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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근교여행

타워레코드 하치오지점에서의 마지막 음반 구매. Light Mellow 카도 아사미(門あさみ)

by 대학맛탕 2024. 4. 20.

 

지난글보기<<< 케이오 하치오지 쇼핑센터 폐점, 29년 만의 휴식?

첫 번째 라멘 탐방기에 이어 다시 쵸후 시로 돌아왔다.

 

2023년 3월의 타워레코드 하치오지점

2023년 봄, 하치오지에 간 김에 오랜만에 들렀다. 그동안 레코드만 있고 CD화 되지 않았던 카도 아사미(門あさみ)의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에서 주문하면 다음날 집으로 배송되지만, 가능하면 이렇게 외출하는 김에 들러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라이트 멜로우 카도 아사미. 시티팝 팟캐스트 샬롱 도쿄 에이티즈에서 들었던 미스트레스(ミストレス, 테이프 재생영상 링크)라는 곡이 시디도 없고 유튜브도 없어서 너무나 찾아 해맸었기에, 이 앨범의 발매소식에 열광했다.

 

그 날 매장에 재고가 없었서 힐링하러 한 번 더 오기로 하고 그대로 예약주문을 했다. 아마존에서 보고 오프라인에서 예약하는 시대역행적 쇼핑. 일본은 이렇게 종이에 무언가를 써 주는 주문방식이 아직도 꽤 남아있다. 이제 거의 없지만.

 

예약주문서를 받은 뒤 매장을 좀 더 돌아본다.

 

불과 1년 전인데도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 2001년 타워레코드 신촌점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그런 풍경이다. CD플레이어와 버튼이 달린 시음기(?) 청음기(?) 주크박스(?) 도 그대로. 

 

 

20대에는 삼성역 코엑스몰에 있는 음반가게 많이 갔었는데.. 아 이름이 뭐더라. 뭐더라.. 아 에반 레코드!

그것도 너무 오래되서 자세한 풍경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규모를 보니 그 때도 떠올랐다. 

 

위의 기억들보다는 최근이지만, AKB48이 아직도 있어? 하면서 깜짝 놀랐다.

 

신보도 있다. 생각해보니 홍백가합전에는 꼭 출연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더 놀랐다! 하로프로와 모닝구 무스메가 아직도 있었다니 허허..

 

퍼니 몽키 베이비즈(FUNNY MONKEY BABYS)라는 밴드가 하치오지 출신이어서 이 타워레코드에는 관련 앨범과 굿즈가 항상 전시되어 있다. 도쿄 돔 콘서트까지 했던 거물 밴드. 약칭은 ファンモン.

 

하지만 하치오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라면 역시 아라이 유미(荒井由実), 혹은 마츠토야 유미(松戸谷由美). 데뷔한 지 이미 50주년을 넘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여왕, 아니 여제. 

 

일명 유밍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사람의 고향이 하치오지로, 하치오지 역에서 10분 쯤 걸어가면 생가인 아라이 포목점(荒井呉服店)이 지금도 영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타워레코드 하치오지점에도 항상 잘 보이는 곳에 유밍의 앨범이 전시되어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나오는 노래 루즈의 전언(ルージュの伝言)은 본래 유밍의 1975년 노래로, 1989년에 애니메이션에 사용되어 다시한번 히트한 곡. 하라다 토모요(原田知世)의 데뷔 영화이자 데뷔곡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도 유밍이 작사, 작곡했다.

 

그 유명세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지만, 김윤아의 솔로 1집 타이틀곡 '봄날은 간다' 를 작곡하기도 했다.

 

 

 

시티팝이 대중화된 시기인지라 매장 한 켠에 아예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이와사키 히로미(岩崎宏美),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 , 핑크 레이디(ピンクレイディー) 처럼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거물 아티스트는 물론, 이시카와 히데미 (石川秀美) , 아그네스 장 (アグネス・チャン), 사카키바라 이쿠에(榊原郁恵)같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티스트의 앨범도 모여있다.

 

시티팝의 대부 오오타키 에이이치(大滝詠一) 앨범 코너. 대표 앨범은 A LONG VACATION(일명 ロンバケ)으로, 1982년 처음으로 발매된 CD 앨범이기도 하다.

 

섬네일 그대로 여름의 청량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곡. 한 번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기무라 타쿠야와 마츠 다카코가 주연한 롱 베케이션과 이름이 같지만 직접 관련은 없지만, 재미있게도 그 이후에 두 배우가 다시 호흡을 맞춘 러브 제너레이션(ラブ・ジェネレーション)의 주제가를 오오타키 에이이치가 만들고 불렀다. 곡 제목은 행복한 결말(幸せな結末).

 

오메가 트라이브(オメガトライブ)의 보컬이었던 카를로스 토시키(カルロス・トシキ)와 시티팝의 여제 요시다 미나코(吉田美奈子)의 앨범도 보인다. 요시다 미나코는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앨범에도 많이 참여했던 아티스트.

 

 

 

2024년 2월의 타워레코드 하치오지점

그리고, 폐점을 앞둔 타워 레코드 하치오지점.

사실 2023년에 와봤을 때도 매장은 9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크고 화려했지만, 구경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대로면 폐점할 수도 있겠구나 예상했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1년 전에 비해 한산해졌지만, 아직도 비슷한 분위기의 입구.

 


매장 중간에 들어서니 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사진도 왠지 좀 어둡게 찍혔지만 그냥 내버려둔다.

 

 

 

모르는 아티스트라도 이런 것들이 있으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지견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

 

 

그대로인 청음 코너.


 

물량이 줄기 시작한 J-POP 코너.

 

빈 자리가 보이기 시작한 K-POP 코너. 

고마워요! 사랑해요! 팜플랫이 무슨 AR 글자처럼 보인다.

 

 

온갖 한정판이 다 모여있던 K-POP 코너. 요새 한국에서는 이런거 오프라인에서 팔고 있을까..?

 

이미 이사갔는지 먼저 비워져있던 헤이세이 J-POP, 시티팝, 쇼와 아이돌 코너.

 

 

 

 

그 오른쪽 한 켠의 골든 베스트 코너. 사실 이 정도 대표앨범은 이제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뮤직에서 다 들을 수 있기도 하다

 

 

밴드의 미니콘서트 말고도 데뷔 아이돌의 사인회도 하던 공간.

 

아쉬움을 뒤로 하며 매장을 나섰다.

 

 

굿바이 타워 레코드 하치오지점!

그동안 좋은 음반들을 많이 볼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했습니다.

 

 

 

Light Mellow 카도 아사미

2023년에 예약 구매했던, 카도 아사미(門あさみ)의 앨범. 타워레코드 하치오지점에서 산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라이트 멜로우(Light Mellow)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真夜中のドア/Stay With Me가 수록된 마츠바라 미키(松原美紀). 이후 여러 아티스트들을 거쳐, 드디어 CD도 발매되지 않았던 카도 아사미까지 도달했나 보다. 너무 감사한 일.

 

부클릿에는 각 앨범자켓 이미지와 함께 제목이 있어서 입문용으로 아주 좋았다.

 

 

분위기나 노래 가사가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10년의 활동 중 내놓은 10장의 앨범을 모두 작사/작곡한 싱어송 라이터.

 

나중에 보니 정규앨범들이 전부 복각 발매되서 아뿔싸 했지만, 반대로 그 정규앨범들이 전부 유튜브 뮤직에 올라와서 라이트멜로우가 소장가치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