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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리뷰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만! - [NDS] 입체 피크로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1. 29.

 피크로스DS가 얼마나 안 팔렸는지 행사로 5000원에 팔길래 바로 사 버렸다. 피크로스는 GB때부터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째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던지라 이 기회에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5분정도 즐겼을 무렵, 입체 피크로스를 접하게 되고 피크로스는 여전히 플레이 시간이 5분이다.
 
 피크로스는 '퍼즐'로서는 재미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지만, '퍼즐 게임'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X표시를 하거나 칠하는 수고는 덜어주지만, 기본적으로 종이로 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인 정의일 지 모르겠지만, 퍼즐 게임은 한 번의 입력에 시/청각적인 피드백을 통한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많이 즐기는 'Slice it'은 퍼즐 게임으로서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분명 참신한 게임이지만 타격감은..

 로직이 동일하기 때문에 입체 피크로스도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피크로스와 같다. 그러나 퍼즐이 복잡해지는 형태는 전혀 다르다. 피크로스는 퍼즐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퍼즐의 열도 긴 편이고, 그 복잡성이 상당해진다. 한 번 퍼즐을 채우는 데에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 정도 되면 첫 점을 찍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입체 피크로스는 숫자 힌트가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 쪽 면을 보면서 풀고 다시 다른 한 쪽면을 보면서 검증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없기 때문에 퍼즐의 복잡도가 줄어들고, 피크로스에 비해 부수는 행위가 빠르게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또한 입체라는 특징이 그저 2D를 쌓아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체일 때만 가능한 새로운 퍼즐을 제공한다. 블럭을 살펴보면 숫자가 쓰여있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이는 퍼즐 해결 시 Z축 위치(안쪽)에 있는 블럭의 정보를 추론에 사용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우측면의 3사이의 빈 칸에 ②가 있으면 바로 퍼즐을 풀 수 있지만

숫자를 숨겨서 뒤쪽의 블럭 정보를 통해 퍼즐을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퍼즐 게임으로서의 타격감 또한 기존에 즐기던 퍼즐 게임과 남다르다. 테트리스, 비주얼드와 같은 게임은 기본 로직에 난수를 포함하고 있으며, 생각할 여유를 많이 주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입력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고보다는 직관에 의해 게임을 하는 경향이 강하고, 운(길다란 작대기를 기다리기, 기대하지 못한 연쇄 등)에 의한 재미가 상당히 크다. 어렸을 적 오락실에 붙어있던 '지능개발'이 거짓말인 결정적 이유다. 

70~90만점대인 사람들은 로직을 알고 플레이할지도..

 입체 피크로스는 자신의 추론에 의해 확신이 들었을 때 필요없는 블럭을 빠르게 부숴나갈 때, 자동 연쇄와는 좀 다른 '깎아나가는 타격감'을 제공한다. 운에 맡겨서 일단 부숴보는 플레이도 가능하긴 하지만, 시험공부 안했을 때 연필 굴리기와 같은 행위라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된다. (그래도 시험이 그렇듯이, 도저히 힌트가 보이지 않을 때 종종 사용하곤 한다.) 물론 추론이 틀렸을 때의 페널티 역시 확실하다.

돌려가며 깎아나가는 타격감

 입체 피크로스는 퍼즐 게임에 부족했던 추론의 재미와, 피크로스에 부족했던 퍼즐 게임의 재미를 모두 갖춘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임이야말로 아이폰이 아닌 DS에서만 가능한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피크로스가 워낙 안 팔려서 이 게임도 로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참 아쉽다.  

 이 모든 이성적인 재미 분석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이 게임에 있다. 바로 내가 만든 조형물이 살아움직일 때의 카타르시스. 게임이 아니면 그 어떤 매체로도 느껴볼 수 없는 경험이다. 











결론: 한 시간만 할 수가 없었다. 한 30시간은 한 것 같다.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을 종결시킨 악마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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