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고독한 미식가 한국편 ① -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延寿区 玉蓮洞)의 홍어무침, 충남홍어회

오랜만에 방문한 내 고향 인천.

일본 사람들과 통성명을 할 때 고향이 인천이라고 말하면 높은 빈도로 '아 알아요 인천공항!' 하는 반응이 돌아오고, 아 공항은 저 어렸을 때는 섬이라 소풍가서 게도 잡고 그랬어요 하는 이야기가 항상 이어지곤 한다.

인천대교를 건너 송도신도시의 스카이라인. 어렸을 때 플레이하던 레이싱 게임 같다.

20년 전 운전면허를 딸 때 허허벌판이던 송도신도시에서 주행연습을 했었다. 미래도시같은 풍경이 된 지도 한참 됐다.

본가로 가기 전에 항상 들르는 그 곳으로 향한다.

 
연수구 옥련동의 충남홍어회.

주문하면 눈 앞에서 무쳐주시는데 그 냄새와 광경에 홀려 메뉴판을 찍는 것을 잊었다.

예전에는 홍어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오리만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메뉴판에서는 홍어찜류는 홍어, 홍어무침류는 아르헨티나산 가오리였다.

대자 한 통에 5만원. 엽기떡볶이 용기에 뚜껑이 잘 닫히지 않을 만큼 많이 담아주셔서 마치 피칠갑을 한 듯 묘한 비주얼이 되고 말았다.

 
 

 
뚜껑을 연 직후의 모습. 왼쪽 아래 살짝 보이는 것이 홍어로, 막 썰어서 무친 것이라 이 시점에서는 홍어회 그대로의 맛과 식감이 있지만 삼합의 그것만큼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지는 않다. 채로 썬 무는 보쌈먹을 때 먹는 그것의 3배 매운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 미나리와 함께 섞이는 풍미가 참 좋다.

 
한국에 가면 먹을 거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호식이 두마리치킨과 함께. 인천 막걸리인 소성주와 함께 하니 특히 더 맛있다.
한국에 온 첫날이라 배가 고팠는지 이후에는 사진도 딱히 남아있지가 않다. 

 
홍어무침은 식당에서 먹기보다 포장해와서 먹는 것이 좋다. 2일차 이후 점점 더 맛있어지기 때문이다. 
하루만 두면 야채의 풀이 죽으면서 김치국물처럼 국물이 생기는데, 거기에 홍어가 폭 담겨서 고기와 뼈 양쪽이 점점 연해지며 양념이 배어들어간다.

 
2일차에는 홍어(가오리) 의 향이 미미하지만 약간 남아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아싸 가오리~ 의 가오리는 왜 붙었을까?

3일차쯤 되면 맛이 쏙 배어서 회냉면을 먹을 때 살짝 올려나오는 그 가오리 고명처럼 된다. 
이것보다 더 오래 두면 점점 게장과 비슷해져 며 점점 더 맛있어지는데, 일주일 이상 남겨둔 적이 없어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설날을 지내고 난 뒤 남은 두부전에 함께 먹으니 안성맞춤이다. 

 
이제는 모두 아파트단지가 되었지만, 인하대학교에서 대우전자 공장과 동양화학, 한불화학 공장을 양 쪽에 둔 4차선 도로를 타고 송도 쪽으로 가면 홍어 요리집만 5곳 이상이 몰려있는 조갯고개라는 곳이 있었다.

송도는 바닷가이긴 하지만 해변도 항구도 없는데 왜 그 곳에 홍어 요리집이 여럿 위치하게 됐는지는 지금도 궁금하다. 
 
몇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그 고개 위의 홍어요리 밀집지역은 다 사라지고 딱 한 곳이 남아있었다. 위 가게의 네이버 지도를 보니 그 시절 가게 사진이 함께 보이는데, 위 사진의 가게가 그 곳을 이어서 하고 있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맛은 완벽히 계승하고 있다.)
 
다른 블로그에 그 한 곳이 남아있을 시절의 지도가 하나 실려 있었다.

https://m.blog.naver.com/ktnss114/220931978143

[인천홍어맛집] 홍어 한 번 드셔보세요! "충남홍어횟집"

어렸을 때 종종 거기서 홍어무침을 1킬로정도 사와서 김치처럼 두고두고 먹었더랬다. 홍어찜이나 삼합은 지금도 잘 못먹지만, 이 홍어무침만은 어렸을 때 맛있게 먹던 버프까지 더해져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 곳에서 살 때 이외에는 식당에서 먹은 적이 없고, 결혼식장 혹은 장례식장에서 반찬으로 먹었던 적은 몇 번 있다.
 

한국 식당이니 네이버 스타일로 위치를 실어 둔다.
 
충남홍어회집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 315-3번지 1층
032-832-3033

https://g.co/kgs/sG5BiET

충남홍어회집 ·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 315-3번지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