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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라멘탐방기

도쿄도 스기나미 구 카미오기(上荻)의 하루키야(春木屋) 오기쿠보 본점

by 대학맛탕 2024. 5. 16.

 
지난글보기<<< 도쿄도 하치오지 시 미나미신초의 짜파게티 라멘, 중화요리 치토세(ちとせ)
 
4월의 햇살 좋은 토요일.
일어나자마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어딘가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무 계획도 없이 일단 주오 선(中央線) 전철을 탔다. 어디를 갈까~ 하고 열어본 것은 토르네(torne)에 녹화해 둔 TV 프로그램 アド街ック天国(동네 CF천국). 
 
..이라고 쓴 뒤 다른 포스팅에서 이걸 번역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같은 날의 북오프 포스팅이 있었다. 모처럼 감상에 젖어 첫머리를 썼지만 표현이 거기서 거기라 아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벚꽃이 만개하고 햇살도 따뜻해져, 이제는 완연한 봄날이 되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어딘가에 책이라도 읽으러 갈까 하고 고민하다가, 엊그제 라멘 탐방기를 쓴 김에 라멘의 성지 오기쿠보(荻窪) 역에 가 보기로 했다.
 
어디를 돌아볼까 하고 토르네로 동네 CF천국(アド街ック天国) 오기쿠보 편을 보다가 그만 신주쿠까지 닿고 말았다. 바로 빽!

https://willucy.tistory.com/1022

 

2024. 4. 13. 도쿄도 스기나미구 아마누마(杉並区天沼)의 북오프 플러스 오기쿠보 키타구치점(荻窪

지난글보기 > 2014.3.16 이케부쿠로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Mulan 2014.3.16 이케부쿠로 북오프와 아키하바라 Mulan > 2014.03.29 신주쿠 스퀘어에닉스 굿즈 카페 아트니아 읽으러 가기 2014.03.29 신주쿠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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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주오센 라인의 코엔지(高円寺)로 갈까, 아니면 오랜만에 무사시사카이(武蔵境) 나들이를 할까 고민하다가 딱 한번 가 봤던 오기쿠보(荻窪)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래전 라멘의 성지' 라는 동네 CF천국의 표현을 보고 도리어 구미가 당겼기 때문이다. 요새 오기쿠보에는 예전의 이미지와 달리 오샤레한 가게가 많다며 이런저런 레스토랑을 소개해 주었지만, 오기쿠보라면 역시 라멘을 먹어봐야.. 하는 생각이 컸다.
 
북오프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낸 탓에 시장기가 더욱 컸다. 역 주변 1킬로 정도의 범위에 이렇게나 라멘집이 많다니 과연 라멘의 성지. 

 
 
하지만 이미 1949년 창업한 오기쿠보의 터줏대감 하루키야(春木屋)로 마음을 정해둔 터였다. 동네 CF천국에서 지역의 가장 오래된 라멘집일 뿐만 아니라, 수십년 전 독립한 분점은 챠항(チャハン, 볶음밥) 도 맛있다고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멘집에 가려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북오프에 들렀던 것이라, 횡단보도를 건너 상점가에서 조금 걸어가니 하루키야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유명 맛집인지라 줄을 서야 했지만 많아도 4~5팀 정도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라멘집은 회전이 빠른 편이라 줄이 길어도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

 
줄을 선 채로 기다리다가 왼쪽을 보니 타치노미(立ち飲み)가 있었다! 타치노미를 그대로 뜻풀이하면 서서 먹는 술집 정도가 되는데, 얼핏 생각하면 다리가 아프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서서 먹는 것 뿐만 아니라 가게 공간이 엄청 좁아서, 마시러 온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접점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죽돌이(?) 단골손님이 많은 것 또한 특징. 타치노미는 왜인지 한자를 飲み가 아니라 呑み를 쓰는 곳이 많다. (뜻은 둘 다 똑같다.)

 
일본 사람들조차 타치노미는 들어가기에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들어갈 때까지가 힘들지 들어가고 나면 즐겁게 마실 수 있다.

가격표에서 알 수 있듯 술이나 안주나 저렴한 것 또한 특징. 보통은 해질 녘이 되어야 영업을 시작하지만 역시 번화가라 그런지 점심도 되기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다.
 
깃발은 걸려있지 않으나 가게 앞에 홉삐(ホッピー)짝에 빈병이 쌓여있는 걸로 봐선 홉삐도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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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잔 걸친 기분이 되어 줄이 조금 줄었나~ 하고 보니 아직 조금 남았다. 

 
배고프니까 자꾸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오른쪽의 돈까스집도 줄은 안 섰지만 좌석이 꽉 차 있어서 궁금해졌다. 

아 기다리기 귀찮은데 그냥 한 잔 할까..하고 잠시 고민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식권 구입! 일본라멘집 중에는 라멘(ラーメン)대신 중화소바(中華そば)라고 쓰여있는 곳이 종종 있는데, 여기도 그런 예. 딱히 다른 것은 아니고 그냥 라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굳이 꼽자면 중화소바라고 쓰여있는 경우는 대부분 쇼유라멘 계열이라는 것 정도. 

 
 
기본 라멘이 900엔에, 어떤 것이라도 추가하면 1000원을 넘는 아슬아슬한 라인. 중국집도 기본은 짜장면인 것처럼,  라멘은 1000엔 이하의 조건 하에서 어떤 맛을 내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에 1000엔을 넘는 메뉴는 일부러 시키지 않는 편이다. 

 
완탕면도 신경쓰이기는 한다.

 
그리고 입장. 테이블 바로 앞에서 점장님이 면을 공들여 삶고 계셔서 촬영 욕구가 솟아올랐지만, 벽면에 '음식 이외의 촬영은 허가되지 않습니다' 라고 쓰여있어서 관뒀다. 
 
눈앞에서 휘휘 저어지며 삶아진 면이 그릇에 담기고, 이윽고 눈앞으로 옮겨졌다. 첫 인상은 전형적인 옛날 스타일 라멘. 

 
면이 치지레멘(縮れ麺, 면을 주무르거나 압력을 가해서 물결 모양을 만든 면)인 것이 일단 호감. 후루룩 할 때의 타격감이나 씹을 때의 조직감 때문에 굵은 면(太麺, ふとめん)이나 도삭면(刀削麺, とうしょうめん)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어디에서나 파는 기성품 면이 아니라는 데에서 일단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워낙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일단 후루루루룹~~~ 을 몇 번 한 뒤 새삼 느꼈는데
 
 

이 가게, 국물이 진짜배기다!!

 
일단 외형만 얼핏 보면 챠슈를 제외하고 그냥 유원지 같은 데에서 파는 인스턴트 끓여 파는 쇼유 라멘이나 마루쨩 정면(正麵)처럼 보이나 그렇지가 않다. 진한 쇼유 국물에 어패류를 갈아넣어서 깊은 맛까지 살렸다.
 
츠케멘 맛집에서 어패류를 갈아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익숙한 맛이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쇼유 국물에서 그 맛이 우러나니 국물맛의 레이어가 두 층으로 갈려 입안에 감도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짜지 않다. 일본 여행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진한 국물의 돈코츠 라멘이나 요코하마 이에케(横浜家家)를 먹고 '일본 라멘은 느끼하고 짜다' 라는 선입관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라멘이 더 많다. 다만 그러면서 이렇게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은 흔치 않다. 
 
라멘을 만들 때 소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뒤로 국물은 가능한 한 자제하는 편인데, 의외의 곳에서 묵직한 펀치를 맞은 터라 그대로 국물까지 달렸다. 체인점 天下一品(てんかいっぴん, 천하일품) 같은 데에서 국물을 다 먹으면 그릇 바닥에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라고 써 있는 경우가 있는데, 천하일품의 국물은 굉장히 느끼하고 짜서 건강에 안 좋으니 자제하도록 하자.

 
워낙 줄 서 있는 손님도 많고 여기저기 후루룩후루룩하며 금새 먹고 나가는 분위기라 나도 그렇게 했지만 짧고 강렬한 그 맛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동네를 대표하는 가게로 소개되어도 그냥저냥한 라멘도 많아서 약간 반신반의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여긴 진짜배기였다. 오기쿠보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맛보기를 바란다. 
 
하루키야 오기쿠보 본점은 신주쿠에서 주오 선(中央線) 또는 마루노우치 선(丸の内線)을 타고 2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도쿄 중심가에서 그렇게 멀지 않고, 오기쿠보 역 주변도 볼거리가 상당히 많으니 한 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배를 두드리며 쇼핑 아케이드를 걸어가다 보니 쿠시카츠(串カツ, 튀김꼬치) 가게도 보이고 

 

종종 보여서 신경쓰였던 일본풍 파스타 체인 고에몽(洋麵屋五右衛門)도 보였다. 

 

그리고 상점 사이 골목으로 발을 옮기니 밤에는 맛집들이 즐비할 것 같은 풍경.

 

 

좀 더 발걸음을 옮겨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하쿠산 길 상점가(白山通り商店街)의 랜드마크인 게임센터 아피나. 조만간 연재를 개시할 게임센터 만유기(漫遊記)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나카노에서도 본, 야키토리의 명문 아키요시(秋吉). 언젠간 먹고 말거야..

 

지친 다리를 좀 쉬고자 코메다 커피점(コメダ珈琲店)에 가려고 했으나 만석에 대기도 길었다.

 

 

 

캡슐 호텔과 바가 함께 있는 안심 여관(安心お宿, あんしんおやど). 오기쿠보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참고하자.

 

 

해가 진 뒤 아예 라멘 탐방에 충실하고자 1킬로 떨어진 저녁으로 라멘 지로(ラーメン二郎) 오기쿠보점에 가 보았으나 20명 넘게 줄을 서 있어서 포기했다. 

 

 

다시 역 근처로 돌아온 뒤의 밤거리와 방황 끝에 찾아낸 야키통 맛집은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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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쵸후 시 고쿠료쵸(国領町)의 이시카와야(いしかわ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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