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보기<<< 일본 한자능력 검정 준2급 후기 상편 - 시험 소개 및 준비
그렇게 언제나처럼 벼락치기로 모의고사를 2회차 돌리고 시험을 보러 갔다.
타마 지역의 시험장은 JR주오 선(中央線)니시하치오지(西八王子) 역 근방에 있는 하치오지 중/고등학교로, 여기 오는 것도 이제 네 번째가 된다.
남쪽출구로 가야 하는데 북쪽으로 나와버려서, 다시 건널목을 지나 남쪽으로 갔다.
건널목을 지나다 찍어 본 동쪽의 타카오 역 방면.
그리고 서쪽의 하치오지 역 방면.
서쪽의 선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하치오지 중/고등학교가 나온다.
선로 옆을 따라 걷는데 모르는 한자의 간판이 보여서 왠지 찜찜했다. 이건 몇 급 한자인 것인가!
대부분이 지하철인 한국과 달리 대부분이 지상철(?)인 도쿄. 그래서 이렇게 선로 변 풍경의 정취가 있다.
중간중간 차단기가 있어서 건너다닐 수 있는데, 드물게 왼쪽과 같은 육교가 있는 경우도 있다.
시험장 근처에 다다르니 건물의 윤곽이 보인다.
정문 앞. 보통은 앞에 시험보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도 없고, 정문 입구에 아무것도 안 써붙어져 있었다. 설마 시험일자를 착각했나!? 생각했으나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 이 곳에 와 봤을 때는 오래 전에 게임에서나 보던 일본의 사립 고등학교 건물을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이라 신기했다.
왠지 학교 건물 위쪽에 시계가 있을 것 같고, 옆에는 수영장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풍경 말이다. (일본은 모든 학교에 수영장이 있고 수영 수업도 있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딱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이국적인(이라 쓰고 아니메같은) 분위기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되서 모르겠지만 요즘은 한국 고등학교도 이런 분위기일 지 모르겠지만.
처음 갔을 때 이래저래 신기해서 학교에 관해 좀 찾아봤다.
중/고 일관고(6년동안 같은 학교를 다니는 제도)의 사립학교로, 1928년에 타마 노동학교(多摩労働学校)로 개교한 뒤 1935년에 하치오지 중학교로 명칭을 바꾸고 1948년에 교제 개편으로 고등학교가 발족했다고 한다.
중학교 3년 기준으로 입학 시 비용이 120만엔, 1년 수업료가 93만엔으로 중학교 학비만 4천만원 가까이 드는 셈이다. 일본의 사립학교 및 입시 시스템에 관해서는 기회가 되면 포스팅으로 소개하겠다.
시험장 안내를 보고 안심했다.
'실내화(上履き, うわばき)는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履く(はく)가 준2급 한자로, 이력서 할 때 履(밟을 이) 자가 신발을 신을 때의 履く와 같은 한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왠지 한자 공부해서 뿌듯한 순간.
건물에 들어서서, 복도의 사물함에 붙어있는 안내문.
시험 시작 전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빠아아앙 하고 주오 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찍어봤다. 전망도 참 좋다.
시험은 60분만에 끝났다.
공부의 막판 스퍼트에서 겨우겨우 좀 어려운 한자까지 쓸 수 있게 되어서 나름 자신을 가지고 갔는데, 의외로 준2급 한자들은 어려운 것이 안 나와서 술술 써내려갔다.
부수와 문장구조도 패턴 내였다.
후반에 준2급 한자보다도 그 이전급수 한자들에게 통수를 많이 맞았다. 堪,併,銃이런 거... 전부 왼쪽 부수를 다른걸 썼다. 부수를 베이스로 하지 않고 벼락치기만 반복한 한계가 이렇게 다가온다.
시험 끝나고 그냥 덮어두었었는데 지금 일부 정답을 맞춰보니 불합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잊어버리는 걸로.
(11.13추가) 다행히 합격 소식이 들어왔다!
시험 전날에는 낮기온이 30도 넘어서 반팔을 입었는데(일본에서 사상 최초라고 한다.) 시험 당일은 18도라서 왠지 수능 보던 날이 떠오르는 하루었다.
합불은 약간 애매하지만 어떤 결과이든 다음엔 2급에 응시할 생각이다.
시험은 1시간인데 딱 보고 나오면 해가 기울어 있어서 또다른 풍경이 된다.
우르르 돌아가는 오늘의 전우(?) 분들.
태양권! 이런거 찍으면 렌즈 맛 간다는데..
육교에도 한 번 올라가봤다.
니시하치오지 역으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이자카야/스낙쿠가이가 있어서 매우 끌렸으나, 아직 영업을 시작한 곳이 없어서 아쉽게도 지나쳐 갔다.
니시하치오지 역으로 되돌아왔다. 내년에 또 만나요~
P.S.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 중 취생몽사(酔生夢死) 라는 사자성어를 배웠다. 뜻풀이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고 쓰여있으나 글자는 술만 퍼마시다가는 그리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되어 이렇게 술을 마시며 살아도 되나..싶었지만 시험 끝나면 이자카야 방랑기를 업데이트하리라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사가미하라 오오노(相模原大野)로 떠났다.
그 이야기는 다음 이자카야 방랑기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언어와 소통 > 외국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한자능력 검정 준2급 후기 상편 - 시험 소개 및 준비 (5) | 2024.10.21 |
---|---|
일본에서 면 사리를 추가하려면.. 여기 구슬 하나 더 주세요!? (0) | 2024.08.04 |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본어 기호 입력 (2) | 2024.06.02 |
일본에서 음료 리필은 가능할까? (1) | 2024.04.27 |
천기통(天気痛, てんきつう)을 아십니까 (2) | 202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