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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나의 이자카야 답사기

카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 미나미구 사가미오오노(相模大野)의 곱창조림 전문점 누마타 식당(沼田食堂) 사가미오오노점.

by 대학맛탕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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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글보기<<< 마치다(町田) 역~ 사가미오오노(相模大野) 역 나들이 하편
 
 
지난글보기가 2개인 것은, 한자능력시험 준2급을 치른 날에 갔기 때문이다.
이자카야 방랑기에 나온 아지시마(味しま)에 가기 위해서 사가미오오노 역으로 향했다.

 
 
다시 지난 포스팅 마지막의 그 사진. 오후 네시 반 정도이니 아무리 일요일이라도 이 시간에 자리가 없을 리가 없다! 

 
...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생각외로 사람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어서 놀랐고, '예약하셨어요?' 라고 물어오는 시점에서 아차 싶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 지금부터 예약을 해도 2시간 이상 후에나 착석 가능하다고 한다.
역시 이자카야 방랑기에 소개된 맛집은 다르구나..도 있고 방송에서 나온 안주가 하나같이 나 엄청 맛있어 보였다.
 
시험을 끝낸 해방감은 이 먼 길을 와서 발길을 되돌리는 허무함으로 바뀌고, 터덜터덜 다시 아까 걸어내려온 계단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경주마마냥 전방의 목적지만 바라보며 달려오느라 아까는 지나쳤던, 다른 가게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사실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내려올 때부터 이미 눈에 들어와서, 여기도 괜찮겠는데? 하며 신경이 쓰이던 참이기는 했다.

 
해가 떠 있을 때 여유롭게 한 잔 마시는 것이 이 날 잡았던 컨셉이기도 해서 무조건 안으로 돌격.
오늘의 추천 메뉴가 글자로 써 있는 것도 맛집의 예감을 더했다.
 
꼬치메뉴부터 눈길을 끈다.
 
닭다리살 고수 꼬치(鶏モモパクチーくし, 으엑 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상급 우설 꼬치(上たん)
돼지볼살 꼬치 (かしら)
 
다 맛있어 보여서 머리가 아픈 바, 오늘의 사시미 (本日のお刺身) 를 우선 주문하기로 했다.


곱창조림(もつ煮込み) 전문집이라 아예 메뉴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좀 복잡해 보여서 사시미를 주문하고 천천히 살펴봤다. 이자카야에서 파는 곱창조림의 90% 이상은 된장 베이스인데, 간장 곱창조림과 소금 곱창조림은 처음 봐서 과연 전문집이다 싶었다. 그 외에도 있었지만 우선은 가장 궁금했던 소금 곱창조림으로 정했다.

 
그리고 일단은 나마비루! 

 
아직은 늦은 오후라 할 수 있는 4시 30분이라 그런지 가게는 한산했고, 주방에서는 이것저것 준비하시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지금 보니 풍경도 참 괜찮다.

 
니혼슈와 소주도 잘 구비된 술장고. 이후의 가게풍경 사진은 없지만 6시쯤 되자 이 테이블들은 금새 만석이 되었다.

 
기본안주(お通し). 두부 뭐시기였는데 점장님이 엄청 추천하셨다. 먹어보니 아무 빛깔이 없는데도 신묘한 짭쪼롬함이 일품이었던 메뉴. 생각해보니 지난 포스팅의 한나리도 그랬다. 그 쪽은 콩 자체의 맛이 강한 반면 이 쪽은 소금맛이 강했다. 어느쪽이 더 좋다는 없고 둘 다 나름의 특징이 있었던 편.

 
이 두부만으로도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한 잔 쭉 들이키니 한 달간의 시험공부 스트레스가 훅 날아가는 이 기분!



먼저 나온 오늘의 사시미. 지난번 포스팅에도 이걸 시킨 걸 보면, 무언가 결정하기 어려워서 머리가 아플 때 일단 마구로를 시키는 버릇이 있나 보다. 굉장히 특별할 것은 없었고 와사비가 맛있었다.

 
나마비루가 빠르게 줄어가니 술 메뉴도 살펴보았다. 일단 홉삐가 있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고, 리큐르도 따로 있었다.
나마비루는 605엔, 카쿠하이볼도 세금포함 528엔으로 저렴한 편.

 
카운터에 니혼슈와 소주 병이 늘어서 있는 데에서 맛있는 술도 많을 것 같았다.
왼쪽은 고구마소주, 보리소주, 쌀 소주이고 오른쪽은 니혼슈.
칭구(ちんぐ)라는 보리소주가 있어서 혹시 한국과 관련이 있는건가? 하고 주문했다.

 
니혼슈는 설명이 많으면 주문하기 뭔가 무섭지만 부담없는 가격이라 다음에는 이것저것 시켜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 사이 소금 곱창조림 등장. 기대한 만큼 보통의 곱창조림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음 잠깐, 빛깔이 간장인데.. 간장으로 시켰던가!? 가물가물.

 
적절한 주름의 쫄깃쫄깃한 막창으로 시작. 보통 많은 된장 곱창조림도 사실 많이 짜서 소금맛이 강한데, 여긴 소금(혹은 간장?) 인데도 짠맛이 심하지 않고 곱창의 고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요새 일본의 체인 이자카야에 많은 주문용 QR코드. 이게 있으면 굉장한 맛집은 아니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여기서 그 편견이 깨졌다.

 
곱창조림이 워낙 맛있어서 메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읽을 수 없었던 한자는 왼쪽에 작게 카레라고 쓰여있으니 카레맛인 듯. 규스지(소 힘줄) 데미그라스도 궁금하고, 아주 매운 된장 곱창조림(激辛味噌煮込み)도 궁금하다. 가장 왼쪽에 바게트(バゲット)가 있어서 샌드위치인가 했는데 가격을 보니 국물에 찍어 먹으라고 따로 파는 바게트빵인 듯 하다.
 

 
일본에서 먹은 곱창조림에 소 대창(まるちょう)가 들어간 건 처음 봤다! 손질도 잘 되어 있어서 익숙한 대창의 고소함도 그대로. 사진에 보이듯이 그 외에는 허파와 간이 대부분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칭구 소주도 주문. 아무래도 한국어와는 관련이 없는 듯. 원래 이이치코 파라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못 참고 시켜버린 추천메뉴의 야키통(やきとん, 돼지부속 꼬치) 메뉴도 나왔다. 먼저 나온 돼지 볼살(かしら) 2꼬치.

 
그 다음에 나온 상급 돈설(上たん)꼬치. 보통 上가 들어가면 우설꼬치를 말하는데 돈설꼬치였다. 하지만 충분히 맛있다.

 
야키통을 먹으니 결국 자동적으로  홉삐(ホッピー) 주문.  여기서는 타카라 소주(宝焼酎)가 곁들여 나왔다. 
홉삐 병이 짝에 닳은 저 자국부터 왠지 정감이 간다.

 
 
크아 색깔 좋다. 홉삐는 역시 쿠로가 진리다. (지난번엔 시로 시킨 주제에..) 

 
전날 새벽 4시까지 달달 외웠던 문제집을 한번 꺼내보았다.

 
취생몽사(酔生夢死, すいせいむし) 라는 한자가 기억나서였다. 
새벽에 졸려서 거의 쓰러져갈 즈음, 대충 본 사자성어를 다시 볼 때 뜻풀이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더랬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가) 그대로 한 생이 끝남. 이라는 의미에,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했다.
 
물론 그 뒤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그냥 계속 마신다 헤헤..

 
그렇게 괜찮게 먹고 마신 뒤 나오니, 원래 목적지였던 이자카야는 자리가 있는 듯 했으나, 이미 만족스럽게 먹고 마신 터라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기로 했다. 언젠간 먹고 말거야..

 
 
누마타 식당 사가미오오노점은 신주쿠에서 오다큐 선(小田急線) 급행을 타고 42분을 간 뒤, 남쪽 출구로 나와 5분정도 걸어가면 갈 수 있다. 
 
 

 
마치다 역에 내려서 거리를 구경한 후, 저녁에는 좀 더 내려와서 사가미오오노 역 근처를 돌아본 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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