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이 있어 타치카와에 갔다가 오리온 서점에 들렀다. 만화책 코너가 엄청 크고 큐레이션이 좋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들의 사인이 걸려있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신간을 구경하는다가 난데없이 초대 엑스박스 책이 보여서 눈길이 갔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매대로, 퍼펙트 카탈로그 시리즈를 전부 모아놓은 매대였다.
이제 엑스박스도 클래식 게임기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2001년에 엑스박스가 나왔으니 이미 24년이나 지났고, 클래식 게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퍼펙트 카탈로그 매대는 모든 시리즈를 망라하고 있으며, 절반은 샘플 책까지 내놓아서 정말 구경하기 좋았다.
2010년대부터 여러가지 클래식 게임 책이 난립했지만 결국 퍼펙트 카탈로그로 시장이 평정된 분위기. 한국에서도 정식 출간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책을 사면 마치 그 게임기를 소유한 듯한 기분이 되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MSX도 그랬지만 한국에서는 아예 볼 수 없었던 PC 8801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개발기기였던 전설의 PC, X68000이 그런 용도로 아주 좋았다. 실제로 들춰보니 미소녀 게임이 대부분이고 캡콤 게임 이식작은 생각보다 적기도 했지만.
지난번 마이컴 박물관에서 처음 본 카시오의 게임기 LOOPY가 표지를 장식한 카시오 게임기 카탈로그.
카시오가 내놓은 공학 계산기로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본래부터 연관이 깊고, MSX를 내놓기도 했으니 그 족적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LOOPY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소개. 결과론이기는 하나 여러모로 대중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반다이 게임 카탈로그도 나와 있었다. 표지를 장식한 것은 원더스완의 마지막 기기 스완 크리스탈과 반다이가 무려 애플(!) 과 공동 개발했던 게임기 피핀 앳 마크.
원더스완은 거치형 콘솔게임을 할 수 없는 고3 수험생 시절 추억이 있는 기기다. 16비트 기기인데 흑백에 잔상이 엄청나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실망하긴 했지만, 슈퍼로봇대전 컴팩트는 정말 재미있게 했었다.
3부작으로 나뉘어 나온 2편은 난이도가 살인적이었고, 이후 PS2로 3작품의 합본이 임팩트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컴팩트 3이 나왔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일본에 올 때 스완 크리스탈을 처분한 것이 급 후회되는 순간.

그런데 엑스박스 밑에 더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3이 퍼펙트 카탈로그가 나오다니 여러모로 감개무량한 순간이었다.
표지에 써 있는 대로 슈퍼컴퓨터에 필적하는 초 하이스펙이었던 기기. 쿠타라기 켄으로 대표되는 소니의 기술자 정신이 발휘된 마지막 플스이자, 그 결과로 잠시 시장에서 외면받기도 했던 양면성이 있는 기종이다.
한국에 정발되었을 때는 정가가 598,000원으로 이미 사회인이 되었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엑스박스 360으로 만족하다가 파이널 판타지 13때문에 신형이 나온 2008년에야 구입했다.
퍼펙트 카탈로그 시리즈도 한동안 열심히 모으다가 계속 멈춰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1의 30주년인 12월 3일을 맞아 플레이스테이션 1 상권을 샀다. 하지만 12월 3일은 현재도 진행중인 그 대사건이 일어나 플레이 스테이션의 30주년 축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94년 ~ 96년은 슈퍼패미컴 말기의 명작들이 쏟아짐과 동시에 세가새턴과 플레이 스테이션이 차세대 게임기 전쟁을 벌이던, 게이머로서 가장 즐거웠던 시기였다. 그 이야기는 플레이 스테이션 하권을 사면 한 번 또 해 보도록 하겠다.
한 달에 한 권씩 사자는 다짐도 있었기에 PS3 퍼펙트 카탈로그를 샀다.
하드웨어 스펙 부분은 집중해서 읽어야 하니 나중으로 미루고, 소프트웨어를 보니 플레이스테이션 3 초기의 서비스들이 있었다.
플레이 스테이션 HOME은 정말 메타버스 그 자체를 십수년 빨리 구현했었다. 지금 뭔가를 만들어도 이 정도 완성도를 보이긴 어려울 듯.
플레이 스테이션 3의 컴퓨팅 파워를 슈퍼컴퓨터에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 1, 2는 소프트웨어가 너무 많아서 설명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여기서는 좀 다를까 했지만, 그래도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3까지는 소프트웨어가 많아서 비슷한 구성이 되어 있다. 다운로드 게임까지 다루어주는 것도 아주 감사한 일.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선제적으로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5가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트워크 대전기능을 탑재하여 엑스박스 360으로 발매되어 뒤통수를 아주 거하게 쳐 줬지만, 그 전까지는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지인의 집에서 많이도 플레이했었다.
작년 11월에 플레이스테이션 2 퍼펙트 카탈로그가 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니, 플스3 퍼펙트 카탈로그가 발매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한국 게임시장에 큰 족적을 남긴 게임기이니 내후년에는 출간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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