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번외편) 도쿄도 고쿠분지 시 혼쵸의 수타우동/소바 진고로(甚五郎)
저녁에 타치카와에서 약속을 잡은 어느 늦가을. 낮에는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7년 전에 한 번 가봤던 쿠니타치 역을 떠올렸다.
상경계열은 도쿄대학보다 더 편차치가 높다는 히토츠바시 대학(一橋大学) 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서 한 번쯤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지난번에는 남쪽출구로만 나갔던 터라 먼저 북쪽 출구로 나가보았다.

북쪽출구로 나섰을 때의 인상은, 고쿠분지와 비슷하면서 좀 더 깨끗하게 다듬어진 느낌.

역 북광장의 풍경과 탁 트인 하늘이 비슷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다할 상점가 같은 것이 별로 없어서, 역시 남쪽출구로 가기로 결정하고 돌아왔다.

북쪽출구에 뭐가 있는데 지나쳤나 하고 지도를 찾아보니, JR의 거대한 연구단지와 철도 박물관이 있었다. 남쪽에는 히토츠바시 대학이 있고 그 외에는 전~ 부 단독주택에 맨션도 거의 없는 정말 찐 주택가.

남쪽출구로 나가기 직전 오른쪽에 보이는 쿠니타치 역사 건물의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5번째로 오픈한 수화 매장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직원도 근무한다고 한다. 수화를 몰라도 주문할 수 있겠..지?

역 앞에는 구 쿠니타치 역사 건물이 있었다. 새 역사를 지어도 이렇게 남겨놓으니 너무 이쁘다.

구 역사 건물에서는 히토츠바시 대학 축제(一橋際) 홍보가 한창이었다.

축제에는 마법의 주단(魔法の絨毯)으로 인기가 높은 포크 싱어송라이터 카와사키 타카야(川崎鷹也)의 스페셜 라이브도 개최된다고 한다.

역 남광장으로 나왔다.

남쪽으로 가는 길목에 타마 신용금고(たましん)와 미츠이 스미토모 은행(三井住友銀行)의 벽돌 건물이 라이벌처럼 서 있다. 과연 상과대학의 명문이라 은행이 대뜸 있는 것일까?

남쪽으로 나와서 바라다 본, 역사에 그대로 이어져 있는 맨션. 소음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타마 신용금고의 역사 미술관 및 역사 자료실이 함께 있는 건물이었다.

그 오른쪽에는 커다란 맥도날드와 수퍼마켓 세이유(西友)이 보인다.

대로로 내려가면 재미없으니 버릇처럼 뒤쪽 골목길로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상점가가 있었다.

상점가의 이름은 브랑코도오리(ブランコ通り). 그 풍경과 비슷하게 아기자기한 소품과 옷가게들이 많았다.

2층 풍경이 궁금한 작은 카페.

워낙 자그마한 상점가라서 5분도 안 되어 통과했다.

그리고 뒤늦게 대로변으로 나왔는데.. 노점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었다.
오늘 무슨 날인가? 히토츠바시 대학 축제는 2주 뒤였는데..

노점이 서면 항상 줄이 가장 긴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 슬슬 배가 고파온다.

대로 반대편에도 노점이 쭉 늘어서 있었고, 사람도 바글바글했다. 역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한산한 분위기.

예쁘게 생긴 담배가게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저 연기가 폴폴폴 나오는 이펙트가 점멸하는 등으로 귀엽게 연출하고 있었다.

요렇게 다 꺼졌다가

다시 폴폴..

왜 이렇게나 많이 찍은 거지?

중독성있는 담배가게 간판을 뒤로하고 다시 대로로 내려오니 키노쿠니야 수퍼가 보였다.

신주쿠 동쪽출구에 있는 그 키노쿠니야 서점에서 수퍼도 하는 건가 싶어 찾아보니 서로 다른 기업이었다. 서점은 紀伊国屋이고, 수퍼는 紀ノ国屋라고.

보행자 천국(歩行者天国)을 시행 중이라 인도에서 차도로 나와 걸었다. 노점에 둘러싸여 안 보였던, 많은 사람들이 대로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뒤를 돌아 히토츠바시 대학 쪽. 노점 음식을 길에서 먹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길 사이에 있는 오래된 양품점.

양품점 옆 골목의 주택가. 약간 세타가야 구 언덕처럼 고풍스럼고 이쁜 집들이 많이 보인다.

30분 이상 걷고 나서야 이 마츠리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제 55회 쿠니타치 가을의 시민 마츠리라고.

여기가 히토츠바시 대학 입구인 듯 하다.

좀 더 걸어가고 있나니 공연 행렬이 지나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마츠리가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그룹들이 행렬을 이루어 행진을 시작하고

동네마다 마츠리 의상을 따로 맞춘 것인지 가지각색이었다.

일본에 살면서도 마츠리를 본 적이 거의 없었던지라,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행렬에 젊은 사람 비율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벌써 먹었어?(もうたべた?)라는 간판. 괜히 뭔지 신경쓰인다.

한국 가정요리 서울가? 서울야? (ソウル家)

노점 말고도 각종 사회단체들의 부스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동학대를 방지하자는 오지랖화(おせっかい化) 계획 캠페인.

수화를 해 보는 부스.

젊은이도 고령자도 안심할 수 있게 연금을 올리자는 부스(왜인지 아무도 없지만..)

쿠니타치 시 상공회 청년부 텐카이치(天下市).

사회단체 외에도 지역에 기반을 둔 가게들이 하나씩 부스를 내는 것도 보기 좋았다. 이삿짐센터 야나기.

향과 초를 팔던 세레모아라는 회사 부스인데, 찾아보니 장례식장이라 고개를 끄덕했다.

재작년 쯤 로손에서 열풍이 불었던 겉바속촉 끝판왕 까눌레.

푸아그라 교자!?

살짝 배고픈 시간대라 그런지 부스마다 인산인해였다.

일본의 축제에서 이제 한두 곳씩은 꼭 있는 한국음식 부스.
떡볶이(トッポッキ), 김말이(ギムマリ), 김밥(キンパ)까지 다 있다.

김말이는 왜 탁음이 붙었을까?

상당히 궁금했던 완탕 가게.

평화로운 주말 오후 그 자체.

이렇게나 큰 규모에 많은 부스가 행사를 따라다니는 전문 노점이 아니라 지역 자체에서 준비해 나온 부스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축제에 익숙해 있는 분위기랄까?

따뜻한 햇살 밑에서 나들이는 즐기는 가족이 많았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나타나 놀랐던 최애의 아이 / 기동전사 건담 수성 시드 뽑기 할아버지.....(..)
아니 뭐 평화를 깨는 건 아닌데 저 인형을 대뜸 짊어지고 가시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아까 멀리서 봤던 '벌써 먹었어?' 간판의 정체는 가라아게였다.

해가 기울어가고, 여러 노점이 불을 밝히기 시작.


공연도 좀 더 본격적이 되어갔다.

축제 분위기도 무르익어갔다.

오도리야 MIX(踊りやMIX)는 어떤 단체일까?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다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모스버거에서 쉬기로 했다.

메뉴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3DS의 엇갈림 통신(すれ違い通信)의 초록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소챠루 씨는 사람은 냥코 대전쟁을 즐기며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저도요..

확실히 맥도날드와는 격이 다름을 보여주는 모스버거.

야재도 칼질이 다르다.

아픈 다리가 녹아내리는 듯한 커피와 버거. 글을 쓰는 지금 너무 먹고 싶다.

그냥 고즈넉한 동네 거리나 구경할까 했는데 신나게 구경하고

조용한 이 동네에도 스낙쿠가이는 있었다. 저녁 약속만 없으면 한 곳 들러볼 텐데..

이탈리아 풍 스파게티 이탈리아 꼬마(いたりあ小僧)

저런 오래된 간판인데 내부는 또 널찍하고 깨끗해 보였다.
와오 이런데 찐 맛집인데 모스버거를 먹다니..(맛있었지만.) 2층의 에도마에 스시집 낚싯배(つり舟)도 맛있을 것 같다.

건너편에는 도쿄 서부에 많은 이자카야 체인 이나카야(庄や)가 있었다.

자주 볼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의 맨션.

역 근처로 오니 맨션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다른 타마 지역과는 또 다른 쿠니타치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굳이 꼽아보자면 코가네이 시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든다.

각진 건물의 창문 사이로

한국요리 다이닝 바 BIN'S 가 있었다. 어떤 요리를 팔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상당히 깔끔한 차림상이 돋보여서 한 번 꼭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역 앞으로 돌아오니 어스름하게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높은 건물이 적당히 있어서 하늘이 더 높아보이는 풍경의 쿠니타치 역.

구 역사건물이 랜드마크의 역할을 한다.




역 다 와가서 발견한 고서, 고미술점 미사쿠사(みさくさ) 고가품 전문점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안내판을 본 가을의 시민 마츠리.

돌아오는 길에 구 역사건물의 홍보관도 들러보았다. 쿠니타치 시 캐릭터 쿠니냥 인형.

수채화로 그린 지도. 도립국립고교(都立国立高校)가 뭐지? 하고 한참 생각해다가 도립 쿠니타치 고교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보니 쿠니냥은 구 역사를 그대로 고양이로 만든 디자인이었다.

동네 모두가 아늑해보이고, 마치 이 곳이 일본의 중산층이 사는 곳입니다~ 하는 것처럼 건강해 보였던 거리 쿠니타치. 굉장히 인상적인 무언가는 없지만 봄이나 가을에 한 번 거닐어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이대로 타치카와에 가자니 시간이 조금 일러서 뚜벅이 근성이 발동, 쿠니타치 시를 횡단하게 되는데..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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