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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고독한 수집가

2024. 4. 13. 도쿄도 스기나미구 아마누마(杉並区天沼)의 북오프 플러스 오기쿠보 키타구치점(荻窪北口店)

by 대학맛탕 2024. 4. 16.

지난글보기 <<< 2017.08.06 도쿄도 하무라 시 오자쿠의 게임샵 PAO

【 알림 】 고독한 수집가 포스팅은 글 제목에 날짜를 싣습니다. 포스팅의 날짜가 오래될수록 현재 시세와는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으니 레트로게임 구매에는 그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벚꽃이 만개하고 햇살도 따뜻해져, 이제는 완연한 봄날이 되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어딘가에 책이라도 읽으러 갈까 하고 고민하다가, 엊그제 라멘 탐방기를 쓴 김에 라멘의 성지 오기쿠보(荻窪) 역에 가 보기로 했다.
 
어디를 돌아볼까 하고 토르네(torne)로 동네 CF천국(アド街ック天国) 오기쿠보 편을 보다가 그만 신주쿠까지 닿고 말았다. 바로 빽!

 
목적지인 라멘집은 북쪽 출구인데 남쪽 출구로 잘못 나왔다. 북쪽 출구로 워프!



 
오기쿠보 역 앞의 쇼핑몰 타운 세븐(タウンセブン)을 출구로 나와서 고가를 그대로 걸어올라가면,  하쿠산 길 상점가(白山通り商店街)의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너무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너무 썰렁하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정취가 느껴지는 길.

 
 
오른쪽의 소니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 오기쿠보 카메라의 사쿠라야 2호점. (カメラのさくらや2号店) 빅카메라나 요도바시카메라처럼 크게 확장하지는 않은, 그대로 카메라만 취급하는 가전 판매점인가 보다. 1호점은 동쪽으로 걸어가서 후미진 곳에 있었는데, 이 곳과는 달리 엄청 세련된 인테리어에 고급 카메라를 잔뜩 전시해놓고 있었다.

 
본래는 목표로 했던 라멘을 먹고 커피숍에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저 멀리 주황색 간판이 보인다. 이건 내 의지가 없어도 자동으로 스캔되는 것으로, 어렸을 적 친척집 동네에 가면 그 동네 오락실을 빠바박 스캔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보면 된다.




 발걸음도 빠르게 매장 앞으로 돌진.
23구에 있는 북오프는 외곽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북오프 플러스는 옷을 함께 취급하는 패턴이 많아서 매장이 꽤 널찍한 편이나, 옷의 부피도 크기 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는 것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일단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란 것이, 매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수많은 북오프와 하드오프를 다녀본 필자이지만, 세로 길이로는 이 매장이 랭킹 1위였고, 전체 면적으로도 어지간한 하드오프보다 큰 것 같았다. 

 
왼쪽의 게임 코너를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진열되어 있는 게임의 물량도 지역 최대급. 신주쿠역 서쪽출구점이 지역 최대급이라고 항상 홍보하는데, 체감 상으로는 여기가 더 넓은 것 같다.

 
기나긴 게임 코너를 통과하면 왼쪽에 옷 매입 및 판매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사실 북오프 그룹의 의류매장인 모드 오프(mode-off)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하나둘씩 폐점하면서 요새는 거의 보기가 힘들어졌다. 옷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세컨드 스트리트(2nd street)나 트래팩 스타일(trafac style)이 늘어나는 걸 보면 경쟁에서 밀려난 듯.
 
그래서인지 의류 코너는 북오프 매장과 별도로 꽤 신경을 쓴 것이 엿보인다.

 
 
 

 

 
 
우선은 게임 코너로 되돌아와 디깅을 시작했다. 먼저 플레이스테이션 코너. 

 
가장 왼쪽 신품게임 코너의 PS4, PS5 게임. 여기에 PRICE DOWN↓ 딱지가 붙은 게임은 재고 소진이 잘 안되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그 아래의 스위치 신품게임. 확실히 스위치는 어지간하지 않으면 PRICE DOWN 딱지가 잘 붙지 않으며, 종종 품절 표시도 눈에 띈다.

 
PS4와 PS5의 중고 소프트 코너. AAA 게임이 첫 주 20만장도 넘기기 힘들어진 시대인지라, PS5 게임이 진열장 한 칸을 메우고 있는 것도 흔치 않다. 현역인 PS4와 PS5 게임은 아직 적극적으로 매입을 받고 있다.

 
PS3 시절 킹오파12를 샀다가 캐릭터가 터무니없이 적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킹오파13은 12의 완전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한동안 가격이 상당했었다. PS4로 이식된 이후 조금 안정된 듯.

 
게임기 본체 매입 가격표.

 
게임 매입 가격표. 이 가격이 높을수록 패키지가 꽤 팔린다는 의미가 된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상태를 보니 출시 직후의 그 혹평이 그대로인가 보다. 작년의 엑소 프라이멀에 이어 캡콤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예가 될 듯. 설마 드래곤즈 도그마가 그리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이제는 거의 치우고 있는 PS3과 PSP, 그리고 PS VITA 게임도 각각 그 규모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라디우스나 타이토 메모리즈 포터블처럼 '〇〇포터블' 이라는 이름의 수작들이 많은 PSP. 다만 작년에 보유한 PSP-3000번 방향키가 고장난 이후로 의욕이 좀 꺾였다. 어디서 수리를 해야 하나.. 다시 사기엔 PS VITA보다 비싸졌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올드 소프트, PS1, PS2와 닌텐도 계열 중고게임들이 보인다. 

 
가장 왼쪽의 올드게임 코너. 패미컴, 슈퍼패미컴, 게임보이, 게임보이 어드밴스, 드램캐스트 게임이 보인다. 잠깐 드림캐스트는 PS1보다 나중에 나온 게임기인데... 마이너는 슬프다. 새턴 게임은 아예 보이지 않았는데 아주 쪼금 있을 지도.

 
 
표지를 보면 왠지 갖고 싶어지는 드림캐스트용 버철 온 오라토리오 탱그램. 그러나 작년에 PS4용 버철 온 마스터피스를 다운로드로 구매했기 때문에 이제는 구할 필요가 없어졌다.

 
 
가공할 물량의 PS1과 PS2 게임들. PS1 게임도 이제는 왼쪽 장식장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지만, PS2게임이 이정도로 많은 곳도 드물다.

 
세가 에이지스 2500 몬스터 월드 컴플리트 콜렉션. 세가 에이지스 시리즈는 2500엔의 염가에 세가의 과거 명작들을 리메이크하거나 이식하는 기획이었으나 그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 이렇게 비싼 게임이 있는가 하면 1000엔도 안하는 게임도 많다. 

 
어렸을 때 전혀 다른 게임인데 몬스터 월드를 왜 원더보이라고 부르는지 잘 이해가 안 됐었다. 나중에 보니 제목이 동일. 하지만 1편과 2편의 게임성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다.

 
판타지스타 콜렉션.

 

 
 
PS1 게임만 담아봤다. 요새는 코나미 마크가 찍힌 게임들면 살펴보고 지나가는 편. 

 
이해를 돕기 위해 10년 전의 북오프 이케부쿠로 동쪽출구점 사진을 잠시 빌려왔다. 이케부쿠로 동쪽출구점이 신주쿠에 비견될 정도로 큰 매장인 것도 있지만, 아마 여기도 진열장 1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함께보기>>> 2014.3.16 이케부쿠로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Mulan

2014.3.16 이케부쿠로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Mulan

> 2014.03.29 신주쿠 스퀘어에닉스 굿즈 카페 아트니아 읽으러 가기 2014.03.29 신주쿠 스퀘어에닉스 굿즈 카페 아트니아와 북오프 신주쿠역 동쪽출구점 > 2014.04.05 우에노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쇼센

willucy.tistory.com

 
 
닌텐도 DS 코너. DS용 게임은 대부분 500엔 이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내서 팔고 있는 것이 고마울 정도다. 아래에 3DS 게임 코너가 있지만 대부분 몬헌이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덜한 편.
 
DS용 파판과 드퀘는 다 모았는데 하필 드래곤 퀘스트 5만 딱 빠져 있어서 항상 노리고 있지만 3200엔으로 가격이 굳어있다. 반대로 FF4는 700엔으로 하락.
 

 
 
최근 WiiU 퍼펙트 카탈로그 포스팅을 시작했기 때문에 좀 더 눈여겨보게 되는 WiiU 코너. 사실 다른 북오프 매장은 WiiU 게임이 거의 없어서 오랜만에 구경좀 해보고자 했다.
 
젤다의 전설 바람의 택트 HD. 고가 소프트도 1만엔을 넘지 않는 WiiU에서는 꽤 상위에 해당하는 게임이다.

 

 
컨트롤러 벨트가 있어야 완전체라 아직 구하지 못한 줌바 피트니스.

 
작년에 스위치로 이식된 Wii Sports Club.

 
피규어를 WiiU 컨트롤러의 NFC센서에 태그하면 그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 스카이 랜더스. 피규어가 없는 껍데기라 일단 스킵.

 
이런 식이라고 하는데 체험은 못 해봤다.

 
 
UBI소프트의 래빗 랜드.

 
닌텐도랜드와 비슷한 파티 게임이었다. 얘는 패키지 등짝의 인쇄가 바래있어서 아웃.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Wii 게임은 정말 신기할만치 설레지가 않는다. 

 
 
그래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기에는 좋은 면은 있다.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는 WiiU HD판은 꽤 고가가 되어있는 것에 비해 Wii판은 신기할 정도로 저가가 되어 있었다.

 
 
다만 삼바 데 아미고는 상당히 설레였다. 그래서인지 찍는 손도 떨리고 말았다.
 
드림캐스트판도 한때 가지고 종종 플레이했었지만, 바닥에 센서 장판을 설치하고 큰 마라카스를 흔드는 것이 역시 좀 허들이었다. Wii모콘과 눈차크로 하면 플레이 감각은 좀 떨어질지라도 손쉽게 즐길 수 있어서 괜찮을 듯.
 

 
 
3DS 소프트 중 떙기는 것은 세계수의 미궁 정도. 얼마전에 스위치로 123의 리마스터가 나왔지만, 456은 아직이라서 건재한 것 같다. 근데 스위치로 이 시리즈 하면 지도는 어떻게 그리는 걸까?

 
 
 

 
게임 코너의 디깅을 마쳤으니 조금 여유롭게 다른곳도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책 코너.

 
실용서는 오래된 잡지 이외에는 그냥 서점에 가서 보는 것이 정보도 최신이고 책의 질도 높기 때문에 보통 건너뛰는 편.

 
OTT의 시대라 구매할 일은 없지만 구경하는 것이 정말 즐거운 영화 DVD 코너. 2000년대 한류 붐으로 한국의 어지간한 드라마는 다 DVD화되어 있다. 몇십년 더 지나면 예전에 어떤 한국 드라마가 있었는지 보려면 일본에서 더 찾기가 쉬울 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아서 아 저런 드라마가 있었지 정도로 보고 지나가기는 한다.

 
그 옆의 일드 코너에서 반가운 원빈의 얼굴 발견. 한일합작 드라마로 후카다 쿄코랑 같이 나온다고 화제가 됐던 것도 기억난다. TBS 드라마이니 한국에서는 방영을 안 했었던가? 실제로 드라마를 본 적은 없어서 가물가물..

 
종종 둘러보는 음악 DVD 코너. 

 
한때는 뮤직비디오 전부 담은 클립 모으는 것이 취미였는데, 유명 아티스트들이 하나둘씩 공식 유튜브를 개설해서 업로드한 뒤에는 열정이 조금 식었다. 그래도 라이브 DVD는 유튜브에 없어서 눈여겨볼 만 하다.
 
GLAY 표지판 바로 옆의 GLAY EXPO 99' DVD가 딱 좋은 예로, 관객 20만명이 마쿠하리 멧세 주차장을 채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게임센터 CX 아리노의 도전장 DVD-BOX.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물량이 있는 인기 품목. 요새는 그래도 1000엔 대로 가격이 많이 내려왔다.

 
규모가 큰 북오프는 애니메이션 DVD/블루레이 코너도 볼 것이 많다. 
 
건담 극장판과 Z건담 DVD 메모리얼 박스. 90년대 말 뉴타입에서 발매 소식을 보고 신문물 DVD로 재생하는 건 어떤 화질일까 상상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02년에 일본에 처음 갔을때 아키바 리버티에서 이 박스를 봤는데, 아마 개당 18000엔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으로만 즐겁게 보고 돌아왔더랬다.
 

 
박스가 메탈릭한 재질로 되어있어서 엄청 고급스럽다. 날렵한 디자인의 건담 마크2와 백인대장백식 일러스트도 카토키 하지메 스타일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리고 이런 가격이 되었다. 세월의 참 많이 흘렀다. 하긴, 한국에서 기동전사 Z건담이 정식 방영한 것이 더 신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파트 3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그 옆의 더블제타 건담도 신경쓰이고 으으..

 
그 장엄함을 박스로 보여주는 은하영웅전설 DVD-BOX. 보통 소설을 읽고나서 영상화된것을 보면 아무리 퀄리티가 높아도 기대에 어긋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영상과 성우 모두 소설을 읽고나서 상상하던 것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OVA를 이 분량으로 뺀 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스케일의 기획. 

 
가장 오른쪽 박스를 뒤집어보니 외전 박스였다. 황금의 날개 주제가 정말 좋았는데..귀멸의 칼날도 마치 그 시대 책처럼 디자인된 디스크의 퀄리티가 수준급.

 
옆에 있던 턴A건담 DVD 메모리얼 박스. 2편이 거의 2배정도 가격인데, 박스1 판매량을 보고 박스2를 생산하기라도 한 걸까?

 
 
공략집 코너는 시간이 없어 스르륵 훑어보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FF13 라이트닝 리턴즈의 공략집 한정 DLC 의상이 너무 충격적이라 그것만 한 번 찍어보았다. 의상만 보면 FF7 리메이크의 그 디자인은 이미 완성되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은 더 보고싶은 것이 많았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있었던고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매장을 나왔다. 북오프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를 있었다니 이건 하드오프의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 
 
북오프 플러스 오기쿠보 키타구치점(北口店)은 신주쿠 역에서 JR주오 선(JR中央線)을 타고 갈 수 있다. 오기쿠보 역까지는 10분도 안 걸리니, 레트로 게임에 관심이 있는 도쿄 여행객은 꼭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이 정도의 물량은 도쿄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 쉽지 않으니, 분명 만족스러울 것이다.
 

 
 
남쪽 출구에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サンライズ, 현 반다이 남코 네트웍스)의 사옥도 있다. 시간도 늦었고 낮이라도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20여년 간 여러 작품으로 영향을 받았으므로 감사한 마음을 속으로 전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