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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PC엔진] 손손2, 그리고 블랙 드래곤

두릅이 2016.10.04 00:48

이전 손손2 이야기 -  패미컴 키드의 일기장 - 1993.5.6 손손2, 스플래터 하우스 클리어


나의 인생 액션게임이자 인생 게임인 손손2. 인생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알 휴카드만 갖고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구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일본에 자주 오고갈 때는 물량이 많았는데 PC엔진이 없어서 안 샀고, PC엔진을 구한 이후 구닥동 장터에서 종종 봤지만 어째 인연이 없었다. 올 여름 도쿄여행 다녀올 때 쓰루가야에 있길래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고민없이 집어들었다.


집었다 놨다 하기를 수십 번 반복했던 패키지


휴카드 겉면에 프린팅된 일러스트를 볼 때의 설레임은 처음 본 91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92년에 가져왔으니 이제 24년 된 왼쪽의 휴카드. 그래도 이쪽이 정감이 더 간다.


캡콤의 2번째 게임 손손


손손2는 아케이드로 나왔던 손손의 속편이지만, 전작과의 연결고리는 서유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 정도다. 손손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락실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PC엔진으로만 나온 손손2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상한 것은 PC엔진에서 명작으로 회자되는 게임 중에서도 손손2의 이름을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픽, 액션의 재미, 플레이 볼륨 등 거의 독보적인 수준인데 말이다. 


25년 만에 처음 본 매뉴얼. 아이템 소개와 터널 시스템


우선 점프 조작과 배경의 궁합이 매우 좋다. 그냥 누르는 점프와 방향키 위쪽을 조합하는 점프를 통해 점프 높이가 달라지고, 여의봉의 리치에 따른 액션 또한 심오한 편. 그러나 조작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액션 RPG이기 때문에 최대 HP와 MP개념이 있고, 마법은 상점에서 제니를 소비해서 구입할 수 있다. RUN을 눌러 포즈를 건 뒤 방향키를 움직이면 선택하고, Ⅰ버튼과 Ⅱ를 동시에 눌러 시전할 수 있다. 


 복숭아 

  복숭아를 던진다. 수퍼마리오의 플라워와 비슷한 바운드.

 실드

  일정시간 동안 바리어를 친다. 

 폭탄

  폭탄을 투척하여 수직으로 불꽃이 뻗는다. 불꽃이 유지될 동안 닿은 적에게 계속해서 대미지를 준다

 타임스톱

  일정 시간동안 적과 적탄을 모두 멈춘다.

 번개

  화면 전체에 벼락이 치며 큰 대미지를 입힌다


복숭아나 실드까지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적을 공격하는 정도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중요도가 높아진다. 폭탄은 사용하기에 따라 큰 대미지를 줄 수도 있지만 허탕칠 가능성이 있고, 번개와 타임스톱은 강할 뿐만 아니라 어지간히 잘 사용하지 않으면 후반부 보스 스테이지를 넘기기가 거의 힘들 정도다. 



적을 처치하거나 맵 상에 등장하는 항아리를 부수면 랜덤하게 과일(돈)과 열매(점수), 아이템이 떨어진다. 적에게서는 주로 과일이 떨어지고  항아리에는 돈과 점수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이 들어있다. 해골 아이템은 먹으면 골드가 100 떨어지는데 일부 보스는 해골만 잔뜩 드롭하는 페이크를 걸기도 한다.


상점에서의 아이템 구매가 후반에는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에 돈 관리가 중요하게 되는데, 일정 구역을 벗어나면 적이 리젠되기 때문에 액션 RPG처럼 반복 사냥으로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일한 적을 2회 이상 처치할 때는 그다지 재미를 볼 수 없도록 처리가 되어 있고 스테이지를 빨리 클리어하면 보너스로 돈을 줘서 양 쪽의 밸런스를 맞췄다. 시간을 오래 끌면 보너스 금액이 작아질 뿐만 아니라 먼치킨 적까지 등장해서 죽을 위험이 생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아이템이 거의 유일하게 손손에서 계승된 요소라는 점이다. 과일들은 물론 우리에겐 1942에서 익숙한 Pow아이템도 있고, 캡콤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돌개바람(やしち, 구글링 결과 일본의 60년대 시대극인 '미토코몬'의 주인공 중 하나인 '풍차의 야시치'의 상징적 물건이라 한다.)도 보이는데, 이는 캡콤의 여러 게임에서 보너스 형태의 아이템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손손2에서는 최대HP를 늘리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손손2가 명작인 가장 큰 이유는 절묘한 레벨 디자인과 이 스페셜 아이템들의 조합이다. 


 아이템명

 설명 

 비고

 열쇠

 보스방 문을 열어준다. 찾지 못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없다.

  항아리에서 랜덤 드랍

 램프

 게임오버 시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상점에서 판매하나 구매 시마다 가격이 상승. 후반부에 드랍되기도 함. 

 괴력의 장갑

 숨겨진 길을 뚫어준다. 

  짝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고 홀수 스테이지에서는 상점 판매. 

 돼지고기 만두

 저팔계가 가장 좋아하는 것.  

  맵 도중에 출현하는 저팔계에게 주면 아이템 획득. 근데 돼지고기!?

 근두운

 보스전에서 공중 이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짝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고 홀수 스테이지에서는 상점 판매. 

 표주박

 HP가 0이 되면 일정량을 회복해 준다. 

  짝수 스테이지에서 드랍되고 홀수 스테이지에서는 상점 판매. 

 마법의 옷

 어느 적으로부터 대미지를 반감한다. 

  ...라고 써있지만 나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오이

 사오정이 가장 좋아하는 것. 

  맵 도중에 출현하는 사오정에게 주면 아이템 획득. 


기본적으로 길찾기를 잘 하지 않으면 클리어가 어렵고, 보스전이 액션 실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템과 마법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괴력의 장갑은 5회까지 숨겨진 길을 뚫을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인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초중반 골드 수급과 여의봉 업그레이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5스테이지에는 사용하지 않으면 클리어 자체가 불가한 퍼즐도 존재하며, 골드를 잘 계산해서 근두운을 사 두지 않으면 아무리 프로게이머라도 금각 대왕을 이길수가 없다. 초반엔은 여기저기 헤매면서도 그럭저럭 클리어가 가능하지만 후반부에는 지도를 모두 꿰지 않으면 절대 클리어할 수 없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일부만 소개된 적 캐릭터들. 하단의 보스 중 나찰녀가 가장 강력하다. 공략을 알아도 못 깰 때의 그 좌절감이란..


PC엔진이라는 제한적인 시장에서 어떻게 이런 퀄리티의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인생 게임이기에 5년 전 쯤 카미야 P에게 물어봤더니 '아 그거? 알맹이는 블랙드래곤인 녀석..'이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바로 버추얼 콘솔로 구매했다. 플레이해봤더니 왠걸, 버그까지 재현되어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몇판 해 보고 캡콤 초기 특유의 고난이도에 좌절..아케이드라는 플랫폼의 특성 상 RPG요소를 다 살리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손손2는 가정용 전용인 만큼 그런 요소를 최대한 살렸다.


모서리에 걸리는 버그까지 손손2와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NEC어베뉴와 합작한 것으로 보인다. 오카모토P는 왜 캡콤 표시가 안 되어 있는 걸까?


예전에 엔딩을 볼 때 오카모토 요시키씨가 프로듀스했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번에 구매 후 매뉴얼 뒷면을 보니 야스다 아키라(통칭 akiman, 파이널 파이트와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 디자이너)씨에게도 Special thanks 가 있었다. 트위터로 사진과 함께 물어보니 '이미 저편으로 날아간 기억이지만, 하긴 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오늘은 체력이 고갈되어 영상으로 대체하고, 다음번에 스테이지 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사실상 필자가 하려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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