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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일본의 패키지 게임 판매량에 관한 단상

by 대학맛탕 2024. 4. 1.

 
3월 내내 FF7 리버스에 집중하느라 유니콘 오버로드를 일단 건너뛰었다. 체력적으로 조금 지치기도 해서 일주일은 게임을 쉬며 다음에 할 게임을 고민하다가 오늘(3월 31일) 유니콘 오버로드를 사러 갔더니 요도바시 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 전국 체인의 대형 가전 양판점)에는 아예 패키지가 없고, 게오(GEO, 중고판매와 대여업을 겸하는 소프트웨어 매장)에도 전부 품절 알림만 남아있었다. 


3기종(PS4, PS5, 스위치)으로 발매되어 2주 간 판매랭킹 1위를 했던 게임이 3주차에 갑자기 랭킹에서 이탈해서 의아해했던 참이었는데 이 상황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애초에 발주를 적게 한 것이다.

아니 이런 갓겜을 왜 이정도밖에 안 찍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1주차 7만 4천장, 2주차 9만 9천장 (패미통 판매랭킹 기준)의 판매 페이스를 생각하면 아주 적절한 발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패키지판의 가격이 방어되면서 물량까지 없으면 다운로드 판매가 오르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매 후 2개월이 지난 용과 같이 8과 FF7 리버스의 가격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용과 같이 8은 3월 초에 신품 가격이 5천엔대로 내려왔고, 현 시점에서는 4천 9백엔 정도까지다. (사진의 큰 숫자 가격은 세금 미포함이고, 그 아래 작게 써진 가격이 신품 가격이다.) 패키지의 신규 구매 수요가 끝난 것이다.

 
FF7 리버스는 1주차 26만, 2주차 28만, 3주차 29만 8천을 찍는 과정에서 신품가가 하락하여, 현재는 6천 5백엔으로 두 게임은 비슷한 낙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운로드 비율을 미지수로 설정해서 예측한 바 있는데, 다운로드의 비율은 생각보다 더 높은 것 같다.

 

함께보기>>>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2주차 판매량에 대한 생각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2주차 판매량에 대한 생각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발매된 지 2주가 지났다. 일본에서의 첫 주 패키지 판매량은 26만장으로, 전작 리메이크의 70만장보다 절반 이상 하락한 성적이고, 9개월 전 발매된 FF16의 33만장에 비해

willucy.tistory.com

 돈키호테는 게오만큼 빠르게 가격변동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가격인하를 준비하는 모양새였다. 

이렇게 최저가 홍보딱지가 붙은 것은 판매추이에 노란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기대작이었던 라이즈 오브 더 로닌과 드래곤즈 도그마도 첫 주 6만장 정도에 그쳤다. 드래곤즈 도그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 된 영향도 있겠다.
 

포인트 네트워크 딱지는 '전단지 상품' 이라는 뜻이니 큰 의미는 없다

 
게오에서는 두 게임의 재고가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판매량을 생각하면 생각하기 어려운 결과라서, 이 매장의 발주량이 적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용과 같이는 메타스코어 90점, FF7 리버스는 92점으로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와중에, 어째서 이런 추이가 되고있 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패키지의 출하량이 실제 유저의 수요보다 많은 것이다. 
 
본래 콘솔 게임의 비즈니스는 출하량 베이스로, 우리가 패미통 등에서 게임의 판매량으로 보는 숫자는 실제로 유저가 구매한 숫자가 아니라 메이커에서 도매상에 게임을 넘긴 숫자다.

기대한 만큼 게임이 팔리지 않으면 메이커는 추가생산을 하지 않으므로 그 이상의 판매량을 기대할 수 없지만, 실제로 그 손해는 게임을 입하한 판매처가 본다. 악성 재고가 쌓이는 것이다. (물론 판매처가 발주수량을 정하므로 판매처가 갑질을 당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에는 드물어진 돈키호테의 카고 세일

 

PS3 시대까지는 몇십만 장 단위로 게임이 팔려나갔기 때문에 다소의 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판매한 수익으로 그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게임이 나온 뒤 일정 시기가 지나면 카고 세일(재고가 많인 게임을 싼 가격에 덤핑 처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본적으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임이 카고에 담기지만, FF15의 경우에는 그러기 전에 이미 대량의 판매를 달성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FF15는 신품이 980엔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

 
하지만 다운로드 판매가 본격화된 PS4 후기부터는 패키지 게임의 판매 예측이 점점 어려워졌고, PS스토어도 스팀과 비슷하게 할인 베이스의 비즈니스가 되어 발주 실패의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 이전에는 재고가 쌓이면 할인으로 떨궈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 다운로드로 구매하는 쪽으로 재고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악성재고의 리스크는 더욱 커졌고, 메이커 입장에서는 다운로드로 팔 수 있는데 순이익률도 적은 패키지를 많이 찍어서 가격하락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 그러니 신규발주는 점점 줄어가는 흐름이 된 것이다.
 
비교적 뒤늦게 일본어화가 끝난 발더스 게이트 3은 GOTY 수상으로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현 시점에 이르러서는 큰 폭의 할인에 들어간 모양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 원(XBOX ONE)을 다운로드 전용 머신으로 내려다가 뭇매를 맞고 취소한 지도 10년, 이제는 MS의 시도와 상관없이 일본의 패키지 게임시장은 다운로드로 몇 발짝 이동해 있다. 구독제 모델까지 도입된 이후에는 아직 패키지 시장이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다운로드가 효율이 좋겠지만, 오래전부터 실물 게임을 즐겨온 레트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시대의 흐름이다.

앞서 언급한, 대량의 재고를 발생시키는 세일즈는 결과적으로는 보급되는 패키지 수를 늘리고, 레트로 게임 문화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레트로 게임은 시장의 흐름을 만들기보다는 그 결과물의 수혜를 입는 쪽에 가깝다.)
 
10년 전의 이 포스팅을 할 때도 이미 PS4 게임은 PS3보다 반 정도로 줄어있었고, PS5는 그보다 반 정도로 줄어있다. 
 

 

함께보기>>> 2014.3.15 아키하바라 3대 레트로 매장

 
 
 
 
빠르던 늦던 언젠가 대부분의 게임이 다운로드로 이동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일본에서 아직도 패키지 시장은 일정규모 이상 남아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이미 다 끝난 것으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주의 가전 양판점 노지마(NOJIMA)게임 코너사진도 함께 올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