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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

내맘대로 고독한 미식가 한국편④ - 북촌 한옥마을 가는 길의 진짜 순두부찌개, 재동(齊洞)순두부

by 대학맛탕 2025. 2. 21.

 

지난글보기<<< 내멋대로 고독한 미식가 한국편③ -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朱安洞)의 착한막회


전부터 궁금했던 남산 한옥마을을 둘러보기로 하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렸다.
지하에는 이곳이 3.1 운동의 거점이었다는 안내도가 있었다. 학교가 7개나 있었다고.

 
출구를 나오니 왠 경찰버스들이 잔뜩 늘어서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헌법재판소가 이곳에 위치해 있었다. 

 
남산 한옥마을에 올라가기 전에 점심을 먹고자 골목으로 들어가보았다. 작은 골목에 사람들이 두리번두리번하는 것을 보니 괜찮은 식당이 있을 듯한 예감.

 
골목의 자그마한 사거리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깡통만두라는 곳의 만두전골이 유명한 모양.

아직 관광을 시작하기 전이니 줄을 서기는 애매에서 바로 앞에 있는 온미관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너무나도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식에는 조금 위화감을 느끼던 찰나, 마침 만석이라기에 뒤로 돌아섰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 보인 순두부집. 순두부가 나쁘진 않지만 모처럼 관광을 와서 먹기에는 스케일이 좀 작은 느낌도 있고, 실패가 없지만 그렇게 큰 성공도 없는 메뉴이기에 조금 고민을 하다가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 들어갔다.

 
해물 순두부를 주문하고 잠시 후 순두부가 나왔는데... 이거 국물 빛깔이 심상치 않다.
얼큰한 찌개에 순두부를 가득 넣어 끓인 것을 순두부찌개라고 생각했는데, 이 찌개는 콩비지찌개처럼 뽀얀 두부국물이 2/3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수저 떠보니 보통의 순두부와 달리 거친 표면이었고 먹어보니 고소한 두부향이 확 퍼진 뒤 고추기름의 매콤한 맛이 따라왔다. 두부만 푹 끓여내는 초당순두부에 고추기름만 얹어 얼큰한 맛을 낸 것. 

 
 
보통의 그저 얼큰한 순두부와는 달리 두부맛 그 자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찐 순두부 맛집이었다. 순두부찌개라는 것이 본래 이런 음식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일본에서도 순두부찌개를 자주 먹어서 スンドゥブ를 입력하면 순두부 찌개가 자동완성될 정도로 널리 퍼진 음식이 되었는데, 한국에서 보통 먹는 그 얼큰한 순두부찌개에서 얼큰함을 크게 너프한 마일드한 찌개다. 

 

 한국에 여행가신다는 일본 분들이 한국은 뭐가 맛있어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양념치킨이나 삼겹살은 이미 다들 먹어본 것들이고, 곰탕류를 추천하자니 입에 맞지 않을 수 있어서 항상 말문이 막히곤 했는데, 이제는 확신을 갖고 추천할 수 있다. 다들 한 번씩 먹어봤을 '순두부'의 진수가 이런 것이라고. 


아까의 '이런 곳 중 하나를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가시고, 고로상처럼 무심코 들어갔다가 오오! 우마이! 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여러 비탈길을 걸어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관광할 수 있었다.

 
재동순두부
서울 종로구 재동 84-11
https://naver.me/FHlgN49Y

네이버 지도

재동순두부

map.naver.com



P.S. 네이버 지도 일본판을 깔아서 모든 주소가 한자어로 나오는데, 재동은 가지런할 제 자를 써서 齊洞이라 쓰여있었다. (일본 한자에서는 斉洞) 그런데 왜 재동이라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