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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나의 이자카야 답사기

키치죠지 하모니카 요코쵸 깊숙한 곳의 이자카야 미요시(美酔酒)와 골목길의 한나리(はんなり)

by 대학맛탕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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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키지쵸지 2편이 하모니카 요코초 탐색이었는데, 왜인지 저장해놓은 사진 시간순서가 온통 뒤죽박죽이라 다시 원본 파일을 찾아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편으로 예정한 이자카야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는다.

 

이 날은  친구와 5시 약속이 있어서 낮에 나들이를 한 것이었는데 타고 오던 노선에서 인신사고기 발생해서 1시간쯤 발이 묶였다고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여러 맛집을 눈으로만 구경해서 슬슬 한계가 오던 참이라, 어차피 시원하게 늦는 거 혼자 한 잔 걸치며 기다리기로 결정, 하모니카 요코초로 재진격했다.

 

이미 하모니카 요코쵸를 몇 바퀴는 돈 상태였는데, 워낙 카오스인지라 아까 들어가고자 했던 가게가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골목을 한 번 더 훑다가 간판조차 안 보이는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만약 별로면 뭐 친구가 왔을 때 나가면 되니 일단 들어가 목을 축이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가게 내부를 찍기는 뭐해서 일단은 일단은 홉삐를 주문 후 탐색전. 기본안주(お通し)로 사라다가 나왔다.

 

홉삐 포스팅에서 쿠로가 진리라고 그렇게 외쳐놓고선, 요새는 시로에 맛을 들이고 말았다.

 

첫 안주는 치바 현(千葉県)의 음식인 나메로우(なめろう). 다진 생선살을 된장에 무친 요리로, 보통은 접시에 납작하게 눌러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냥 무침 그대로 내고 있었다.

 

나메로우가 너무 맛있었는지 금새 첫 잔을 비우고, 금새 나카(中) 한 잔을 더 시켰다.

 

홉삐 주문 시 나카(中)와 소토(外) 가 궁금하신 분은 이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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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때 오른쪽에 앉아있던 중년 커플분들이 나가자 갑자기 분위기도 차분해지고, 계속 궁금했던 벽면과 천장을 둘러보았다.

 

여러 연예인 싸인도 보이고, 저 K-SWISS의 숫자가 쓰여있는 건 동일본 국제 역전 경주(東日本国際駅伝) 광고. 매년 초 TV에서 중계하는 하코네 역전 마라톤을 볼 때마다 역전이 대체 무슨 뜻인가 했는데, 릴레이 경주를 뜻하는 말이었다.

 

두 번째 시킬 안주를 골라보는데... 메뉴가 너무 많고 자잘해! 

 

왼쪽에 앉은 분이 자꾸 나를 쳐다봐서 얼굴에 뭐가 묻었나? 했는데 내 등 뒤에 TV가 있었다.

 

왼쪽 벽면에 본격적인 안주가 써 있다.

낫토 미소 그라탕, 버섯 구이, 가지 버섯구이등 다양한 구이요리와 각종 생선구이가 있다. 첫 사진에 살짝 보이는 가스 버너로 철망을 올려 구워주신다. 그 중에서도 대파 구이가 상당히 맛있을 것 같다/

 

비프카레, 가파오라이스, 함바그 도리아 등등 양식 메뉴의 식사류도 눈에 띄었다. 햄에그동과 야키카레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마시는 턴이라 일단 넘겼다. 지금 사진을 다시보다 발견한 핫 와인도 궁금하다.

 

천정에 여러 연예인 싸인이 보이는데.... 헐 잠깐! 이자카야 방랑기의 요시다 루이(吉田類) 씨 사진이 있다? (중앙 왼쪽의 작은 사)

 

설마 방영된 적이 있는데 내가 못찾은 건가? 하고 페이지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없었다.

 

 

세 잔째 마실 즈음 친구가 도착해서 나마비루를 주문. 건배!

 

두 번째 안주는 부타바라 김치볶음. 그러니까 한 마디로 돼지김치 볶음이다. 

돼지고기에 김치를 넣어 볶을 생각을 처음 한 사람은 누구일까? 상 줘야 한다.

 

시장했던 친구는 소스 야키우동도 주문.

 

그리고 아까 천정의 메뉴에서 보고 궁금했던 마구로 육회를 주문했다. 메추리알 탁 깨서 휘휘 저어 먹으니 감칠맛이 아주 일품이다. 

 
 벽장에 꽂혀있는 여러 영화 DVD. 대부분 2000년대~2010년대 영화들...이라고 쓰려는데 스탠바이 미도 보이고. 그냥 명작 영화들인 것으로. 또다른 식사메뉴인 낫토 챠항도 궁금하다.

 

명작 영화들 사이에 은혼(銀魂)이 살짝살짝 끼어들어 있었다.

 

친구랑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갑자기 하나 궁금한 게 생각나서 주인 아저씨께 물어봤다. 

5월에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을 때 하모니카 요코쵸에서 2차까지 신나게 달리고 3차로 갔던 2층의 이자카야가 있는데, 워낙 많이 마셨던지라 가게 위치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참깨 사와(오타 아니고 탄산수 술인 그 사와 맞다)가 있다는 것과 마마가 기모노를 입고 계시다는 것, 가라오케는 없지만 스낙쿠 같은 분위기라는 것 정도였고, 사진도 없어서 그저 말로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게가 있는지 물어보니 주인 아저씨는 뭔가 '이 바닥의 터줏대감인 내가 그걸 못찾을 리 없지' 같은 표정을 지으시며 한참을 생각에 골몰하셨다. 그리고 내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씩 조건을 좁혀가셨는데, 마지막으로 모든 정보를 추론하니 '그 가게는 혹시 이 건물 2층일지도 모르겠다' 는 결론을 내리셨다.

 

'헐 정말요!? 말도안돼 ㅋㅋㅋㅋㅋㅋ' 하고 잠깐 올라가 보니 그 가게가 맞았다!

그렇게 2차는 키핑한 지 4달 된 고구마소주로.... 하고 싶었지만 만석이라 아쉽게도 앉을 수가 없었다.

(사진은 4개월 전 앉았을 때 찍은 것)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지만, 미요시는 눈앞에 있는 화로에서 바로 굴을 굽기도 하고, 흥미로운 창작요리가 많은 흥미로운 가게였다. 한국에서 일본의 이자카야 하면 딱 떠올리는 그런 분위기랄까? 

 

어쩌다보니 비교적 평범한 안주만 주문하고 말았으니, 키치죠지 하모니카 요코초에 가면 꼭 다시한 번 방문할 생각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으니 1차로 끝낼 수는 없는 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미요시를 나선 뒤 하모니카 요코초 골목에 있는 한나리(はんなり) 라는 곳에 자리가 비었길래 앉았다. 한나리는 마치 일본에 있는 한국식당 이름 같았으나 한국요리는 아니었고, 한나리 역시 화사하다는 뜻의 교토 방언이었다.

 

친구는 그대로 나마비루, 나는 탁주(にごり酒, 니고리자케)를 주문했다.

 

오토오시로 나오는 두부 요리는 마치 치즈처럼 생겼는데, 오묘하게 짭짤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안주는 뭘 시켰는지 찍지도 않았다.

그런데...이 때 다시한 번 데자뷰가 펼쳐지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4개월 전 친구들이 왔을 때 2차로 마셨던 가게가 바로 한나리였던 것이다.

 

이것이 하모니카 요코쵸 던전의 힘인가..? 아니면 그냥 취해서 기억 못한 것일 뿐일까?

 

이 나들이를 했던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키치죠지는 마치 23구같은 느낌이 있지만 무사시노 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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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포스팅에서는 쓰지않고 미뤄둔 무사시노 나들이 하편 키치죠지 겸 1차로 갔던 곳을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