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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드래곤 퀘스트 25주년 기념판과 공략집

by 대학맛탕 2024. 3. 20.

 

 

 

지난 주 FF7 리버스 판매량을 추정하기 위해 아마존 게임 공략집 판매랭킹을 보는데 드래곤퀘스트 25주년 기념판 공식 가이드북이 눈에 띄었다. 이미 나온지가 13년이나 된 책인데 랭크인이라니 신기하기도 했고, 마침 요 전에 드래곤퀘스트 1 기획서 포스팅을 하기도 해서조회수 터져서 구매버튼을 클릭해 버렸다.

 

드래곤 퀘스트 1 기획서 엿보기

2024년 3월 8일,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이 급성 경막하 출혈로 돌아가셨다는 슬픈 뉴스가 전해졌다. 돌아가신 건 3월 1일이었고, 비공개로 이미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드래곤 볼을

willucy.tistory.com

 

 

 

그리고 엊그제 배송된 걸 이제야 뜯어봤다.

오른쪽 아래에 스퀘어에닉스 산지직송이라는 인장이 ㅋㅋㅋ

 

생각보다 책 두께가 상당했다.  드래곤퀘스트 1(초록색), 2(푸른색, 3(붉은색) 으로 각 시리즈의 분량이 판이하게 달라서, 1에서 3까지의 3년간 얼마나 게임이 방대해졌는가를 상대적으로 알 수 있다.

 

 

 

주인공 캐릭터 소개. 일러스트는 슈퍼패미컴판 기준으로 실려있고, 패미컴판과 슈퍼패미컴 판의 도트 캐릭터를 깨알같이 실어놓았다.

로라 공주는 생각보다 키가 컸다.

 

 

던전 데이터. 이 역시 슈퍼패미컴 판을 베이스로 하고, 패미컴판과의 차이를 메모해놓았다. 용왕의 성은 패미컴판에서 어레인지된 부분이 많아서 패미컴판 지도는 별도로 실어놓고 있다.

 

 

 

2편은 주인공 혼자였던 전작에서 발전하여 파티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주인공은 전작 주인공의 후손인 로레시아의 왕자, 사말타리아의 왕자, 문부르크의 왕녀의 3인방. 문부르크의 왕녀가 엄청 비극적인 시작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플레이한 지 너무 오래됐다.

 

슈퍼패미컴판 드래곤 퀘스트 1,2가 발매된 것이 1992년으로 인조인간~셀 편이 연재될 즈음. 개인적으로 토리야마 아키라의 그림체 중 이 시기를 가장 좋아한다. 미래에서 온 트랭크스의 얼굴선과 눈빛, (비록 암울하지만) 미래의 느낌이 나는 소품들.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슈퍼패미컴판 패키지 일러스트에 있는 로레시아의 왕자가 그 트랭크스의 느낌이 많이 난다.

 

레벨업 필요 경험치와 레벨 별 능력치도 전부 실려있다. 만렙 50까지 5레벨 단위이니 쪼개서 역산한 뒤 적용하면 갓겜을 만들 수 있다!(거짓말) 주인공 3명의 특색이 다른 만큼, 능력치 차이를 숫자로 살펴보는 것도 공략집을 들춰보는 즐거움이다.

 

드래곤 퀘스트 3. 파티원이 4명으로 늘어났고, 직업 시스템이 추가되어 다양한 조합의 파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슈퍼패미컴판은 6편과 비슷한 시기인 96년 발매로, 신작 이상으로 화제가 되었다. 리메이크 하면 파이널 판타지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돌이켜보니 드래곤 퀘스트가 더 오래전부터 리메이크를 해 왔던 셈이다.

 

드래곤 볼이 마인부우 편으로 넘어간 지 오래된 시기라 토리야마 아키라의 그림체도 그 눈이 커져 있다. 

크로노 트리거가 발매된 95년 초까지만 해도 트랭크스의 그 느낌이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완전히 변했다.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라도 있던 걸까?

 

 

물론 터치가 변한 것이지, 센스 만점은 그대로. 드래곤 퀘스트 3의 리메이크에 대한 기쁨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듯 하다.

 

바라모스 성 지도. 파이널 판타지도 그렇지만, 슈퍼패미컴으로 리메이크된 패미컴 RPG의 그래픽은 아름답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도트 그래픽의 최전성기에 장인 중 장인들이 모여서 만들었을 테니 그럴 듯.

 

몬스터 데이터. 바라모스 하면 KBS에서 방영했던 아벨탐험대(원제는 드래곤퀘스트 ~용자 아벨 전설~) 탓에 악의 대왕 바라모스 하면 끝판왕에 어울리는 카리스마 있는 아크 데몬이 생각나지만, 정작 본래의 바라모스는 이런 익룡같은 모습이다.

 

권말부록으로 드래곤퀘스트 1, 2, 3의 세계지도와 간략한 플로우차트가 수록되어 있다. 1과 2를 합친 것보다 3이 더 큰 것만 봐도 드래곤 퀘스트 3의 규모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게임이 1년에 한 번 나오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제작스탭. 지금보니 작년 2월에 나온 11쇄였다. 스마트폰과 스위치, PS4등으로도 1,2,3이 나왔지만 마땅한 공략집이 없어 이 쪽이 꾸준히 팔리고 있었나 보다.

 

일을 벌인 김에 Wii용 드래곤퀘스트 25주년 기념패키지도 열어보았다. 위에서 말한 트랭크스같은 일러스트가 왼쪽에서 5번째의 그것.

 

 

게임 본편과 25주년 기념 패미컴판 비기집 복각판, 기념 코인과 아이템 주머니까지 포함된 호화로운 패키지. 이 패키지만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데, 게임 안에 기획자료까지 들어있으니 정말 혜자스러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리메이크의 대가 스퀘어 에닉스.

 

 

 

아이템 주머니와 코인은 너무 퀄리티가 높아서 도저히 뜯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평생 이대로 간직할 듯

 

 

게임 본편. 이 디스크에 패미컴판과 슈퍼패미컴판 드래곤 퀘스트 1,2,3과 그 개발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오프닝 영상의 퀄리티도 수려해서, 드래곤퀘스트 11이 나왔을 때 마치 이 게임의 오프닝과 11의 트루 엔딩을 그대로 이어놓은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패미컴신권 오의 대전서. 드래곤퀘스트 말매에 깊이 관여한 소년점프의 슈에이샤(集英社)에서 발매한 책. 패미컴판 3편이 나왔을 때 나온 책 같은데, 대략 들춰봐서는 여러권을 편집한 것인지 한 권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저자들은 점프 계열의 편집자들일 듯.

キム皇씨는 한국 분일까?

 

 

신권전승자는 북두의 권 패러디였다
나도 타이거스 팬인데.. キム皇씨 나랑 비슷한 점이 많으신 듯

 

 

내용을 들춰보니 공략집 + 설정집 + 팬북 같은 느낌이었다. 드래곤퀘스트 만화책도 구하고 싶은데..

 

 

직업 소개. 갖고있는 공략집은 전부 리메이크판 기준 일러스트라 패미컴판의 공식 일러스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터치로 봐서는 공식인 것 같다.

 

 

개발스탭 인터뷰도 실려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자료를 어떻게 작성했는지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인터넷에 정리된 자료가 많아도 이런 데서만 읽을 수 있는 정보를 발견할 때 뿌듯하다. 

 

드래곤퀘스트 2 때는 A4용지로 두께 15센티나 원고를 썼다고 한다

 

 

드래곤 퀘스트의 아버지 호리이 유우지(堀井雄二). 이 때부터 항상 '게임 디자이너' 라고 본인을 칭하고 있었다. 본래는 프리라이터였다가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고, 에닉스에서 주최한 PC게임 컨테스트에 출품한 것을 계기로 게임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드래곤 퀘스트의 프로그래머 나카무라 코우이치(中村光一). 고등학생 때 에닉스 게임 컨테스트에 출품하여 데뷔한 후 그 인연으로 드래곤 퀘스트 1의 프로그래밍을 맡게 된다.

 

당시 드래곤 퀘스트의 프로듀서를 맡은 에닉스의 상무 치다 유키노부(千田幸信).

 

캐릭터 디자이너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 일본에서는 프로 만화가에게 선생님을 붙여 부른다.

 

드래곤 퀘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의 인물, 작곡가 스기야마 코우이치(すぎやま こういち). 특이하게 공식 프로필에 이름을 히라가나로만 쓰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음악에도 여럿 참여해서, 전설거신 이데온의 음악도 담당.

 

당시 편집부의 전경. 예전에 많았던, 이렇게 분위기를 표현한 일러스트 참 좋아한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다른 도라퀘 1~3 책이 있나 서가를 뒤져보니 이 두 권이 나왔다. 이 두 권과 비교하니 1,2,3 책은 데이터북으로도 공략집으로도 내용이 좀 얕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펼쳐보려..했으나 언제나처럼 예정 이상으로 늘어놓아서 슬슬 체력이..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