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보기<<< 라면 이야기 29 - 따뜻한 봄 내음이 나는 건면, 닛신 장인라면(麺職人) 니보시 쇼유라멘
지난 포스팅에서 닛신 장인라면(麺職人) 을 극찬한 바 있는데, 그 이유 중 또 하나는 가격이다. 튀기지 않은 건강한 면에 맛도 준수하면서 건더기가 실한데도 (닭육수맛에는 김까지 들어 있다!) 200엔이 되지 않는다. 다만, '싸지만 맛있다'가 아니라 그냥 말도 안되게 맛있음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닛신이 세상에 내놓은 엣날 맛 치킨라멘이 장인라면보다 비싸다.

컵누들 시리즈 역시 오랜 기간의 명성과 그 작은 크기의 인상이 있지만, 어디서 사도 200엔이 넘는다. 대략 시세가 이런거구나 싶었지만 장인라면 시리즈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터였다.
본 블로그 전반적으로 컵누들이 너무 짜다는 평이 많은데, 그 이유는 종류에 관계없이 처음 먹을 때 훅 들어오는 강한 짠맛 때문이었다. 이는 내 개인적인 불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장인라면의 우수함을 설파하기 위해 가격 사진을 찍고 있는데..
무려 두자리 수 가격의 컵누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앗싸리 맛있는 컵누들(あっさりおいし) 시리즈.
실질적으로는 세금 포함이라 107엔이 되지만, 아무튼 명목상으로라도 두자리를 만든 것이다!

あっさり는 산뜻하게, 깔끔하게 라는 뜻이니 제대로 번역하면 '깔끔하게 맛있는 컵누들'이 된다.
하지만 한국어에도 '차라리'라는 뜻으로 널리 퍼져 있는 이 앗싸리를 보면 왠지 번역 없이 그대로 읽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컵누들에서 원가를 대폭 절감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낸, 닛신 컵누들 SE쯤 된다. 정작 애플은 아이폰16e를 내며 자신들이 만든 SE라는 개념을 소멸시켜 버렸지만 그 사상은 닛신 컵누들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완전메시니 컵누들 PRO니 마케팅을 머금은 고가 라인업만 계속 늘려 온 닛신이 이번에는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위한 라인업을 내놓았으니 반길 일이다. (위기감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 앗싸리 시리즈 3종을 한 번에 리뷰하기로 했다.

단체샷을 찍고 나니 몇 년 전 요코하마 건담 팩토리에서 받은 굿즈 건담이 딱 세 대 서 있길래 위에 세워주었다. (손에 든 것은 의미불명)

정면샷은 싼 티가 풀풀 나지만, 뚜껑샷은 본가보다도 충실한 듯 건더기와 면을 어필하고 있다.

대략 270칼로리이고 왼쪽의 닛신 컵누들은 263칼로리까지 줄였다. 354칼로리인 본가 닛신 컵누들에서 이렇게나 줄었다면, 혹시 건더기는 거의 없고 면도 줄어든건 아닐까?

우선 점심메뉴로서 가장 먼저 선택한 (앗싸리 맛있는) 시푸드 컵누들.
열자마자 건더기가 좀 적은 느낌이 든다.

물 붓고 뚜겅 닫고 3분이 지나니 노릇노릇 면이 익어 있었다.

먹어본 감상은..
(극히 개인적일 수 있으나) 본가 시푸드 컵누들보다 낫다!
극히 개인적이라고 한 것은 닛신 특유의 짠 맛에 대한 불호인데, 앗싸리 시푸드 누들은 가격과 칼로리 외에 짠 맛까지 다이어트하고 있었다. 번역한 의미 그대로 깔끔한 맛.
모든 걸 줄인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이다. 바로 묘조식품(明星食品)의 청춘이라는 이름의 라멘(青春という名のラーメン)시리즈. 100엔 전후의 가격에 말도 안되는 건더기의 퀄리티를 보여주기 때문에 과연 마케팅의 닛신, 제품력의 묘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오래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맛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한다.

더불어 닛신 컵누들에 해당하는 묘조 컵라면은 지극의 한그릇(至極の一杯) 시리즈로, 닛신 컵누들보다 훨씬 깊은 맛을 낸다.

그래서 앗싸리 컵누들 시리즈도 닛신이 (자회사가 된) 묘조의 이 시리즈를 벤치마킹해 원가를 확 줄인 버전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 편견의 시푸드의 괜찮은 퀄리티와 함께 플레인 컵누들에서 완전히 깨졌다.
오늘 하루는 리뷰를 위해 세 끼를 앗싸리 컵누들로 먹기로 결정한 바, 두 번째로 플레인 컵누들을 개봉했는데, 건더기의 양에 큰 충격을 받았다.

계란 고명의 밀도가 높은 것은 물론, 시푸드에도 그다지 보이지 않던 새우 건더기가 상당히 높은 밀도로 배치되어 있었다.

부푼 기대감에 첫 젓가락.

먹어본 감상은.... 이거다! (평소와 같이 줄바꿈을 할 겨를도 없이 결론이 났다.)
훅 들어오는 그 짠맛이 없이 타이틀 그대로 깔끔하고 시원한 맛. 한국의 라면 맛이 매운맛 인플레를 겪듯이, 일본의 컵라면은 짠맛 인플레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가설에 비추어, 닛신 컵누들이 처음 나왔을 때 이런 맛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담백하고, 맛있다.
내친 김에 저녁은 맛있게 매운(旨辛) 컵누들로 바로 달렸다.
아니 그런데 뚜껑을 열자마자 실소가 터져나왔다. 건더기가 실한 것은 물론, 부추까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물 붓고 뚜껑 닫고 3분이 지나니, 약간의 매운 향과 함께 부추의 그윽함이 솔솔 올라온다.

기대감에 부풀어 한 젓가락.

먹어본 감상은...
이건 찐이다!
시푸드 컵누들이 본래 가진 칼칼한 그 맛에, 매콤함이 더해져 시원함이 제대로 살아있다.
물론, 한국인의 입맛으로 먹으면 매운맛이 너무 부족해서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맵지 않으면서 시원한 국물맛'은 아주 각별한 체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지난번에 소개한 장인라면 니보시 쇼유도 구수하면서 시원하지만, 이 맛에 비하면 너무 밍밍하게 느껴질 것이다.
반대로 면 장인을 디스할 정도로 맛있게 매운 시푸드는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이 맛은 오리지널 컵누들에도 없는 앗싸리 시리즈만의 맛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일본 컵라면을 좋아하시는 분은 앞의 두 가지는 제쳐두더라도 이 우마카라 시푸드를 꼭 한번 드셔보시기를 권한다.
(3.22 추가) 과연 오리지널과의 차이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본가를 사 보니 가공할 양의 건더기를 보여주었다. 최근 한국 라면만 포스팅해서 건더기가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잊었나 보다. 다른 것들은 크기와 양 차이지만, 수수께끼 고기(謎肉) 만큼은 본가에만 있다.

익히니 안그래도 많은 건더기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역시 본가의 강렬한 짠맛 역시 여전해서, 앞으로는 앗싸리 시리즈만 먹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취향일 수 있다는 점음 염두에 두어 주시기 바란다.
앞서 처음 발견한 수퍼에서는 프로모션의 의미로 99엔까지 깎아낸 것으로 보이나, 다른 수퍼에 가니 138엔에 팔고 있었다. 맛보기 전이라면 기껏 줄인다면서 이 가격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훌륭한 퀄리티를 맛본 지금은 이것도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된다.

본가 컵누들과는 정확히 50엔 코스트 다운을 한 셈이다.

마케팅의 닛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전체적으로 닛신에 박한 평가를 주던 본 블로그이나, 이번에는 닛신이 제대로 한 건 했다고 생각된다.
갤럭시 핏3과 더불어 세상을 '모두가' 좀 더 살 만하게 만들어가는 데에 일조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닛신에게 박수를 보내며 30번째 라면 이야기를 마친다.
다음글보기>>> 라면 이야기 31.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
라면 이야기 31.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
지난글보기 3월 31일에 보내는 31번째 라면 이야기.지난번 맵탱 흑후추추소고기와 마늘조개 컵라면에 상당히 만족해서, 나머지 한 맛인 청양고추대파라면도 한국에서 공수해 왔다.보통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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