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라면 이야기 17. - 묘죠 챠루메라(チャルメラ) 짬뽕과 미야자키(宮崎) 매운라면
일본여행 좀 가 봤다 하는 사람이면 안 가봤을 리가 없을 하카타 라멘 체인점 이치란(一蘭).
도쿄의 사람이 많은 역 주변이라면 어디에나 있고, 가이드북에도 실려있는 편이라 도쿄에 여행와서 한 번쯤 맛본 분들도 많을 것이다.
2012년의 이치란 우에노점
처음 이치란에 가 본 것은 2012년 우에노에서였다. 들어섰을 때 고3 수험생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독서실 같은 인테리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왠지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옆사람 때문에 맛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점원도 나무문을 살짝 열고 라멘을 건네기도 한다.
맛도 섬세하게 옵션을 고를 수 있도록 시험지(?) 를 준다.
12년 전의 시험지라 출제경향이 바뀌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처음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참고하시라고 적어본다.
맛의 농도 - 순한 맛 / 기본 / 진한 맛
꾸덕도 - (기름)없음 / 깔끔 / 기본 / 꾸덕함 / 초 꾸덕함 ※콧떼리(こってり) 란 기름을 넣어서 꾸덕꾸덕하게 하는 것
마늘 - 없음 / 조금 / 기본 / 1/2개 / 1개
파 - 없음 / 흰파(큰파) / 녹색파(쪽파)
비전 소스 - 없음 / 반 / 기본 / 2배 / 〇배
면의 딱딱함 - 초 딱딱함 / 딱딱함 / 기본 / 부드러움 / 초 부드러움 ※하카타 라멘이나 요코하마 이에케(横浜家家)라멘에서는 항상 물어보니 어느정도 숙지해두면 편하다. 모르겠으면 全部普通(ぜんぶふつう, 모두 보통으로)라고 하면 된다.
함께 붙어있는 마일리지 카드.
와 정말 집중 잘될 것 같은 분위기 아닌가?
이치란 입문(一蘭入門) 매뉴얼도 있다.
그리고 처음 맛 본 이치란.
지금으로서는 좀 익숙한 맛이긴 하지만, 당시 처음 먹었을 때는 정말 모든 것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듯 맛있었다.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도 살짝 침이 고였다. 익숙한 맛이라고 해도 이 계열에서 이치란보다 맛있는 집은 큐슈에 직접 가지 않는 한 없지 않을까 싶다.
국물까지 다 비웠다. (~~해 주셔서 기쁩니다 라는 말인데 정확히 모르겠다.)
우에노의 이치란 아트레 우에노 야마시타구치점(一蘭 アトレ上野山下口店)은 JR 야마노테선(山手線)우에노 역의 역사 쇼핑몰 아트레에 있다. 나리타에서 액세스 특급(アクセス特急)이나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京成スカイライナー)를 타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 케이세이 우에노 역에서의 경로를 실었다. 캐리어를 끌고 그대로 가도 좋을 도보 3분 거리이니 일본 도착 후 첫 식사로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2022년의 이치란 신주쿠 가부키쵸점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어머니와 이모가 방문하셨을 때 신주쿠에 갈 일이 있어서 10년 만에 갔다. 신주쿠에 출퇴근할 때 세이부신주쿠 쪽의 이치란을 항상 지나쳤지만 항상 관광객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이미 아는 맛을 줄 서서까지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아서 스킵하다보니 시간이 그리 흘러 버렸다.
이 날이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 귀국 3일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증명서를 도쿄 내에서 떼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일찍 신주쿠 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고나서 어르신들 입맛에도 맞을 가게를 떠올려보니 이치란이었고, 코로나가 한창때라 줄을 서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관광수요 회복을 넘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2024년 현재 시점에서는 신주쿠 이치란은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10년 만에 들어가 본 이치란. 코로나 시기라서 모든 식당이 칸막이를 치던 시절, 이치란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만 10년 전의 그 독서실같은 분위기는 많이 옅어지고, 컨셉 상 독서실 느낌을 재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시 컵과 물꼭지가 좌석마다 달려있는 것은 과연 이치란.. 하고 생각하도록 했다.
그리고 10년 만에 느껴보는 그 맛.
그간 훨씬 더 꾸덕한 라멘을 수십 종 먹어보았으니 이제는 망설임 없이 콧떼리를 주문하고, 목이버섯(きくらげ) 토핑도 주문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키쿠라게를 얼마 전까지 쿠라게니까 해파리 썬 것인 줄 알았다.
어르신들도 대만족하셔서 뿌듯했다. 들어갈 수만 있다면 역시 이치란은 유즈시오 아후리(AFURI)와 함께 일본음식이 맞지 않는 일행이 있을 때 리스크를 제거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 12 part 2. 닛신 장인라면(麺職人) 유즈시오 라멘과 AFURI(阿夫利) 라멘
이건 화장실이 아니라 아마도 입구였던 것 같은데, 의도를 잘 모르겠다.
위의 사진은 가부키쵸점이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요즘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치란을 갈 예정이라면 그래도 약간은 사람이 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히가시미나미구치점을 먼저 가 보기를 권한다. JR 신주쿠역에서도 가깝다.
잠깐...라면 이야기인데 도쿄 라멘 탐방기를 쓰는 것으로 착각해 지도를 깔고 앉았었다. 이제 본론인 이치란 컵라면으로 가 보도록 하자.
이 블로그에서는 도쿄 서부의 나들이 코스와 맛집을 여럿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쿄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해 주세요!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핫쵸나와테의 1인 야키니쿠 츠루야(つるや)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이나다츠츠미의 마늘 안창살 쥬엔(寿苑)
도쿄도 이타바시구 이타바시의 야키니쿠 곱창 야마겐(山原)
도쿄 서부 나들이 코스
도쿄도 무사시노 시(武蔵野市) 에도 도쿄 건축정원 - 봄
도쿄도 후츄 시(府中市)의 도쿄 경마장 나들이① - 경마장 가는 길
후츄~코가네이 시 나들이 상편 - 타마 레이엔(多磨霊園)과 노가와(野川)
도쿄도 오쿠타마마치(奥多摩町) 나들이 상편 - 오쿠타마 공업 히카와 공장과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
도쿄 서부 서브컬처 스폿
페르소나 5의 성지, 도쿄도 세타가야구 산겐자야(三軒茶屋)
타마 뉴타운 서부 지구의 미나미오오사와(南大沢) - 서쪽 편
도쿄 근교여행
요코하마 용과 같이 7 투어! 상편 - 노게쵸(野毛町)의 스낵바 거리
도쿄 서부 맛집 - 라멘
도쿄도 쵸후 시 키쿠노다이(菊野台)의 하카타 라멘 슈카(秀華)
도쿄도 쵸후 시 츠츠지가오카(つつじが丘)의 시바사키테이(柴崎亭)
도쿄도 쵸후 시 고쿠료쵸(国領町)의 이시카와야(いしかわや)
도쿄도 하치오지 시 미나미신초(南新町)의 짜파게티 라멘, 중화요리 치토세(ちとせ)
도쿄도 스기나미 구 카미오기(上荻)의 하루키야(春木屋) 오기쿠보 본점
도쿄 서부 맛집 - 이자카야
이자카야 방랑기① - 도쿄도 하무라 시 오자쿠다이(小作台)의 분부쿠(ぶんぶく)
이자카야 방랑기② - 도쿄도 후츄 시 미야니시쵸(宮西町)의 오오사다(大定)
이자카야 방랑기③ - 도쿄도 쵸후 시 후다(布田)의 모츠야키 이시이(い志井) 본점
이치란 컵라면의 퀄리티는?
면세점에서 종종 상자로 포장된 선물용 이치란을 볼 때가 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마트에서 이치란 컵라면을 발견해서 먹어본 적이 있었다. 이치란 그릇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흥미가 생겼다.
500엔이라는, 컵라면으로서는 상당히 호화 라인업이지만 신뢰의 이치란이므로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집어들었다.
스프 A와 스프B가 모두 후첨으로 되어 있고, 비전의 소스가 별첨되어 있다.
면은 뚜껑에 쓰여있듯 안튀긴면.
면이 익은 후 후첨스프 A를 먼저 넣어준다. 스프가 물에 녹으면서 사리곰탕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후첨스프 B 투하. 돈코츠 기름이 물에 여과되면서 이치란 특유의 돈코츠 향이 강하게 퍼졌다.
스프를 모두 섞어준 모습. 얼핏 보면 국물이 인스턴트라 밍밍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국물이 제대로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돈코츠 라멘은 인스턴트로 쉽게 살릴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고, 사리곰탕면과는 다른 풍미를 보이는 편이긴 하나, 이치란 컵라면은 그것들을 한층 뛰어넘는 퀄리티였다. 이 기름결(?)을 보라.
이치란은 본래 가는면이라 컵라면으로도 썩 재현도가 높은 편인....데 포커스가 날아갔다.
이런 느낌. 보존기간 상 아무래도 생면과는 다를 수 밖에 없지만, 국물이 워낙 괜찮아서 이 정도면 속아줄 만 하다.
물냉면도 일단 먹고 다대기를 넣는 편이라 비전 소스도 나중에 투하. 비전소스 역시 재현도가 상당히 높았다.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22. 수량한정 생산 이치란(一蘭) 돈코츠 컵라면 호노오(炎)
다 쓰고나서 문득 생각이 났는데, 선물용 이치란 밀키트가 면세점에서 2000엔 정도 하니 1인분에 400엔 정도 된다. 그런데 컵라면이 하나에 500엔이면.....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나 뭐 했니.) 다만 여행 복귀후 지인들에게 하나씩 돌릴 용도로 산다면 좀 부담스러울 수 있고, 1인분씩 나눠주기는 어려운 이치란 밀키트 대신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아무데나 다 있지는 않고, 마트에서도 좀 드물게 들어오는 편이었다. 최근에 동키호테(ドン・キホーテ)에서 목격했으니 관심있는 여행객은 동키호테에 가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이치란 점포에서 직접 파는 경우도 있고, 공항 면세점에도 많다.
다음글보기>>> 라면 이야기 19. 7월 1일 신발매! 닛신 야키소바 U.F.O 시푸드 컵누들맛 / 닛신의 돈베이(どん兵衛) 시푸드 컵누들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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