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라면 이야기 16 - 닛신 몽고탄멘 나카모토(蒙古タンメン中本) 매운 된장맛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오랜만에 챠루메라 격하게 매운맛을 한 번 사려고 보는데, 처음 보는 짬뽕맛이 있었다.
챠루메라인데 쫄깃쫄깃 굵은면(もっちり太麺) 인 것도 꽤 신경이 쓰여서 냅다 집어들었다.
안정감있는 포장. 굵은 면이라도 봉지 크기는 같다.
진짜 굵은면이다!
챠루메라의 전통(?) 답게 스프는 딱 하나. 스프에 쓰인 것을 보고 묘조식품 본사가 시부야 구(渋谷区) 센다가야(千駄ヶ谷)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넣는 분말스프(先入れ粉末スープ) 라고 써 있는데, 라면을 끓일 때 당연히 스프를 먼저 넣는걸 굳이 왜 쓸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유가 있다.
일본 인스턴트 라면 중에는 면을 다 익히고 스프를 넣는 후첨(後入れ, あといれ) 식도 많다. 챠루메라는 그와는 또 다르게 그릇에 미리 스프를 뿌려놓고 익힌 면과 물을 함께 붓는 것이 기본 조리법이기 때문에, 짬뽕은 끓일 때 넣으라고 굳이 쓰여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키는 대로 면과 스프를 함께 끓여서 그릇에 담았다.
심플한 것이 챠루메라의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이건 너무 심심하다.
챠루메라의 그 적당히 쫄깃한 면이 그대로 굵어졌다.
국물은 일본 짬뽕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고, 설렁탕과 사리곰탕면 정도의 위치관계쯤 되는 맛이라고 하면 되겠다. 국물 빛깔은 사리곰탕면이지만 그것과는 완전 다른 맛.
맛을 음미하며 먹긴 했지만 사실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애매할 정도로 밍밍했다. 야채 없는 짬뽕은 앙금 없는 붕어빵만큼 위화감이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쓰고나니 '챠루메라가 본디 이렇다' 라는 표현이 많아서 오리지널 챠루메라도 함께 소개한다.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15 - 묘죠(明星) 챠루메라(チャルメラ)
라면 이야기 15 - 묘죠(明星) 챠루메라(チャルメラ)
지난글보기 묘조 식품의 대표 라면 챠루메라(チャルメラ)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묘조 식품에 대해 소개한다. 묘조 식품(明星食品)은 닛신 식품 (日清食品) 창업으로부터 2년 뒤인 1950년 설립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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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심플한 것이 미덕인 챠루메라이긴 하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 싶어 조리예를 보니, 취향대로 고기나 야채, 해물을 넣어서 끓이라고 되어 있었다. 인스턴트 라면은 그 자체로 완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 라서 묘조식품의 이 행보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다만 본 연재는 조리예 그대로의 맛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본래 의도한 맛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해서 가능한 한 맞춰서 조리를 해 봤다.
끓기 시작한 면은 언제 봐도 배고프다. (지금 잘밤이라 약간 고통받으면서 쓰고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용 야채를 반만 꺼내서 끓여줬다. 면을 끓일 때 한 번에 넣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국물맛이 영향을 받기도 하고, 비주얼 측면에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끓여내는 수고가 배로 든다.
마트에서 싸게 파는 냉동 시푸드 믹스도 한 줌 꺼냈다. 약간 시원한 맛을 내고싶기도 해서귀찮아 죽겠어서 이건 그냥 면과 같이 끓여냈다.
통조림 스위트콘도 서너스푼 꺼내 렌지에 돌려 얹고, 후추까지 뿌려 완성. 이쯤 되니 비주얼로는 빠지지 않는 모양새다.
좀 더 기분을 내고자 짬뽕집처럼 밑에 받침용 그릇을 따로 얹고, 국물용 수저(れんげ라고 한다)도 얹었다.
짬뽕보단 가늘고 일반 라면보다는 굵은,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훌훌 들어가는 챠루메라만의 식감이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해물과 야채의 씹는 맛에 시원한 후추맛이 어우러지며 그제서야 제작자가 의도한 국물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만들어놨던 아지타마가 있었는데 깜빡하고 올리질 않았다! 먹는 도중에 잘라서 투하.
짬뽕에 이끌려서 구입했으나, 본 목적이었던 챠루메라 미야자키 매운 라멘 격하게 매운 간장맛(宮崎辛麺激辛しょうゆあじ、みやざきからめんげきからしょうゆあじ)도 같이 갔다. 그대로 읽으니 이름 엄청 길다!
미야자키 현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검색해보니 구마모토 현 아래였다. 한국이랑 가까워서 이런 매운 면이 있는 걸까..?
사실은 가장 먼저 먹어봤던 챠루메라가 이 제품이었다. 이 라면은 봉지의 조리예에 부추와 풀어넣은 계란이 보여서 처음 샀을때부터 재료를 준비해서 조리했다. 일본 라면치고는 제법 매운맛이 만족스러워서, 한국 라면을 사려면 멀리 나가야 할 시절 대용품으로 자주 먹곤 했다.
여기도 스프 먼저 넣으라고 큼지막하게 先入れ라고 쓰여있다.
부추를 넣으라고 딱히 쓰여있지는 않았고, 그냥 좋아하는 건더기 넣으세로 라고만 쓰여있었다. 이건 또 몰랐네..
면이 대략 다 익을 즈음, 그래도 오기롭게 준비해 둔 부추럴 썰어서 넣어주고
풀어놓은 계란 하나를 솔솔 부어준다.
맛은 한국인에게는 아주 익숙한, 소고기맛 라면 딱 그것이다. 너무 오래된 라면이라 모르는 분들도 많을 듯 하니, 대충 퉁쳐서 안성탕면에 매운맛이 조금 센 정도라고 표현하면 되겠다.
묘조식품이 처음 나온 삼양라면에 기술제휴를 했으니 어쩌면 오리지널 삼양라면이 이런 맛이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오리지널 삼양라면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쭉 농심의 노예였기 때문에 90년대 햄맛으로 리뉴얼된 삼양라면만 혀가 기억하고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묘조 잇페이짱 구운 마늘 간장맛, 오코노미야키맛을 동시 리뷰하도록 하겠다.
(어째 최근에 묘조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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