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불이 나도 멈출 수 없는 라멘 지로(ラーメン二郎) 신주쿠 오타키바시도오리점(小滝橋通り店)과 그 방계들
라멘 탐방기를 쓴 것이 무려 4개월 전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6월부터 운동을 조금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해서 라멘을 워낙 안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지났을 줄이야.
오랜만에 타치카와에 나가서 반나절 실컷 공부도 했겠다, 오랜만에 라멘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했다.
타치카와 어반 호텔 1층에 있는 라멘 스트리트(딱히 이름은 없지만 이렇게 모인 곳을 으레 그렇게 부르니 대충 붙였다.) 네 곳의 라멘집이 입점해 있다. 카노 에이코(狩野英孝) 때문에 라멘 츠케멘을 보면 왠지 보쿠이케멘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입구에는 간판 메뉴를 보기좋게 딱 정리해놓고 있다.
4곳 뿐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어디가 어딘지 잘 구분이 안 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치죠류 간코 라멘(一条流がんこ), 타치카와 마시마시(立川マシマシ), 멘도코로 이노쇼(麺処 井の庄), 멘야 탓토비(麺家 たっとび)이 입점해 있다.
잔뜩 줄 서 있는 곳은 타치카와 마시마시로, 지로 인스파이어 계열이다. 지로 계열에 관해서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를.
일단 탐색전에 들어갔다. 먼저 멘도코로 이노쇼.
츠케멘이 주력인 곳으로, 매운 츠케멘은 컵라면까지 낼 정도로 인기가 좋은 모양이다.
일단은 가장 크게 어필하고 있는 부타이노지(豚イノジ) 를 점찍어 두기로 했다.
줄이 워낙 길어서 그냥 자판기만 보고 넘어가기로 한 타치카와 마시마시. 거대한 네기 토핑이 좀 신경쓰이기는 한다. 다음에 조금 이른 시간에 한 번 와보야겠다.
간코 라멘은 처음 보는 유파라서 어떤 스타일인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쇼유 라멘이 있고, 맑은 국물과 탁한 국물이 있는데 선택이 아니라 별도 메뉴다.
오늘의 탁한 국물은 1300엔. 길 가다 보이는 한 가게가 이런 곳이라면 오 신박한데 하면서 들어가지만, 어느정도 맛이 예상되는 다른 세 곳에 비해 뭔가 모험을 해야 하는 느낌이라 일단 넘어갔다.
요코하마 이에케는 아주 심플하게 특제, 올스타 등등의 구성이었다. 면 리필이 100엔인 점은 좀 특이한 옵션인 듯. 다만 요코하마 이에케는 국물과 밥의 조합이 환상이기 때문에 토핑을 화려하게 올리지 않아도 된다.
요코하마 이에케도 땡겼지만 아까 본 부타이노지의 인상이 강력해서 멘도코로 이노쇼로 결정.
식권을 내고 기다리기 시작.
마늘 넣으시겠어요?(ニンニク入れますか)라고 물어보셔서 반사적으로 네! 하고 대답했다.
지로 인스파이어 계열에서 물어볼 때는 야채 토핑과 등골 기름(背脂 라고 한다) 등의 양을 결정할 때 '마늘 넣으시겠어요?' 하고 물어보기 때문에 여기도 그런 옵션이 있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마늘 넣으시겠어요 인 듯.
기다리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마시마시 쪽이 보인다.
400엔짜리 오리지널 돼지고기 덮밥이 여러 종류 있었다. 애초에 상당한 양의 라멘을 먹으며 이걸 같이 먹을 자신은 없었다.
기다림 끝에 라멘 등장!
그런데.....라멘을 찍은 사진이 무슨 문제인지 하얗게 되어 버렸고, 고로 전체의 라멘 사진이 없다. 딱 내어왔을 때의 풍모는 지로 계열 라멘과 꽤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쨌든 부분 탐색. 일단 거의 새까만 것 듯한 빛깔의 국물부터 인상이 아주 좋다. 츠케멘을 전문이라 그런지 어개류(魚介類)스프를 아주 진하게 우려내서 블렌딩해서 내놓고 있었다.
마늘은 1큰술 그대로 퍼담아 주시고.
면도 지로 계열에서 쓰는 굵은 면. 꼬불꼬불해서 처음엔 치지레멘인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조금 애매하게 굵은 면이었다. 다만 그 애매한 굵기가 먹기에는 아주 편했다.
모야시(もやし, 일본에서 주로 먹는 굵은 숙주나물)는 토핑 레벨로 들어있었다. 지로 계열에서는 면보다 더 많이 때려넣는 토핑이 무료인데 그런 옵션은 없다. 어개류 국물이 너무 진하고 맛있어서 모야시와의 궁합이 아주 좋다. 다음 번에는 유료라도 모야시를 추가해서 먹고 싶다.
얼음물에 레몬을 넣어놓아서 물 한모금으로 라멘의 느끼함을 리셋하며 먹을 수 있다.
전체 사진이 없어서 그 크기가 잘 전달되지 않지만, 어찌됐든 거대하고 굵은 블럭 차슈.
네 곳 중 멘도코로 이노쇼를 고르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멘야 무사시(麵屋武蔵)같은 츠케멘 전문집은 어디나 이 생선 갈아넣은 어개류 스프가 진하지만, 이 곳도 거기에 절대 빠지지 않는 훌륭한 레벨이었다. 지로 계열과 믹스한 부타이노지도 꽤 신선한 느낌으로 즐길 수가 있었다.
몇 년 전에 한 번 왔을 때는 아예 어개류 스프만을 전문으로 하는 라멘집도 있었는데, (아마도 요코하마 이에케가 있는 자리 같다) 역시 아예 어개류만으로 스프를 만들면 조금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아서, 이노쇼의 이 밸런스는 딱 좋은 듯.
일단 배가 부르고 나니 아까 모험을 회피했던 이 곳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까는 배가 고파서 많이 실패하기 싫은 보수적인 마음이 강해졌던 것 같다.
요코하마 이에케(横浜家家)도 안 먹은 지 오래라서 떙긴다. 배가 4개였으면 좋겠다.
도쿄 라멘탐방기에 요코하마 이에케가 없다는 것을 지금 알았다. 가장 좋아하는 요코하마 이에케인 무사시야(武蔵屋)의 사진들을 좀 발굴해서 다음번에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가게가 있는 호텔 건너편에는 마권을 사서 원격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는 WINS 타치카와(ウィンズ立川)도 있었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치란도 있었다.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18.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라멘 이치란(一蘭) 컵라면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노레일 촬영에 성공했다!
멘도코로 이노쇼는 타치카와역 남쪽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타치카와역은 신주쿠에서는 딱 30분이 걸리고 주오 선 상의 역에서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만큼 볼거리도 있으니 근처에 가신다면 라멘 스트리트에 들러서 맛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 갔던 곳을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서 구글 지도에 대충 立川ラーメンストリート라고 입력해보니, 더 남쪽에 있는 타치카와 라멘 스퀘어라는 곳이 나왔다! 여기는 정말 라멘 스트리트라고 해도 될 느낌으로 꾸며놓았으니 조만간 한 번 취재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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