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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아케이드 아카이브즈 10주년 이벤트 ② - 4시간 30분의 아케이드 혼(魂)

by 대학맛탕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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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이벤트라고 해 놓고 후타코타마가와 썰만 줄창 늘어놓은 상편을 쓴 지 한 달이 훨씬 지나고 말았다. 

행사가 너무 좋았던 터라 자세한 취재기사처럼 쓰려고 하니 그 프레셔가 더욱 컸고, 도리어 기억이 살짝 지워진 지금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행사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고, 이미 반 이상 인파가 들어차 있었다. 

 
무대 위의 대형 스크린에는 2014년 이후 발매된 아케이드 아카이브즈 게임들의 순서대로 쭉 틀어놓고 있었다. 아직 행사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게임이 하나 바뀔 때마다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행사장에서 무료로 배부해 준 패미컴 통신(ファミコン通信) 특별호 아케아카 통신(アケアカ通信). 특별해 별도 발간된 것은 아니고 패미통 뒷면 광고란을 이용한 특집기사 안내였다. 오른쪽 귀통이를 잘 보면 패미통 5월 30일자임을 알 수 있다.


일본물산(日本物産)의 1981년작. 프리스키 톰(フリスキートム). 
라고 소개를 하지만, 나도 처음 오락실에 간 것이 1988년이라 이맘 때의 세대와는 꽤 갭이 있다. 어렸을 때 유원지 등의 오락실에 가면 그나마 80년대 중반의 게임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도저히 닿지를 않으니 나에게는 그야말로 '아카이브' 그 자체인 것이다. 

 
NMK하면 헬기 슈팅게임 선더 드래곤만밖에는 기억이 없지만, 사보텐 봄버즈(サボテンボンバーズ)라는 게임도 내놓았었다.

 
코나미의 1989년작 크라임 파이터즈. 이 역시 직접 본 기억은 없지만,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플레이하셨던 분이 있으실 지도 모르겠다. 

 
1992년 오락실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코나미의 선셋 라이더즈(サンセットライダーズ). 우리동네 오락실의 오락기에는 흰 종이로 당당하게 '서부로 가는 길' 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지금까지 그 이상의 초월번역 제목을 본 적이 없다.
 
3P, 4P로 하면 샷건을 쓰기 때문에 자리 싸움이 치열했고, 보스를 클리어한 뒤에는 가장 스코어가 높은 플레이어가 포즈를 취해서, 그거 한 번 해 보려고 기를 쓰고 했었다. 

 
패밀리 52가지 합팩에 개근하듯 들어있는 자레코의 포메이션 Z. 아케이드판은 여기서 처음 봤다. (라기보다 존재를 처음 알았다.)

 
테크모의 아케이드판 닌자 용검전(忍者龍剣伝). 한국에는 수출판인 닌자 가이덴(NINJA GAIDEN) 이 들어왔는데 왜인지 오락실의 제목에는 왜인지 '아메리칸 닌자' 라고 붙어 있었다. 처음에 아메리카로 떠나는 장면이 아무래도 인상깊긴 하다. 도중에 있을 게임퀴즈에서 나를 오해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게임이기도 하다.

 
갑자기 게임화면이 끝나고 10주년 기념행사 타이틀이 뜨자 장내가 웅성웅성.. 드디어 시작한다!

 
시작하기 전 사회를 맡은 진행자분이 차분하게 오프닝 멘트를 시작. 90년대 니혼TV에서 아이돌과 같은 인기를 누렸던 아나운서 나가이 미나코(永井美奈子)씨로, 지팡구 아침 6시(ジパングあさ6)라는 프로그램을의 오프닝을 담당하셨다고 게임 행사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한 차분한 보이스에 약간 위화감을 느꼈지만,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예전 아나운서 시절을 돌아보는 TV프로가 검색에 나오는 것을 보면 당시에 상당히 인기가 많으셨던 모양이다.

출처: 여성 아나운서 대도감(https://joseiana.com/archives/12231)

 

이벤트장 뒤쪽에는 굿즈 판매코너가 있었고, 사진에서는 촬영 카메라에 가려서 안 보이지만 10석 이상 규모의 기자석이 있어서 행사 규모를 실감케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입장 시 출입증을 받지 못하신 분은 지금 받아가시라고 안내가 있어서 수령. 킹 오브 파이터즈 초대장처럼 밀랍으로 봉해진 봉투를 뜯어보니
 

 
응모할 때 썼던 ID가 입력된 초대장이 들어있었다. 무료행사인데 이렇게까지 해 주시다니 왠지 감동.

 
 
행사 시작 전과 쉬는 시간마다 게임 게닌 후지타(フジタ, 게임 게닌으로 10년 이상 활동중으로 행사 마지막에 대활약을 한다. ), 프로레슬러 겸 게임 라이터 남색 디노(男色ディーノ, 관객 몇 명에게 제대로 뽀뽀뽀를 하며 등장했다...), 오타쿠 게닌 오오바야시 요시히로(大林宜裕) 게스트로 나와 게임퀴즈를 출제했다.
 
첫번째 문제
 
이번주 주간 패미통의 뒷표지는 '아케아카 통신' 이었습니다. 
게임 캐릭터가 나와 있었는데 어떤 게임 캐릭터일까요?

 
정답은 닌자군(忍者ぐん). 나중에 쟈레코가 판권을 얻어서 쟈레코 작으로 알았는데 UPL이라는 회사의 작품이었다. (쟈레코도 이미 2006년 도산했다.)

 
 
행사는 아케이드 아카이브즈를 서비스하는 유한회사 햄스터(有限会社ハムスター)의 대표이사 하마다 사토시(濱田倫) 씨가 등단하여 서비스 10주년을 감사하고, 이 서비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10년 간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 지를 프레젠했다.
 
하마다씨의 표정과 말 하나하나에 얼마나 이 순간이 벅찬지, 이 서비스를 일구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여러모로 느껴졌다.
 


유한회사 햄스터를 창업하기 전에는 방송 업계인으로, 니혼TV 입사 후 처음으로 맡은 제대로 된 TV 프로그램이 위에서 이야기한 지팡구 아침6시의 디렉터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나가이 미나코씨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초대했다고.
 
그 다음에는 수석 엔지니어 시모무라 타카미츠(下村孝光) 씨가 등단했다. 게임 아카이브즈의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삿포로 지사(!)에서 활약중으로, 아케이드 아카이브즈는 초반에 기술적인 이슈가 있어서 상당히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한편 시모무라씨는 고등학생 시절 나가이 미나코씨의 팬으로 CD도 사고 삿포로 지역에서 방송하는 지팡구 아침6시를 녹화해서 봤다고.
 
한편 지금 행사를 하고 있는 후타코타마가와 라이즈(二子玉川 rise)가 있던 자리에 바로 20세기 남코의 테마마크 게임센터 원더 에그(ワンダーエッ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아케이드 게임의 선구자이자 정점에서 활약한 남코의 성지였기에 그 의미가 더 큰 것이다.

하마다씨와 장내의 관객 대부분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갔고, 나도 게임월드에서 원더 에그라는 단어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잠시 보고 가시기를.

 
 
 
1부는 아케이드 아카이브의 10년 연표의 블랭크를 메워가며 게임을 제공하는 퍼블리셔 및 패미통 기자들과의 토크 타임.

 
 
처음으로 아케아카 게임의 배급을 허락한 코에이테크모의 임원 분이(테크모 쪽 출신이신 듯) 나오셔서 처음 제안을 가져왔을 때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해당 게임의 톱 플레이어가 플레이해서 납득이 가면 고 사인을 내리겠다 했다고. 당시의 사진도 보여주었다.

타이토의 임원 두 분 중 한 분 (가운데에 하얀 티셔츠 입은 분)은 거의 게닌 수준으로 예능감이 좋으셨다.

 
 
 
그리고 또 막간 퀴즈.
X〇X〇X
〇에 알파벳을 넣으면 어떤 게임의 타이틀명이 됩니다. 
그 알파벳은 무엇일까요?
 
출제되는 순간 장내가 폭소의 도가니로 ㅋㅋ. 답은 코나미의 젝세스(XEXEX) 였다.

 
2부는 아케아카 콘서트 신일본 BGM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콘서트였다. 촬영이 되지 않아 타이틀은 유튜브에서 캡쳐.

 
파이널 판타지 디스턴트 월드 외에는 게임음악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선곡이 상상 이상이었다. 셋리스트에 유튜브 링크를 달아둘 테니 각 곡을 꼭 들어보시기 바란다.
 
1. 테라크레스터의 테마(テラクレスターのテーマ)
한국에서 일명 독수리 오형제라고 불리운 슈팅게임. 햄스터가 현재 판권을 갖고 있으며 회사가 이 게임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했다. 하지만 플레이한 경험이 없어서 그냥 좋구나.. 하고 들었다.
2. 그라디우스(グラディウス)
여기서부터 장내가 떠들썩. 아니 이 곡이 오케스트라로 나올 수 있는거구나 하며 그냥 감격하며 들었다. 스테이지의 시작부터 도입부, 보스전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남는 멜로디를 빼놓지 않고 커버한 것도 좋았다.
 
3. 원평토마전(源平討魔伝)
워낙 일본색이 강해서 우리나라 오락실에는 들어오지 않은 탓에 플레이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게임. 그런데 멜로디를 몰라도 그냥 푹 빠져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편곡이 탁월해서, 오래전에 본 카게무샤의 오케스트라 배경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4. 콘트라(魂斗羅)
 
가장 좋았던 콘트라. 그라디우스에서도 이미 감동했는데 이 격정적인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뿌려지는 순간 등줄기에 전율이 흘렀고 나도 모르게 크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옆에 앉으신 동행 분께서 푸훗 웃으시기도.
 
5. 닌자용검전(忍者龍剣伝)
제목이 뜨는 순간 어라, '패미컴 게임이 왜?' 하고 생각해서 옆 분께 이거 패미컴용인가요? 하고 물으니 '아케이드용이에요' 라고 대답해 주셨다. 아케아카 행사장인데 패미컴 음악을 틀 리 없으니 너무 바보같은 질문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닌자용검전 하면 패미컴용을 떠올리고, 아케이드판은 닌자 가이덴이기 때문에 이 트릭은 한국인은 높은 확률로 걸려들 것이다.  .. 라는 생각을 하며 곡은 못 들었다.
 
6. 왈큐레의 전설(ワルキューレの伝説)
이 게임도 Wii 버추얼 콘솔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그저 경쾌한 BGM이었다는 기억만 있어서 잠자코 듣는데, 옆 분께서 너무 감동하서서 크으...크으... 하시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ㅋ
 
7. 매칭 라스터(테라스레스터)
잘 모르는 곡이지만 햄스터와 악단이 정말 사랑하는 곡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앵콜 곡으로 다시 한 번 연주됐다.
 
 
3부에서는아케이드 아카이브 관련 신 정보 발표가 있었다.
 
최근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버블룬이 직접 등판해서 타이토 마일스톤 3을 발표했다. 

 
나오다 넘어지는데 짱 귀엽... 

 
1타이틀을 제외하고 다 아케이드 아카이브에 있는 것들이라 좀 묘하기도 했다.

 
 
다음은 SNK의 관계자가 등단해서 PS5와 XBOX SERIES X전용으로 런칭되는 아케이드 아카이브2 네오지오를 알렸다. 타임어택 모드와 온라인 대전모드 탑재한다고. 장내에 계신 분들은 이미 PS4나 스위치로 엄청난 구매를 했을 분들이라, 그냥 끄덕끄덕 하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기존 아케아카 네오지오에서 같은 게임을 구매했다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한다.
 
 
 
4부는 아케이드 아카이브 어워드.
부문별로 수상 게임을 각 회사 직원들이 등단하여 수상했다. 
 
 

우수상 - 아르고스의 전사(주식회사 코에이테크모 게임스. 당시엔 테크모)

현존하는 회사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계약에 응한 게임이니 충분히 우수상을 받을 만 하다.

 

우수상 - 테라크레스터(햄스터. 당시에는 일본물산)

조금 셀프 수상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대상 - 더블 드래곤(아크 시스템 웍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테크노스 저팬의 그 게임. 딱히 이견을 달 필요가 없는 명작.

 

우수상 - 미스틱 워리어즈(코나미)

MAME 에뮬레이터에서 완벽 구현이 되지 않았던 게임으로, 2023년에서야 아케이드 아카이브즈로 이식되었다. 행사 서두에 자부심을 피력하는 햄스터의 기술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 
 
플레이해 본 적은 없고 오락실에서 종종 본 적은 있다. UI나 화면구성 상 선셋 라이더즈 개발팀의 후속작으로 보인다. 90년대 코나미의 4인용 게임은 정말 거를 타선이 없다. 판권작이 많아서 이식이 안 되는 것이 아쉬울 뿐.

 

우수상 - 다라이어스 2(타이토)

기판이 고급형이라 그런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게임. 레이 시리즈는 그래도 꽤 인기가 있었는데 동시대의 G다라이어스 역시 오락실에서 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버블룬이 나와서 수상했다 ㅋㅋ.

 

대상 - 페리오스(남코)

게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노코멘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수 판매량만으로 랭킹 1위인 게임에 주어지는 특별상이 발표되었다.
같이 온 분들이나 나도 모두 그라디우스나 스트리트 파이터 2 등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특별상 - VS. 수퍼 마리오 브라더즈(닌텐도)

아케이드판으로 이식되어 난이도가 약간 상향된 수퍼마리오였다. 더구나 수상하러 직원도 방문하지 않아 그냥 축하 인사만. 왜인지 행사장에 있는 모두가 패배한 느낌이었다. 
 
다만 스위치로만 발매되었는데도 판매량 톱을 찍었다는 것은 스위치 플랫폼에 의해 아케이드 아카이브가 이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하기도 하니 어찌됐든 잘 된 일다.

 

 
5부는 예상치 못했던 스페셜 대담에, 더욱더 예상하지 못한 게스트가 등장!
 

했으나 오늘도 분량 초과로 다시 3부작으로 나누어야 하겠다. 
다음편도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