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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서부 이야기

케이오 하치오지 쇼핑센터 폐점, 29년 만의 휴식?

by 대학맛탕 2024. 4. 19.

2023년 말, 케이오 하치오지 쇼핑센터가 2024년 3월 말로 폐점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출처:케이오 전철 공보자료(https://www.keio.co.jp/news/update/news_release/news_release2023/nr20231215_hachiojisc.pdf)

 

케이오 철도 주식회사(京王鉄道株式会社)의 공고에 의하면 폐점 이유는 건물의 대규모 기간시설의 갱신 공사. 1994년 9월 15일에 지어진 이 쇼핑센터는 지상 12층 지하 2층의 상업시설로, 30년 동안 케이오 하치오지 주변의 상권을 책임져왔다. 일명 K-8(케이하치) 라고도 한다. 

 

 

나만의 힐링 스페이스, 케이오 하치오지(京王八王子)역 주변

2017년 처음 하치오지 역에 갔을 때부터 주말의 힐링스팟으로, 남다른 애정이 있는 곳이다.

하치오지에 갈 때는 항상 케이오선을 탔었던지라 4년 간 거의 관문처럼 지나온 곳이었다. 

주말의 케이오 하치오지행 열차는 항상 한산하고 고즈넉하다

 

 

이 쇼핑몰이 보이는 미스터도넛의 창가자리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많다.

기간한정 메뉴도 먹고

 

때로는 하루종일 공부할 요량으로 식사 메뉴를 함께 시키고

 

 

급하게 로맨싱 사가 시리즈를 해봐야 할 일이 있어서 3기종 버전을 동시 플레이!!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역 바로 옆 블럭에는 라멘집이 5곳 늘어서있는 은근 라멘의 격전지. 다음 라멘 탐방기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만화책이 잔뜩 꽂혀있는 스파게티집 피아피아(PiaPia)

 

후지산에 다녀올 때 우연히 들른 이후, 하치오지에 가면 꼭 찾는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 이치방.

 

코로나 시작 직후의 케이오 하치오지 쇼핑센터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인 2020년 1월, 처음으로 쇼핑센터 위층에 올라가봤다가 너무 재미있는 시설이 많아서 놀랐었다.

한 층의 절반을 채우는 타워레코드가 있었다. 청음시설도 많고, 아티스트의 사인회나 미니콘서트도 한다.

 

 

같은 층에 있는 케이오 트레인 파크도 놀라웠다. 대규모의 철도 모형 상점인데, 매장 한 켠에 이런 미니어처 철도를 꾸며놓고 케이오선을 달려볼 수 있었다. 자기 열차를 가져와서 달리며 사진을 찍는 마니아 분들도 보였다.

 

 

 

미니어처를 달리는 열차의 모습이 장관이다.

 

대형 악기점도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의 스트라토캐스터. BOOWY를 즐겨듣게 된 이후로는 텔레캐스터가 더 좋아지긴 했지만 이 모델만큼은 갖고싶다.

 

20대에 자주 퉁겼던 에피폰 레스폴 스탠다드. 그때 한 20만원 중반정도 했던 것 같은데. 

 

페르난데스 히데 옐로우하트 모델..의 미니 버전.

왼쪽의 비씨리치도 한국 판매사이트가 생겨서 자주 구경했었는데, 히데와는 관계가 있었던 걸까?

신품, 중고 게임샵을 겸하는 체인점 게오(GEO) 매장도 있었고

 

게임 공략본 코너도 있어서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탐독을 시작.

제노기어스 메모리얼 앨범..?

 

 

모든 대사가 수록된 책인 모양이다. 20여년 전에 게임문화에서 파이널 판타지 8과 9를 이렇게 해서 낸 책이 있었다.

다시 보니 이 책 갖고 싶네.

 

바로 이웃하는 곳에 애니메이션 굿즈 전문점인 아니메가도 있었다.

이 곳 이외에는 본 적이 없는데, 게오 계열에서 운영하는 매장일까?

 

하치오지를 자주 가게 된 것은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려면 신주쿠냐 하치오지냐 했던 것이 계기였으나, 이 정도라면 아키하바라를 대체할 수준이었다. 아마도 그 뒤로 더 자주 가게 된 것 같다.

 

 

 

폐점 한 달 전의 케이하치 쇼핑센터

그리고 바로 한 달 전, 이제 없어지면 못볼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번 들렀다.

 

평소와 같아보이는 케이하치 쇼핑센터이지만

 

입구에 폐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 정말 없어지는구나..

 

밖에서 볼 때는 이미 위층 불이 다 꺼져있어서 매장들이 어떻게 되었는 지 한 번 올라가봤다.

케이오 트레인 파크도 영업종료 안내가 붙어있었다. 

 

이것들이 다 없어진다니..너무 아쉬웠다. 이 정도면 거의 문화재인데..

 

 

...는 아쉬움에 카운터에 가서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니, 다행히도 JR 하치오지(JR八王子) 역의 역사 쇼핑몰로 이전한다고 한다! 다행이다!

 

헌데 JR역으로 옮기면 이런 것들은 다 어떻게 되는거지? JR 역사에 케이오 트레인 파크라니 묘한 위화감이 든다.

 

악기점도 폐점 세일 안내가 붙어있다. 여기 음악 교습소도 있는데..

 

 

하지만 10퍼센트밖에 할인을 안 하는것을 보고 조금 감이 와서 물어보니, 이 곳 역시 JR 하치오지 역 쪽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타워레코드는 역시..

타워레코드 사진이 너무 많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나눴다.

 

굿바이 타워레코드 하치오지!

 

 

 

앞으로의 케이하치 쇼핑센터

쇼핑센터 폐점 소식을 알게 된 후부터 여러번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어떤 기사든 '폐점' 이라는 표현 이외의 내용이 없었다. 사실 대규모 리뉴얼이나 재건축이면 기사도 그렇고 건물에 엄청 시끌벅적하게 홍보를 할 일인데, 위의 사진들에서도 아무런 안내가 없다.

 

반면 '철거' 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있는 것과, 건물의 기반시설을 갱신한다는 것은 무언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같기도 한데.. 일본의 잡지들이 '휴간'을 공지하고 실제로 폐간하는 케이스가 좀 있기도 하지만, 일일 이용자가 4만 6천명이나 되는(2022년 통계, 케이오 신주쿠역은 61만명.) 역사 쇼핑센터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도 좀 상상하기가 어렵다.

 

 

궁금해서 계속 검색을 하다가 2023년 3월에 하치오지 중심 시가지 활성화 기본계획'이라는 자료까지 보기에 이르렀다. 

156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PDF. (출처: https://www.city.hachioji.tokyo.jp/kurashi/sangyo/003/hatioujichuusinn/p031516_d/fil/chukatsukeikaku_2_240105.pdf)

 

먼저 중심지역(하치오지역) 시민이 이용하는 쇼핑 및 음식점 비율.

케이오 하치오지역 주변이 5.7퍼센트라니 지금까지 버틴 것이 용할 정도다.

 

 

 

다음은 중심지역 이외 지역의 쇼핑 및 음식점 이용률. 하치오지가 워낙 큰 지역이라 하치오지역 이외의 거대 쇼핑센터가 높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쳐도 케이오 하치오지는 1.2퍼센트로 거의 쇼핑센터의 의미가 없었다. 통계로 보니 더 체감됐다.

 

 

케이오 하치오지(京王八王子)로 문서를 검색해도 대부분 JR하치오지 역과 함께 기술된 내용이었고, 주변을 활성화하고 니즈를 다양화하는 등의 추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도 2040년을 목표로 정비해 나간다니 케이오 하치오지역도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아쉽지만 29년 간 수고했으니 잠시 쉬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이 풍경을 보면서 힐링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재개장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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