 한참 헤매다가 한 블럭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른쪽에 중부가 뭐지..? 했다가 후츄가 거꾸로 보였다는 걸 깨달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
버스는 대략 20분 간격으로 있다.
후츄 면허시험장은 케이오 선 (中央線)과 주오 선(中央線)의 정확히 중간쯤에 있는 토하치 도로(東八道路)변에 있다. 시험장까지 가는 길 3킬로 중 절반이 타마 레이엔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휴츄 시 구획 지도. 동쪽이로는 쵸후 시(調布市), 서쪽으로는 쿠니타치 시(国立市)와 마주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고쿠분지 시(国分寺市)와 코가네이 시(小金井市), 남쪽으로는 지난번에 소개한 이나기 시(稲城市)와 마주하고 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타마 레이엔을 통과해 갔다.
동영상을 찍느라 버스를 타고가며 찍은 유일한 사진이 키누타 치과(きぬた歯科) 간판. 도쿄에 살면서 키누타 치과 간판을 적어도 20개는 보았지만, 원장쌤 사진이 없는 간판은 처음 봤다.
아니 무슨 치과 간판을 가지고 썰을 푸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타마 지역에서 키누타 치과는 간판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여기 보이는 간판은 극히 일부다. 이렇게 동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형 간판도 많아서, 신주쿠에서 하치오지까지 고속도로(내부순환로 같은 고가도로다)를 30킬로 운전할 동안 여러번 볼 수가 있다. 230개의 간판이 있으며, 한 해 광고비에만 25억원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일본 운전면허 갱신은 사전예약 후 주민표를 지참할 것!
3년 후의 나를 위한 포스팅이 되었다.
타마 레이엔을 지나서 후츄 경시청 운전면허 본부(府中警視庁運転免許本部)에 도착. 여기 운전면허 갱신센터가 있다. 23구에서는 시나가와(品川)에 센터가 있어서 한국 면허가지고 일본 면허를 발급받을 때 갔었는데, 대기가 엄청났던 기억이 있다.
면허시험장에 가니 주민표(주민등록등본)가 필요하다고 서쪽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발급해 오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마이넘버 카드가 있으면 어느 편의점에서나 주민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정말 말도 안되게 편한데, 아직까지 마이넘버 카드의 발급률은 낮다고 한다.
이 나무간판의 탄탄멘집은 왜 기시감이 드나 했더니, 3년 전에도 주민표가 없어서 똑같은 길을 걸어갔다는 것이 생각났다.
상당히 괜찮았지만, 사실 탄탄멘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올해는 스킵. 10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김밥을 하나랑 여름의 최애음료 산토리 천연수 매실소금맛(うめソンティ)을 샀다. 단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료이니, 여름철 일본에 방문하는 여행객은 꼭 한 번 마셔보시기를 권한다.
무사히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접수번호가 573(コナミ). 왠지 끝나고 그라디우스나 트윈비를 한 판 해 줘야 할 것 같은 번호다.
한 시간 교육도 받아야 해서 앞타임을 대기하며 창문 너머로 한 컷. 건너편의 타마 레이엔이 잘 보인다.
탈 없이 면허갱신 완료.
더불어 정보를 하나 덧붙여두면, 올해부터 면허갱신이 완전 예약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재발급 수속이라 예약하지 않아도 발급이 가능했다. (돈은 많이 깨졌지만..)
예약제 시행 안내 페이지 링크
예약 페이지 링크
운전면허 본부를 나서서 주오선 무사시코가네이(武蔵小金井)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육교에 올랐다.
토하치 도로 동쪽. 이 길로 쭉 가면 스기나미 구(杉並区)까지 이어진다.
건너편 계단까지 걸어가니,
타마 레이엔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지평선 너머도 계속 이렇게 묘지가 있다.
타마 레이엔에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의 묘비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사진을 못 찾겠다.
구글지도 항공사진으로 본 면허시험장과 타마 레이엔.
면허시험장에서 노가와까지의 산책길 풍경
육교에서 내려가려다 잠시 멈추고, 모처럼 이 쪽에 왔으니 오랜만에 노가와(野川)를 산책하고자 했다.
지도를 보니 걸어서 30분이라 딱 알맞은 코스.
큰 도로보다는 골목길을 좋아해서 우회전해서 쏙. 오후가 되니 오전의 먹구름은 사라지고,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기분좋게 섞였다.
초등학교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나가니
한창 땅을 고르는 곳과 신축 단독주택가가 보였다. 이렇게 오래된 동네는 개별적으로 단독주택을 짓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 넓은 땅이 확보되면 몇 세대를 묶어서 집을 짓는다. 그렇다고 해도 오너의 주문이나 설계에 따라서 집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오래된 주택가와 통학로 표지판.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통학로가 정해져 있어서, 등교와 하교시간에는 그 길을 통해서 가야 한다. 길목에 선생님이나 학부모들이 등교지도를 해 주는 식. 아이들 수가 적은 요 근래 생긴 것인가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아니 그럼 학교갔다 올 때 오락실로 못 새잖아.
가는 길에 본 집 중 가장 세련된 느낌의 집.
드라마에 나올 듯하게 아담한 집이 계획적으로 펼쳐져 있는 곳도 예쁘지만 (노가와 강변에 그런 집이 많다.) 이렇게 구 가옥과 신 가옥이 섞여있는 풍경도 좋아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후츄 시와 코가네이 시 사이를 가로지르는 노가와(野川)주변 길목과 동네 풍경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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