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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아직 남은 도쿄 이야기

니블헤임에서 미드갈을 향해 달리는 JR 난부 선(南武線)

by 대학맛탕 2025. 3. 14.

오쿠타마(奥多摩) 산 속에서 발견한 니블헤임의 풍경

작년 이맘 때, 오쿠타마 산 속의  히카와 국제 낚시터에 갔다가 거대한 공장에 눈을 빼앗겼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서 다시 보니, 어딘가 기시감이 들었다.

 
마침 그 전 주에 클리어한 FF7 리버스의 초반 니블헤임과 너무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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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백색으로 바래진 공장이 산 속에 있는 풍경은 니블헤임의 마황로가 대략 이런 느낌이겠구나.. 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제대로 니블헤임의 마황로, 혹은 니어 오토마타 초반의 그 원통형 금속제 건물이 많은 공장 주변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山中をかけ抜ける鉱山用無人トロッコ、東京都西多摩郡「奥多摩工業 曳鉄線」

東京駅から電車で約2時間、終点のJR奥多摩駅の裏側には石灰の採掘を行なっている「奥多摩工業」があります。奥多摩町の日原という場所で採掘してこの工場に運んでいるのですが、ここの

blogs.hauyashi.com

 

여러모로 이채로운 풍경이기도 해서 마치 니블헤임을 거니는 기분이 됐다.

 


찾아보니 이 곳은 신라 컴퍼니오쿠타마 공업(奥多摩工業)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채굴장인 히카와 공장(氷川工場)이었다. 사이트에 가 보니 천연자원을 채취, 가공하여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황은 채취 안하나?

출처 오쿠타마 공업 홈페이지(https://www.okutama.co.jp/product/#lime)

 
 

산 속을 질주하는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奥多摩工業曳鉄線)

함께 낚시를 간 동료분께서 저 시멘트 공장으로 통하는 열차 노선이 있어서 시멘트를 실어나른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에이 설마요 무슨 마인크래프트도 아니고 ㅋㅋㅋ' 라고 반응했으나, 정말 있었다!
 
아래 사진에서 산 속을 통과하는 다리처럼 보이는 것이 철도 노선이었던 것이다.

 
찾아보니 이 노선은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奥多摩工業曳鉄線)이라는, 진짜 철도 노선이었다!  산 속의 노선도 신기했지만, 정말 마인크래프트에 나올 것 같은 화물 수송용 트로코가 지나다니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이세계같은 느낌까지 든다. 
 
예철은 예색 철도(曳索鉄道)의 준말로, 예색이란 끌어당기는 밧줄을 의미한다. 광산 철도가 도대체 어떤 힘으로 가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모두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의문이 하나 풀렸다.
 

출처: 도쿄 트립 (https://tokyo-trip.org/spot/visiting/tk1368/)

 
오쿠타마 공업 예철선은 닛파라 광산에서 히카와 공장까지 채굴한 석회암을 실어나르는 열차라고 한다. 
대략 아래 지도의 루트다. (철도는 아니고 자동차 도로를 통한 경로)

 
 
집에 있던 타마가와 그림책을 펼쳐보니 닛파라에서 히카와까지 흐르는 닛파라가와(日原川)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쿠타마에서 석회석을 캐기 시작한 것은 아사노 시멘트(浅野セメント)로, 1926년 오쿠타마 서쪽의 닛파라(日原) 지구의 산을 인수한 뒤 여러 채굴장을 건설했다고 한다. 1937년에 미타케 역에서 히카와(현재의 오쿠타마 역)까지의 철도 부설을 위해 오쿠타마 전기 철도(奥多摩電気鉄道)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오우메 역에서 갈아타는, 오쿠타마 역까지의 산 속 철도는 이렇게 탄생했던 것이다.

 
글 첫머리에 달리던 산 속 도로가 이것. JR선과 거의 병주(並走)하는 모양새다.

 
지난 번에 소개한 JR 오우메 선과 바로 아래 산을 경계로 하고 있는 JR 이츠카이치 선(五日市線)은 아사노 재벌이 오쿠타마의 석회석을 가져오기 위해 개설했다고 한다.
 
오우메 선과 이츠카이치 선은 지난번 고독한 수집가에서 소개한 하이지마(拝島) 역에서 갈라진다. 오쿠타마 역까지의 노선은 이렇게 되고,

 
비슷한 축척으로 이츠카이치 선의 종점인 무사시이츠카이치(武蔵五日市) 역 까지의 노선은 이렇게 된다. 광산에서 채굴한 자원을 도쿄 중심 부근으로 옮겨오기 위해 부설했다는 것이 대략 납득이 되는 노선이다.  

 
 

파이널 판타지 7 오프닝의 철도는 난부 선?

낯설기만 한 위의 노선들과는 달리, 타치카와에서 카와사키까지 도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JR 난부 선(南武線)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고독한 미식가 추적기①의 야키니쿠 츠루야(つるや)와 ②에서 소개한 마늘 안창살 쥬엔(寿苑) 에서 소개한 바 있는 노선이다.
 
그런데 난부 선 역시 아사노 재벌이 석회암을 가와사키의 공장 지대까지 운반하기 위해서 부설했다고 한다.

 
1944년 2차대전으로 철도가 모두 국유화됨에 따라 오쿠타마 전기 철도는 오쿠타마 공업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자원 채굴에 주력, 1962년에는 연간 238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했다고 한다. 깊은 산 속 공장이 왜 그렇게 어마어마했는지 짐작이 된다. 
 
지난번 소개한 케이오 선과 오다큐 선도 2차대전 때 국유화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사철로 분리되었는데, JR의 동맥과 같은 이 노선들이 오쿠타마 전기 철도에 반환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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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신주쿠 역 니시구치를 지나는데, 묘하게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등을 스쳤다. 그리고 보이는 서쪽 출구의 유니클로 옆 공사현장용 바리케이트.

willucy.tistory.com

 
 
'그런데 카와사키까지 석회암을 운반한 노선' 이라는 부분에서 갑자기 하나의 사진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현란한 밤 풍경으로 유명한 카와사키의 공장 지대. 

출처: 패미통(https://www.famitsu.com/images/000/324/690/655c7ff81ce09.html)

 
 
그런데 위 사진을 보면 언젠가 가  듯한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미드갈의 키 비주얼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황로의 그 모습이다.

출처: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팬킷 페이지(https://www.jp.square-enix.com/ffvii_remake/fankit/index.html)

 
 
 
위의 사진 FF7 리버스 발매 기념으로 진행된, 유람선을 타고 카와사키 공장지대를 구경하는 투어였다. 그러니 미드갈이 카와사키 공장지대를 모티프로 한 것은 빼박이고,  그 광물을 채취해 온 니블헤임 역시 오쿠타마에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니 클라우드가 FF7 오프닝에서 타고 가는 열차는 바로 JR 난부선인 셈이다. 

 
눈길을 끈 산 속의 공장 덕분에 FF7 설정의 기원을 여럿 알 수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니 나의 가설이다.)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나중에 발견할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가이드를 받을 수도 없는 곳이기에.
 
도쿄는 넓고 갈 곳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