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정들었던 하드오프 미타카점(ハードオフ三鷹店)의 폐점 소식에 이제 하드오프도 점점 사라져 가는 건가..’하고 우울해하던 2023년 8월, 하드오프의 신 점포 개점소식이 올라왔다.
점포명을 보니 코마가와 점(高麗川店)이라고 한다. 그런데 잠깐, 이걸 코마가와라고 읽나? 하는 궁금증과 함께 어디서 많이 보던 한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짐작이 가면서도 혹시 몰라 한자를 읽어보니 고려강. 혹시 여기 한국과 관련된 걸까? 하고 검색해보니 고려도 아닌 1300년 전의 고구려인들이 이주해 온 지역이었다!
히다카 시 홈페이지에 의하면, 서기 668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당해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을 고려인(高麗人)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서기 716년에는 관동 각 지역에 살고 있던 고려인 1,799명이 지금의 코마가와 근처에 모여 고려군 (高麗郡) 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1200년 간 지속된 고려군은 1896년(메이지 29년)에 이리마 군(入間郡)에 편입되어 그 이름은 사라졌다고.
고려인이라고 하니 대략 고려시대 사람들이 건너갔다 싶었는데, 세상에 고구려인이라니! 고려는 많이 봤어도 고구려의 한자가 高句麗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드오프 방랑은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들떠있음)
히다카 시 홈페이지에는 그 밖에도 자세한 역사와 아직 남아있는 유적을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꼭 살펴보시기 바란다.
코마가와 역은 JR하치오지(JR八王子) 역에서 하치오지와 카와고에(川越)를 연결하는 JR하치코선(JR八高線)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하치코센에서 오우메선(青梅線)으로 환승하는 하이지마(拝島) 역은 종종 가 본 적이 있지만, 여기까지 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주쿠역에서 가려면 1시간 19분쯤 걸린다.
코마가와 역 도착. 하드오프로 이어지는 역사는 항상 단촐한 광장이지만, 역사를 알고 도착하니 남다르게 보였다.
당장 북광장의 조형물부터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 아로새겨져 있다. 하늘도 높고, 유달리 벅찬 이 기분. 유홍준의 '나의 한국문화답사기 일본편'도 갑자기 읽어보고 싶어진다. (라기보다 지금 글을 쓰며 떠올랐다.)
역시 고구려 후예의 거리답게 역을 나서자마자 한국 음식점이 있었다! 기왓장까지 잘 꾸며놓은 걸 보면 오래된 지역 맛집인 모양.
...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요기 산쵸메의 한국문화원 건너편에서 동일한 간판과 인테리어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체인점인 듯. 나중에 시간이 되면 추가로 좀 살펴보겠다.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덧글 부탁드린다.
상당히 먼 곳이라 아침일찍 출발했더니 되려 개점시간도 되기 전에 도착해 버렸다.
하드오프가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 야오코(YAOKO)로 일단 입장. 커피숍에 들어가기엔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으나 마침 도토루 자판기가 있어서 100엔의 여유를 맛보았다.
커피를 마시다 딴생각이라도 했는지, 입구와 주변경관 사진이 없다. 바로 매장 안으로 돌격.
아직 정식 오픈도 아니고 오픈 준비중인 상태라서 물량이 부족할까 하는 우려는 잠시, 도쿄 중심에서의 거리와 물량이 비례하는 하드오프의 법칙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처음 본 마리오파티 어드밴스. 2인용까지 된다고 하니 통신대전 케이블을 쓰는 모양인데.. 파티게임으로서는 조금 미묘한 사양일 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신경쓰였으나 가격대비 플레이시간 비율이 낮을거라서 패스.
그 밑에 패미컴용 홋카이도 연쇄살인사건 오호츠크로 사라지다도 보인다. 그새 이렇게 가격이 오르다니..
함께보기>>> [FC] 호리이 유지 어드벤처 2종(포토피아 연속살인사건, 홋카이도 연쇄살인 오호츠크에 사라지다)
플스와 새턴 초기 게임월드와 게임챔프에서 신작 소식으로 자주 봤었던 시공탐정 DD. 저 독일식 비행선 안에서 벌이는 3D 그래픽의 어드벤처로 기억하는데.. 계속 고민하다가 그냥 두고 왔는데 이제 보니 후회된다. 다시 가기엔 너무 멀고ㅠㅜ
이제 도심의 북오프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새턴과 드림캐스트 게임 코너. 외곽의 절대강자 하치오지 오오와다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물량을 자랑한다. 신점포 개점할 때 물량을 조금 몰아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다이너마이트 형사 2는 많이 탐났다.
새턴게임 코너 2. 찍을 때는 몰랐는데 사진의 정가운데에 도어 정령왕기전이 보인다.
아랫쪽에 허드슨의 모모타로 계열로 보이는 게임은 무슨 게임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시는 분은 덧글로 제보 좀 부탁드린다.
한참 썰을 풀고나서 다음 사진을 보니 역시 가까이에서 찍어뒀었다. 중2때 거의 한 달을 끙끙 앓며 플레이해서 클리어했으니 다시 플레이하지는 않아도 될 듯.
삼성전자에서 한글화까지 한 스토리 오브 도어의 후속작이지만 한글화는 커녕 정발조차 되지 못한 비운의 게임.
6등신 캐릭터가 활약하는 젤다의 전설..정도로 설명이 되려나. 격투게임 커맨드를 입력하는 기술도 있고, 정령도 4종류나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퍼즐은 지옥.
이 날 가장 크게 고민했던 새턴용 레이어 섹션(아케이드용 레이포스의 이식작) 이제는 PS4로 레이즈 아케이드 콜렉션이 나와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2D 연출이 극강인 게임으로, 언젠가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
서양권의 시티팝 붐은 일본에 오는 서양 관광객들이 레코드를 찾아나서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북오프 / 하드오프에서도 시티팝 앨범을 어느정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 넓은 외곽의 하드오프는 레코드 코너가 클 쁜만 아니라 도심의 점포에서는 보기 힘든 5천엔 ~ 1만엔대의 디스크도 상당히 많아서 구경하는 보람이 있다.
언제나 정겨운 졍크 코너(다쟈레?) 와
악기 코너. 90년대 비주얼 락에 심취해 있을 때 보던 아티스트들이 다루던 악기들을 볼 수 있다.
악기도 하드오프의 주종목이라서 하드오프의 점원 분들 중에는 악기를 항상 수리하시는 분들도 보인다. 그 분들은 인센티브를 더 받으...실까?
다행히 매장 가장 안쪽에서 입구를 향해 찍은 사진이 있었다! 하드오프와 하비오프(Hobby-Off, 장난감과 피규어 전문매장)가 같이 붙어있는 형태가 많다.
한 때 너무나 심취했던 안리(杏里)의 명반 TIMELY!. (!는 감탄사가 아니라 앨범명이다.) 시티팝의 거장 카도마츠 토시키(角松敏生)가 프로듀스한 1983년의 대 히트 앨범.
카도마츠 토시키가 작곡한 WINDY SUMMER는 저 패키지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인트로가 특징이고, 또 한명의 거장 하야시 테츠지(林哲司)가 작곡한 슬픔이 멈추지 않아(悲しみが止まらない) 또한 안리의 대표곡이자 시티팝의 필수 청취곡. 유튜브에도 많으니 한번 꼭 들어보시기를(라기보다 들으면 아아 이거 하실 것 같다.)
네오지오 팩은 코너까지는 아니고, SNK의 1993년 메가히트작이 진열되어 있었다.
1995년 꿈에 그리던 네오지오를 손에 넣은 어떤 중1 소년은, 절망적인 팩 가격(킹오파 95가 25만원, 킹오파 94는 18만원)에 크게 좌절한 뒤, 이 두 게임만 하고 슈퍼패미컴으로 회귀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그 소년은 20여년이 지나 네오지오 CD를 모아가며 그 때의 설움을 달랜다는 이야기 또한 전해진다. (아 이때 용호의 권 2를 왜 안 샀을까 ㅠㅜㅠㅜㅠㅜ)
도심에서는 거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 WiiU 게임 코너. WiiU 게임은 대부분이 1000엔 이하에 레어품도 1만엔을 넘는 것이 거의 없어서 올 콜렉팅을 꿈이라도 꾸어볼 수 있는 꿈의(?) 게임기다.
다만 거기에는 5가지 버전이 나왔으며 구동도 안되는 주제에 고가인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라는 복병이 있는데... 이 이야기도 다른 포스팅에서 하기로.
WiiU는 게임기 본체도 4000엔 ~ 8000엔 선이므로 여행객이라도 아예 세트로 구매해 가는 것을 검토해 볼 만 하다. 본체 크기도 2000년대 외장하드 정도 크기니 한 번 검토해 보시기를.
수십번 들었다 내려놨다 했던 디즈니 인피니티. 부속된 피규어를 전용 센서에 터치하면 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WiiU에서 아미보가 처음 나올때 꿈꿨던 그 게임플레이를 실현한 게임이다.
반다이에서도 가면라이더 캐릭터를 사용한 비슷한 게임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날은 귀환 거리를 생각해서 과감히 포기했었는데, 나중에 운 좋게 신품을 구했다.
닌텐도 하드웨어 코너. 위쪽 가운데의 패미컴은 상태가 엄청 좋은데도 가격이 낮은 것을 보면 부속품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슈퍼 NES(미국판 슈퍼패미컴)은 황변 말기인데 무려 3.3만엔! 90년대 한국에서는 여기에 국가코드를 해제해 주는 컨버터를 끼워 슈퍼패미컴 게임을 돌리는 집도 종종 있었다.
그 아래의 세가 코너. 2012년 3천엔대라는 저점을 찍은 세가새턴은 10년 간 우상향해서 결국 만엔 근처까지 왔다. 드림캐스트도 상태좋은 걸로 한 대 구해놔야 하는데..
PSone과 전용 액정 모니터가 3.3만엔. 2014년 레트로 알뜰시장 경매에서 질렀어야 하는데 ㅠㅜ 다만 그때 이거 낙찰하신 분의 기세가 정말 엄청났던지라, 지금 다시 해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90년대 스퀘어 소프트(SQUARESOFT)가 RPG 이외의 장르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어퀘스(AQUES)에서 개발한 마작 게임이 있었다.
레이싱과 야구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마작 게임까지 있었다니..사실 일본에서의 마작 게임의 위상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의 몇 십배(과장 아님)로, 이것도 다른 포스팅에서.. 숙제가 계속 늘어난다.
뒷면 오른쪽 스크린샷에 일본 마작계의 전설 코지마 프로(코지마 프로덕션 아님)의 사진이 보인다. 풀네임은 小島武夫(こじまたけお) 씨로 2018년에 작고하셨다고.
이렇게 만족스러운 하드오프 구경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구름이 너무 예뻤다. 도쿄에서는 이런 구름을 자주 볼 수 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나친 가라오케 스낵바(스낙쿠) 친구(チング). 친구라는 의미의 일본어 友達(ともだち)라 쓰고 친구라고 읽는 것이 무척 정감이 갔다. 밤이었다면 한번 들러볼 텐데 아쉬웠다. 요새는 낮에 하는 가라오케바도 많던데.
되돌아온 JR코마가와 역. 여러모로 즐거운 하루였다. 그럼 이번 고독한 수집가는 여기까지!
하드오프 코마가와점은 신주쿠에서 1시간 반, 이케부쿠로 역에서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카와고에 관광을 염두에 두었다면 아침일찍 출발하여 여기를 찍고, 되돌아오면서 카와고에에 들러 가는 코스도 괜찮을 수 있겠다.
신주쿠 역에서 하드오프 코마가와점(高麗川店)으로 가는 구글지도 링크
이케부쿠로 역에서 하드오프 코마가와점(高麗川店)으로 가는 구글지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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