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 연재를 시작하며 서두에 붙였던 글이나, 두 가지 내용이 따로 놀아서 포스팅을 분리했다.
20여년 전 출간된 '한자 때문에 재미있는 일본어' 라는 책이 있었다. 말년병장 시절 제대 후 일본어 능력시험 2급을 따려고 일본어 공부에 한창일 때, 휴가복귀 길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세련되지 못한, 조금 옛날틱한 표지에 반신반의하며 집어들었지만, 목차만 훑어봐도 재치가 느껴졌고 버스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그대로 샀다.
그리고 복귀 후에 책이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이고 읽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며 본 일본문화와 일본 사회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치 대리체험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군대가기 전에 도쿄 여행을 딱 한번 가 본 나로서는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도 비슷한 시기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야마시타 타츠로(山下達郎)의 사요나라, 여름날(さよなら夏の日)를 그대로 소개한 페이지도 있었다. 당시에는 비주얼 록만 듣던 시절이라서 그냥 오래된 가수겠거니 했지만, 이 칼럼 덕분에 가사를 음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곡이 되었다. 지금도 스낵바에 가면 한 번은 곡 부르는 노래.
야마시타 타츠로를 듣기 시작한 건 2018년이나 되어서였으니, 아무리 스쳐지나가도 가까이 하게 되는 인연은 또 따로 있나 보다.
그렇다고 그냥 재미있기만 한 책이 아니고 일본어 그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책.
야마시타 타츠로의 이 칼럼에서는 비를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고, 한국어와 한자 조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일본어능력시험 2급 준비가 거의 끝나갈 때로, 공부로만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용한자' 를 설명한 이 칼럼도 어떤 일본어 교재에도 없는 내용. 첨단(尖端)을 일본어에서는(先端)으로 고쳐쓴다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첨단의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는데, 다양한 분야의 단어를 보니 같은 문자를 달리 쓰는것도 모자라 이렇게 더 갈라져 가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포물선이 放物線이 아니라 抛物線이었다는 것도 지금 펼쳐보고 새로 알았다.
마지막으로 사자성어. 갈 지(之)자가 조사の로 쓰이는 건가 추측만 하고 있던 것도 이 내용을 보고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좋은 책이니 일본어를 학습하시는 분들은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속편인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도 비슷한 퀄리티의 좋은 책. 놀랍게도 아직 인터넷 서점에서 팔고 있었다.
한자 때문에 더 재미있는 일본어 구매 링크(YES24)
일본에 살면서 한국어와 같은 의미를 전혀 다르게, 혹은 너무 완벽하게 똑 맞아 떨어지는 표현을 볼 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항상 이 책을 떠올렸고, 언젠가 나도 저런 칼럼을 써 보고자 하는 마음만 쭉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에 살며 처음 본 일본어 표현을 10~20개 정도씩 연재해보고자 한다.
함께보기>>> 처음 본 일본어 표현 메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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