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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나의 이자카야 답사기

이자카야 방랑기⑤- 도쿄도 무사시노 시 키치죠지 혼쵸(吉祥寺本町)의 하치죠지마 하마양(八丈島浜やん)

by 대학맛탕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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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만의 이자카야 방랑기 업데이트.
 
키치죠지에서 오랜만의 약속이 있어 이자카야 방랑기 지도를 펼치니, 무려 1회 방송분의 가게가 나왔다. 이세야 총본점(いせや総本店). 요시다 루이 할아버지가 이렇게 젊다니... 같은 감상도 잠시, 군대에 있을 시절이니 정말 너무나 오래전인 셈이다. 
 

 
게다가 일본에 살기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 키치죠지에 사는 친구와 함께 갔던 것도 이 가게였다. 사진처럼 노점같은 느낌은 아니고 2층으로 된 큰 건물이었는데.. 뵙기로 한 분도 야키토리를 좋아하시기도 해서, 그렇게 이세야 총본점으로 나섰다.
 
언제나의 익숙한 남쪽 출구 상점가로 나와서 기다리기로 했다.
언제나 번화한 분위기. 언제나 하모니카 요코초를 가서, 남쪽 상점가는 츠카다 농장(塚田農場) 키치죠지점 외에는 가 본 이자카야가 없다. (이세야는 살짝 거리가 있어서, 상점가를 지나서 있다.)

 
하지만 지인을 만난 직후 계획이 틀어졌다. 이세야 총본점은 9시까지 영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
아무리 빨라도 10시까지는 할 줄 알았는데 금요일 밤에 9시까지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재빨리 서브로 찾아두었던 가게로 계획을 변경했다. 키치죠지 북쪽 출구 서쪽에 있는 하치죠지마 하마양(八丈島浜やん) 이라는 이자카야. 

 
이자카야 방랑기 안내 페이지를 보니 갑자기 내게 익숙한 요시다 루이 씨의 모습이 나와서 세월이 훅 하고 지나간 듯한 기분이다. 이세야 총본점에서 15년 후이니 당연한 일인데, 이게 또 7년 전에 방영했었다. 시간이 왜이리 빠르게 흐르는 건지.

 

 
밤중에 구글지도를 무턱대고 따라가느라 꽤 멀다고 느꼈었는데, 지도를 보니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았다.

 
하모니카 요코쵸를 서쪽으로 빠져나오면 있는 토큐(東急) 백화점 앞 교차로.
저 멀리 보이는 주오 선 굴다리를 지나가면 이세야 총본점이 나온다.

 
 
도큐 백화점을 끼고 왼쪽으로 가니 제법 술집이 있는 상점가가 있었다. 

 
그리고 가게 입성. 가게 정중앙의 가장 목 좋은 자리가 마침 딱 비어있어서, 금요일 저녁 이시간에 이런 행운이 따로 없다.
주문을 하기 전부터 찐 맛집의 분위기가 술술 풍겨서 급박한 가게 변경과 길찾기를 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피로감이 한 번에 날아가는 기분.
 
카운터석은 한 줄 정도만 있고 테이블석이 메인으로, 그 자리를 다 채운 손님들은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로 다양하게 있었다.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이미 분위기에 취한 상태.

 
기본안주는 곤약 조림이 나왔다. 곤약은 언제나의 그것인데, 이 오징어포인지 뭔지 모를 해산물에 양념이 진하게 배어있다.

 
 
음식사진 모드를 켜는 것을 깜빡해서 급 변경해서 다시 찍었는데, 위 사진이 형태가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일본에 꽤 오래 살았는데도 맞닥뜨리면 긴장하는 손글씨 메뉴. 그래도 붓이 아니라 연필로 쓴 거라 헷갈릴 것은 없었다. 
가쿠니(角煮, 통삼겹살 조림) 가 있어서 바로 주문을 했다. 돼지귀 조림(ミミガー)이 있는 걸 알았다면 주문했을 텐데..
컬리 포테토후라이(カーリーポテトフライ)는 축제에서 파는 꾸불꾸불하고 긴 감자일 듯 하다. 

 
안주에 오키나와 소바와 오키나와의 해초 모즈쿠(もずく)가 있고 시콰사(シークヮーサー)를 넣은 술이 있는 걸 보니 여기는 오키나와 요리점인가 싶어, 읽기 어려웠던 가게 이름(八丈島)이 기억나서 좀 찾아봤다. 하치죠지마(八丈島)라는 작은 섬이 도쿄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무튼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거의 한계에 다다랐으므로 일단 나마비루!
시콰사 맥주가 있어서 궁금해서 시켰는데, 보통 나마비루와 헷갈려서 서로 바꿔 마시고 말았다. 
아무렴 어떠랴... 금요일 밤의 나마비루 첫 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해산물 요리 전문점인 만큼 일단은 모듬회를 시켰다. 방어, 도미, 다랑어, 그리고 이름모를 생선 한 종류. 

 
 
회 한점 먹을 즈음에 이미 비워버려서 이번엔 제대로 시콰사 맥주 주문. 예전에 자주 마셨던 카스 레몬의 그 맛과 오스트리아에서 자주 마신 라들러의 중간맛으로 꽤 괜찮았...지만 생선회와 먹기는 또 좀 애매했다.


그 타이밍에 딱 맞춰 나온 통삼겹 조림. 

 
야들야들~~ 일본 맛집프로 보면 이런 구도에서 항상 음식이 덜덜 떨리는데 일부르 그러는 건지 저절로 그리 되는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더 맛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가쿠니는 비주얼과 한 입 푹 베어무는 맛은 참 좋았지만 한 번 먹으니 금새 끝나서 조금 아쉬웠다.

 
가라아게도 뭔가 좀 남달라서, 닭껍질 왕창 붙은 것이 아니라(그건 그것대로 맛있지만) 상당히 마일드한 맛이었다. 보통 마요네즈를 찍으면 정신없이 짜게 마련인데, 은은하게 맛있었다. 

 
오른쪽을 보니 메뉴판에 없던 안주도 여럿 보인다. 방어 가슴 지느러미 구이(ブリのかま焼き)를 비롯한 해산물 메뉴가 메인이고, 무 가라아게(!?)도 있다.
 
무 가라아게가 뭔지 궁금한 채로 넘어갔는데 마침 이자카야 방랑기 다른 회차에서 나왔다. 무를 절인 뒤 특수한 밀가루를 뭍혀 튀긴다고. (다른 가게이니 여기도 이런지는 알 수 없다.)



이자카야 방랑기 방송 페이지에 나온 할아버지가 지금도 건강하게 서빙을 보고 계셨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지 불러도 못 들으실 때가 많았지만, 잔이 비워질 때마다 칼같이 와서 부담스럽지 않게 권하는 여주인(女将, おかみ) 분 접객이 매우 훌륭해서 거의 끈김없이 맛있는 술과 안주를 즐길 수 있었다.

 
 
너무 많은 메뉴에 혼란을 겪다가 왼쪽 위에 나메로우(なめろう)를 발견하고 주문했다. 최근 여러 번 나메로우를 먹었는데 무침같은 스타일로 나와서 제대로 된 것이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다행히 제대로 저며서 나뭇잎 모양으로 만든 정통 나메로우가 나왔다. 
 
야채와 된장, 잘게 갈은 생선살이 입안에서 섞이는 풍미가 일품. 

 
그리고 이후는 딱히 안주가 필요없게 될 정도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됐다.

 
2차는 지난 번 만석이라 들어가지 못한 환상의 2층 이자카야를 찾아서 돌격했다.
환상의 2층 이자카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를.
2025.03.31 - [도쿄 이야기/└ 나의 이자카야 답사기] - 키치죠지 하모니카 요코쵸 깊숙한 곳의 이자카야 미요시(美酔酒)와 골목길의 한나리(はんなり)

키치죠지 하모니카 요코쵸 깊숙한 곳의 이자카야 미요시(美酔酒)와 골목길의 한나리(はんなり)

지난글보기  본래는 키지쵸지 2편이 하모니카 요코초 탐색이었는데, 왜인지 저장해놓은 사진 시간순서가 온통 뒤죽박죽이라 다시 원본 파일을 찾아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편으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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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시가 있는 건물의 2층이니 다시 구글지도로 찍고 찾아가는데..

 
하모니카 던전의 마술에 걸린 듯 메인 상점가 입구로 나오고 말았다.

 
하모니카 던전으로 재입장! 이 시간부터 더 활기가 느껴지는 골목 풍경이다.


그리고 결국 입장 성공!!
1년만에 오는지라 혹~~~~~시 그 때 키핑한 소주가 있는지 여쭈어보니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1년 전 처음 맛보았던 참깨 사와를 먼저 주문.

 
정말 참깨맛이 난다!

 
 
참깨사와는 순삭되고 막차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커피 사와(!)를 시키고 담소를 나누는데...
키핑한 이이치코를 찾아주셨다! 다음번에 다시 들러서 꼭 마시기로! (1년 지났는데 괜찮겠지?)

 
작년에 이 곳에 같이 왔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요즘 유행하는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어 보내주었다.
내 이름도 바뀌고, 이이이아이코가 되었다.

 
 
이토 준지 버전도 보내줬다 ㅋㅋㅋ 술 이름은 깔끔하게 이이니코가 되었다.




정겨운 분위기, 맛있는 술과 안주, 담소까지 너무나 행복한 금요일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월요일이다.....)
이자카야 하치죠지마 하마양은 신주쿠에서 주오/소부 선을 타고 8정거장인 키지쵸지 역에 내려서 도보 6분이면 갈 수 있다. (길이 꽤 꼬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0분은 걸린다.)
 
지브리 미술관을 가시는 분이라면 꼭 이곳을 예약해서 저녁에 해산물 이자카야의 진수를 맛보시길 바란다. 
5시부터 영업이니 일찍 가면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니혼슈는 돗쿠리 한 종류만 있으니 해산물에 니혼슈까지 즐기고자 하시는 분들은 감안하셨으면 한다.
 
 

 
 
키치죠지 근방의 둘러볼 만한 포스팅도 함께 실어두니 근처 여행을 가시는 분은 참고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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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자카야 방랑기에 나온 두 곳을 또 들렀으니, 곧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기대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