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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라멘탐방기

(번외편) 도쿄도 고쿠분지 시 혼쵸의 수타우동/소바 진고로(甚五郎)

by 대학맛탕 2024. 12. 27.

 

지난글보기<<< 도쿄도 타치카와 시 시바사키쵸(柴崎町)의 라멘 스퀘어(ラーメンスクエア)


춥지만 맑은 겨울날, 주오 선(中央線)  고쿠분지 (国分寺) 역으로 나들이를 갔다. 
쿠니타치 역(国立駅)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가고, 높디높은 쌍둥이 타워맨션이 반겨주었다. 

 
 역 북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니 면 식당 쿠니오(麺食堂くにを) 라는 곳이 있어서 약간 줄을 서고 들어갔다.

그런데 식권을 뽑으려고 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라멘이 1,100엔이었다. 개인적으로 라멘은 1000엔 이하의 원가 내에서 승부하는 요리라는 지론이 있는 지라 관두고 다른 곳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한 번 관두고 나면 결정하기가 여간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걸어서 둘러보니 아기자기한 맛집들이 많아서 역시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디나 다 맛있어보여서 좀처럼 고를 수가 없어 곤혹스러웠다.

 

지역맛집의 포스를 뿜고 있는 사누키 우동집.

 

황금빛으로 빛나는 간판의 탄탄멘집과 

 

위 사진에서 사람들이 줄 서있는 일본풍 양식집.

 

아담하면서도 나름의 특색이 있어 보이는 또다른 양식집.

 

 

 

 

 

 

 

아무데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반대편의 조그마한 스낵바가 늘어선 길목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길목 끝에 상당히 눈길을 끄는 이자카야가 보였다. 여러 옛날 간판들을 정신없게 붙여놓은 외부 인테리어가 인상적으로, 붙어있는 브랜드의 종류도 여러 산업에 걸쳐 있다.

 

그냥 알아본 것은 일본의 에프킬라 킨쵸루(キンチョール), 오뚜기 케첩 카고메 소스(カゴメソース) 정도로 니혼슈 다이세츠잔(大雪山)은 자주 본 것 같아서 검색해 봤으나 1981년 폐업해서 이제는 없는 술이라고 한다. 토요타 홈 펌프(トヨタホームパンプ)가 있는 것은 그 토요타 차동차가 예전에 다른 사업이라도 했던 것일까..?

 

도대체 뭘 파는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어 보여서 들어가기로 결정. 입구 오른쪽의 '수타 우동(手打ちうどん)', 옛날 소바(田舎そば) 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소바 우동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윗 사진을 보니 간판 자리에 '수타 우동 자가제면(自家製麺)' 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이제야 보인다. 다만 역시나 처음 보는 사람이 알아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가게 내부도 엄청난 레트로 소품이 가득했다. 메뉴도 다양해서 제대로 된 맛집을 발견했다는 예감. 

 

왼쪽에는 홉삐(ホッピー)를 센스있게 장식해놓기도 했다.

 

술을 먹을 것도 아닌데 술 메뉴부터 펼쳐본다. 오우메 시(青梅市)에 있는 300년 된 주조장에서 만드는 사와노이(澤乃井) 의 다양한 라인업이 있었다.

 

글자로 쓰여진 우동 메뉴. 이 메뉴를 보고 나서야 주위를 돌아보고, 여기가 무사시노 우동 스타일의 엄청 굵은면의 수타우동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약간은 가게 풍경을 구경하는 셈치고 들어왔는데 가장 좋아하는 무사시노 우동이라니, 제대로 골랐다는 예감이 든다.

 

고기 우동(肉うどん)을 주문하고 다양한 메뉴를 보며 기다린다. 소바차맛 소주(焼酎そば割り)라니 이것도 너무나 궁금했으나, 저녁에 술약속이 있어서 겨우 참아냈다.

 

평일 한정으로 저녁 5시 이전에는 붓카케 우동이 600엔. 면 700그람까지 무료라니 지역과 함께 가는 착한 가게란 이런 것이다. 그나마 계속 500엔이었다가 최근에 600엔이 된 흔적까지 보인다.

 

그리고 나온 고기우동. 

사진에서 잘 느껴지지 않지만 엄청 크다. 위의 간판으로 볼 때 면은 500그램. 무사시노 우동집은 보통 국물을 츠케멘처럼 따로 내고 이렇게 사발에 담아주는 건 100엔~200엔의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그냥 이 스타일이 기본인 듯. 후술하겠지만 국물맛도 아주 훌륭했다.

 

면발이 제대로 굵으면서 기분좋게 불규칙한 모양으로, 제대로 된 수타우동임을 알 수가 있다.

 

한참 먹는 도중에 그릇을 보았지만 별로 줄지 않은 느낌이다. 고기우동임에도 불구하고 5분 이상 먹었을 때 기름기가 심하게 뜨지 않아 국물이 똑같이 담백하다. 




국물을 다 마셔도 괜찮을 만큼 짜지 않고 담백해서, 이후 정말 멈추지 않고 먹었다. 나중에 가서야 시치미를 뿌려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투하. 환상적이다.

 

정말 맛있었다. 배를 두드리며 위를 쳐다보니 빠지지 않는 레트로 간판의 향연. 

 

 

계산을 하며 점내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젊은 직원 분이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오래전의 히가시나카노(東中野), 무사시코가네이(武蔵小金井) 역 간판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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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워낙 많아서 사람이 안 나오게 찍으려니 비슷하게 천정만 찍는 셈이 됐다.

 

들어갈 때의 설레임과 정겨운 내부 풍경,

타마가와 주조장에서 빚은 니혼슈,

무사시노 우동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의 우동,

나오면서 본, 초 신경쓰이는 우동, 소바 반반메뉴!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이제서야 읽은 가게 이름은 진고로(甚五郎). 찾아보니 고양이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정겨운 스낵바 거리도 궁금해서, 다음번엔 저녁에 와서 니혼슈를 함께 즐긴 뒤 스낵바에서 가볍게 한 잔 하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타우동 진고로는 주오 선 고쿠분지 역에서 도보 6분 거리로, 신주쿠 역에서 주오 선 쾌속이 20분 걸리므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주변 거리도 산책하기 좋으니 제대로 된 수타우동과 니혼슈를 맛보러 한 번 가 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