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발매된 지 2주가 지났다. 일본에서의 첫 주 패키지 판매량은 26만장으로, 전작 리메이크의 70만장보다 절반 이상 하락한 성적이고, 9개월 전 발매된 FF16의 33만장에 비해서도 낮다. 발매 직전 메타스코어 93점을 획득했을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기대치를 훨씬 밑돌았다고 봐야겠다.
>> 메타스코어 93의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과연 얼마나 팔릴까? 읽기
지난 포스팅에서 FF리메이크 공략집의 판매순위를 들어 리버스를 플레이하고자 리메이크를 시작한 유저가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지만, 너무 작은 모수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올바른 지표는 하드웨어 판매량으로, FF7 리버스가 발매되기 전 주보다 15% 증가했다. 증가하긴 했지만 하드웨어 판매량이 인상적으로 상승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3부작의 2편이라서, 보급대수가 적은 PS5로만 발매되어서 덜 팔렸다는 가설도 검증해 보았다. FF7 리메이크 발매 시점 일본의 PS4 보급대수는 약 900만대로 첫 주 7.8%의 플레이어가 구매했지만, FF7 리버스 발매 시점의 PS5는 530만대로 4.9%의 유저가 FF7 리버스를 구매했다. PS4의 원숙기였음을 생각하면 FF7 리메이크의 판매량이 생각보다 낮았고, 그에 비하면 FF7 리버스는 3부작의 2편임에도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큰 것을 간과했다. FF리메이크가 PS PLUS 무료게임으로 이미 배포된 적이 있다는 것. 리메이크의 글로벌 판매량은 700만장으로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이 플레이했을 것이므로 FF7 리메이크보다 6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전작에 비해 판매량이 35% 하락했던 영국보다 일본이 더욱 낮아진 셈. 유럽/북미의 콘솔게임 유저 비중이 일본보다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일본에서의 FF이기에 인상적이다.
지난 포스팅에서 1주차 판매량을 보고 다운로드 수치를 합한 일본 판매량을 40~50만장으로 추정한 바 있다. PS4와 달리 PS5는 다운로드 전용 머신이 있기도 하고, 그때문에 PS5 패키지 게임들의 판매량 자체가 낮기 때문에 이미 상당수가 다운로드로 사고 있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스퀘어에닉스의 2024년 3분기 결산자료를 보면 일본 기준으로도 총 판매량 대비 다운로드 게임 판매량의 비율이 71.5%나 된다.
이 비율대로라면 FF7 리버스의 판매량은 80만장 후반까지 올라가지만, 발표의 다운로드 수치는 각종 할인판매 등을 모두 합친 숫자이기 때문에 FF7 리버스의 다운로드 판매율로 볼 수는 없다. 보수적으로 잡아서 다운로드가 30%라고 가정하면 37만장이고, 50%로 잡으면 52만장이 된다. 다운로드 판매비중을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역시 40만장에서 50만장 사이로 예상한다.
판매량 덕후로서는 PSN 다운로드 판매수치좀 공개하면 안되는건가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이미 판매된 게임의 평판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고, 나중에 세일 등으로 재판매할 때도 불리할 테니 공개하지 않는 것일 듯.
그리고 어제, FF7 리버스의 일본 2주차 판매량이 집계됐다. 2만 4천장.
90% 이상 하락한 수치로, 아까의 환산표에 넣어서 아무리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100만장이 되지 않는다.
FF13이 2일만에 180만 장, PS4 4년차에 나온 FF15가 첫 주 69만장을 판매한 것이 까마득한 옛날 일 같다. (매우 옛날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시리즈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발매가 되면 무조건 사는 유저가 줄어들고, 잘 만든 게임이라면 꾸준히 팔리는 식으로 비즈니스가 바뀐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아직 FF7 리버스의 엔딩을 못 보고 있지만, (현재 55시간 플레이) 나는 이 게임의 퀄리티에 대한 확신이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최종적으로는 FF16보다 많은 판매량을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로미터 중 하나는 올해의 게임이 될 지의 여부다. 프롬 소프트웨어가 엘든링 확장팩으로 쉬어가는 해이고, 닌텐도도 아직까지는 마리오나 젤다 급의 신작을 낸다는 소식이 없다. FF7 리버스가 올해의 게임이 된다면 그것을 기점으로 PC판의 높은 판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소프트가 9800엔이었던 슈퍼패미컴 시절과 5800엔이었던 PS시절, 파이널 판타지는 그래픽의 수준은 물론이고 스케일 측면에서도 여타 경쟁작을 압도했지만, 가격은 고작 2000엔 남짓 비싼 정도였다. 게이머들은 아무 고민없이 파이널 판타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는 오랜만에 그 시기와 같은 스케일과 퀄리티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엔딩에서 무언가 크나큰 배신을 때린다면 추가글로 의견을 덧붙이겠다.)
FF시리즈 역대 최고의 메타스코어를 기록한 만큼, 꾸준한 판매를 통해 의미있는 판매량을 달성하기 바란다. FF7 시리즈마저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지 못한다면 시리즈의 명맥은 물론, 우리가 좋아하던 JRPG는 정말 한 때의 영광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클리어 후 추가)
마지막 보스전 4트라이를 포함해서 85시간 플레이. 동트로피만 39개에 55% 달성이니 야리코미 없이 평균 플레이로 이 정도 걸리는 듯.
이 포스팅을 작성할 때가 40시간 정도 플레이했을 때인데, 나머지 45시간은 예상을 더 뛰어넘는 스케일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아마 어떤 세계선이라도 이 이상의 리메이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만들어 낸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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