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내맘대로 고독한 미식가 한국편④ - 북촌 한옥마을 가는 길의 진짜 순두부찌개, 재동(齊洞)순두부
한국에 올 때마다 한 번은 도는 드라이브 코스.
인하대학교 앞에서 6번 버스 노선을 따라 동인천까지 가는 코스다.
굴다리를 지나 용현고개로 가는 길은 몇 년동안 가장 많이 변한 곳으로, 왼쪽에는 석탄을 나르는 기차가 이 차도와 병주했었다. 운행 가끔은 매달려 타고 가기도 했다. (60년대 얘기 같지만 90년대 이야기)
굴다리 넘어서는 도로의 왼쪽과 오른쪽의 운명이 완전히 엇갈렸는데, 내 나와바리였던 왼쪽은 반경 2킬로가 핵전쟁 후마냥 완전히 갈아엎어졌고, 잘 가지 않던 오른쪽은 지금도 그대로다.
석탄 실어나르던 기차와 철도
굴다리 밑에 있던 분식집
태어나서 처음 간 오락실
바나나우유 빨던 목욕탕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살던 집
반경 1킬로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저 멋진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아무튼 그렇게 신포시장까지 와서 십수년 전 누나가 결혼했던 답동성당 앞에서 다시 경치를 감상하는데...
이 높은데서도 바로 느껴질 정도로 닭 튀기는 냄새가 솔솔 풍겨져 왔다.
배가,
고파졌다.
가게를 찾자!
..는 훼이크고 헤멜 것도 없이 입구의 신포 닭강정이 원조집이라 그대로 진격!
엄청난 줄에 질겁할 수 있지만 포장 줄이 길고, 홀에서 먹고 가는 건 그렇게 많이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그래도 웨이팅 자체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년시절 내내 다닌 신포시장인데도 신포닭강정의 존재를 몰라서 맨날 만두만 먹었더랬다. 스무살 넘어서인가 연수동 사는 친구가 알려줘서 처음 가 보고 그 맛에 푹 빠져들었고, 군대갔다 오니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포장은 엄청난 줄을 각오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80년대 양념치킨 국룰인 케찹+마요네즈와 양배추 슬라이스. 절임무는 뭐 지금도 국룰이고.
일본에서 3000엔 가까이 하는 냉동 뜯어 튀긴 치킨을 자주 보는지라,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 가격. 호식이두마리 신오쿠보(新大久保)점이 3,200엔이었던가. 7년 전 쯤 한 번 테이크아웃 했는데 집에 오니 다 식어서 그 이후를 먹지 않았다. 아마 지금은 더 올랐을 듯.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저 넘쳐흐르는 물엿과 고추의 칼칼함이 양념치킨과는 격을 달리하는 것.
오래전에 왔을 때는 분식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통닭집치고도 아주 깔끔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치킨집보다는 한식당에서 자주 나오는 그 물잔. 어렸을 때 집이 식당이라 매일 이 컵으로 물을 마셨더랬다.
기다림 끝에 나온 닭강정과 후라이드 강정!
큼지막하게 썬, 적절히 앙념된 고추가 탱글탱글. 고추바사삭 치킨은 여기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닭강정만 먹으면 너무 달 것 같아서 후라이드도 함게 주문했다.
예도 22,000원이었나..? 하고 위의 계산서를 다시 보니 이게 23,000원짜리 반반이었음... 그냥 최고.
일본에는 들어오지 않는 귀한(?) 켈리도 시켰다.
가장 가까운 맛을 꼽자면 페리카나 혹은 멕시칸같은 80년대 양념통닭인데, 그것보다 훨씬 달달하고 고추의 알싸함이 상당히 강하다. 치킨 전국시대인 한국에서 한 자리는 분명히 차지할 수 있는 맛.
반면 양념통닭은 염지가 좀 많이 되어서 짠 편이었다. 물론 얘도 맛있지만 역시 양념강정이 너무 완벽해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느낌. 다음에 올 땐 반반 시키지 말고 그냥 닭강정 시켜야겠다.
결국 막판에는 양념통닭도 닭강정 양념에 사정없이 무쳐서 먹는다. 그래도 양념이 남을 만큼
다른 글 쓰다가 잘 안 나가서 한국 갔을 적 사진을 뒤적뒤적한 것이었는데, 지금 많이 후회하고 있다..
내일 한국 가고싶다...ㅠㅜㅠㅜ(못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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