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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소통/외국어

빨리 멘테(メンテ) 걸어주세요~!

by 대학맛탕 2025. 2. 6.


지난글보기<<< 일본에서 면 사리를 추가하려면.. 여기 구슬하나 더 주세요!?

처음 일본계 게임회사에서 일할 즈음, 사무실 한 켠에서 처음 듣는 일본어 단어가 들렸다. 
 

'빨리 멘테 걸어주세요 멘테!'
 
모르는 단어가 갑자기 들리니 계속 신경쓰여서 집중이 안 되어서 물어보려는 찰나, 멘테를 건 분이 대딥했다.

'점검 시작합니다~'

응답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멘테는 온라인 게임의 3대 명검중 하나인 서버 점검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당시 옆 팀에서는 한참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긴급한 상황대처가 많았는데, 요청하신 분은 일본에서 오래 일을 하시던 분이고, 요청을 받은 분은 한국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라 이렇게 오고가는 단어가 뒤섞이곤 했다.
 
자주 듣다 보니 바로 적응이 되었고 조금 더 지나서 멘테는 メンテ이며, メインテナンス가 メンテナンス로 간략화되고, 다시 줄임말이 된 것이다.

지금은 メンテ를 너무 많이 써서 되려 점검이라는 말이 머릿속데서 잊혀져가는 중이지만, 처음엔 이런 데에서는 영단어를 그대로 쓰는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일본에 산 지 꽤 지난 지금도 갑자기 한국에서는 거의 안 쓰는 외래어가 튀어나오면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대화 중 갑자기 ミラー라고 하면 거울인 지 모르고 뭐지 뭐지? 하는 것 같은.
 
메인테넌스(maintenance)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①유지, ②지속이라는 뜻 외에도 ③양육비라는 뜻도 있었다. 원래의 뜻 역시 유지보수라는 의미에서 여러가지로 파생되어 사용되는 듯 하다. 
 
일본어어의 사전적 의미로는 주로 기계설비나 건물, 서버 시스템 등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체크 및 정비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미를 찾으면서 나온 단어를 조금 더 풀어보면,

이상

異常도 의미는 통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不具合(ふぐあい)를 주로 사용한다.

異常 - 상정했던 프로세스에서 벗어난 상태
不具合 -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

여담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体調不良(たいちょうふりょう)라고 한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의 不都合(ふつごう)와 함께 다음에 좀 파고들어 보겠다.



정비

整備도 의미는 전달되지만 복잡한 기계나 자동차처럼 전문적인 분야에 쓰이고, 넓은의미에서는 手入れ(手入れ)를 주로 쓴다.
 

メンテナンス는 한국어에서는 외래어로서의 지위가 거의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번역하면 어색한 표현이 되는 반면, 일본어에서는 整備와 手入れ의 의미를 동시에 가져서 굉장히 폭넓게 쓰인다.  
 
 
メンテがやりやすい - 유지보수하기 편하다.
体のメンテ - 건강관리(늘상 쓰는 말이라기보다는 광고 카피 등에서 자주 쓰인다.)



P.S. 手入れ가 나오니 생각난 에피소드

군대에서 개인정비 시간에 '총기수입'을 자주 하는데, 현역 시절 근무하던 부대에서 갑자기 '수입' 의 의미가 무엇인지 토론이 벌어졌다.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지만 바닥을 쓸다 라는 의미의 영단어 'sweep'이 전해진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 보면 영락없이 手入れ(ていれ)의 한자를 그대로 읽어 전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내가 속한 charlie 포대도 챠-리- 포대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일본군의 편제나 용어가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