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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이자카야 방랑기

(번외편) 도쿄도 타치카와 시 니시키쵸 모츠야키 이치하치(一八) 타치카와점

by 대학맛탕 2025. 1. 23.

 
지난글보기>>> 이자카야 방랑기 ④ - 도쿄도 하치오지시 묘진쵸(明神町)의 지역명주 창고 이케스(地酒処 酒蔵いけす)

타치카와에서 건담 지쿠악스를 보고 이래저래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타치노미도 몇 곳 훔쳐봤지만 애매해서 넘기고(술이 좀 들어가야 I보다 E 수치가 높아지므로) 남쪽 출구의 더 수상한 골목을 돌다가, 생긴지 얼마 안 된 듯한 야키통집을 발견.

야키통이라고 쓰여있는 시점에서 이미 무한신뢰가 있으나 체인점이라서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어쨌든 입장.

일단 홉삐 시로를 하나 주문하고


추천메뉴에 족발구이가 보여서 우선 초이스! 그 아래 폰즈 소스에 절인 호르몬도 상당히 신경쓰인다.


족발을 주문하고 위장이 심리적인 여유를 좀 찾았으니 천천히 메뉴를 살펴본다.
 
야키통집이라 야키토리는 다릿살 딱 한가지..인가 했으나 아래에 가슴살(ささみ)도 있다. 야키통 전문집인 것에 비해서는 특수부위가 직장(テッポウ)밖에 없어서 살짝 아쉬운 편. 아래에 지브리의 패러디로 보이는 붉은 돼지(紅の豚)라는 메뉴를 지금 발견했는데 상당히 궁금하다.

 
눈앞에서 족발을 굽고 계셔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여쭤보니 쾌히 승낙하셨다. 옆에 야키통 구워지는 것도 찍어야 하는데 약간 급하게 찍고 넘어가고 말았다.

 
세심하게 구워나온 족발. 

 
한국의 족발과는 달리 그냥 생족을 구운 것이다. 소금과 후추는 좀 들어갔지만 양념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 이렇게 구워 나오는 곳은 드물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지만, 조금 질겨서 잇몸에 상당히 힘을 주어야 했다. 

 
 
족발을 한참 공략하는 중에 야키통이 나왔다. 왼쪽부터 돈설(タン), 머릿고기(かしら) 2꼬치, 곱창(しろ), 안창살(ハラミ) 순이다. 체인점이니 가성비는 그럭저럭으로 예상했는데, 고기가 엄청 크다. 



그런데 이 가게, 내공이 엄청나다!!!!!(흥분해서 느낌표 5개)

머릿고기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수없이 내 머리에 누적된 야키통 데이터베이스가 이 집은 상위 5퍼센트 이내라고 뉴런에 신호를 보내주었다.

야키통의 부위가 되는 돼지 부속은 한국의 순대국이 그렇듯, 냉동 포장을 뜯어 데운 것과 그정도는 아니라도 관리가 허술한 것부터, 데쳐서 회를 쳐 먹어도 될 정도의 신선한 것까지 천차만별인데, 일단 부속고기의 크기와 식감 면에서 이건 레벨이 달랐다.

일본어로 プリプリ라고 하는, 그 쫄깃한 식감이 마치 입 속에서 춤을 추는 수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이 양념의 때깔을 보자.


물론 때깔로 맛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 사진만으로는 전달이 불가능하지만 이 곳의 소스(たれ) 는 다른 곳들과는 한 겹 격을 달리했다.

나중에 물어보고 안 사실인데, 타치카와에 점포가 두 곳 있는 야키니쿠 집의 계열점(系列店)이라고 한다. 어쩐지 양념이 범상치 않았다.

구운 족발은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초이스였다. 족발을 먼저 해치우고 야키통을 즐기려고 무리하게 족발을 먼저 흡입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배가 미리 부르고 그 사이 야키통은 좀 식었다.

식어도 아주 훌륭했으나, 나오자마자 한 점씩 떼어먹을 때의 그 충격은 느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좀 분하니 언젠가 배를 적절히 곯리고 야키통으로 스타트를 해 봐야겠다.

족발도 한국의 족발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지 훌륭한 편이라, 여행으로 올 경우에는 한 번 꼭 맛 보기를 권한다.

 
여성들에게 추천한다는 만쥬(まんじゅう) 는 이름만 만쥬지 함바그로 보이는데, 설명에 의하면 크리미한 맛이라고 한다.

마침 옆자리 분이 먹고 계셔서 매우 궁금했지만 이미 상당히 배가 불러서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야키통만으로도 이건 무조건 재방문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괜찮았다. 야채는 가격이 좀 있어서 걸렀으나, 야키통이 이 정도 퀄리티라면 그것대로 상당한 수준일 것 같다. 
 
모츠야키 이치하치 타치카와점은 타치카와역 남쪽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타치카와역은 신주쿠에서는 딱 30분이 걸리고 주오 선 상의 역에서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을만큼 볼거리도 있으니 저녁에 이 곳을 노리고 하루 나들이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같은 니시키쵸에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한 라멘 스트리트와 멘도코로 이노쇼도 있으니 점심 후보지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함께보기>>> 도쿄도 타치카와 시 니시키쵸(錦町)의 멘도코로 이노쇼(麺処 井の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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