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을 맞은 UT
유니클로에 처음 갔던 것이 2006년 삼성역점이었으니까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코엑스몰 한가운데에 민자에 싼 옷만 있는 여긴 뭐지 하며 종종 셔츠를 한 두벌 사던 것이 전부였던 유니클로.
UT(유니클로 티셔츠)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 콜라보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한국에는 아마도 몬스터 헌터와 메탈기어가 함께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에서는 2023년 키스 해링부터 시작하여 작년에 20주년을 맞았고, 그 기념으로 UT ARCHIVE란 이름으로 기념 사이트를 만들어두고 있었다.
파이널 판타지 35주년 기념 티셔츠는 지금 웃돈 얹어주고라도 갖고싶은 것들이 포진해 있었다.
FF1부터 FF9까지의 이 디자인을 보라. 특히 FF2, FF3, 그리고 FF6. 너무 갖고싶다.😭
UT 아카이브 페이지에서는 20년 간의 다양한 궤적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한 번 구경해보며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좋을 것같다.
가장 아끼는 UT, 메탈기어 시리즈
수많은 UT 중 12년 간 입고 있는 티셔츠가 하나 있는데 바로 MSX용 메탈기어 1 티셔츠.
가슴에 카타카나로 대사가 쓰여있는데, 메탈기어 1의 최후반부 솔리드 스네이크의 지휘관이었던 빅 보스가 점점 이상한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정점이 이를 때의 대사다.
コレハ メイレイ ダ!!
MSX ノ デンゲン ヲ キレ!!
・・・OVER
이것은 명령이다!!
지금 당장 MSX의 전원을 꺼라!!
...오버
앞면 가슴부의 대사가 너무 오덕같지도 않으면서(그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심플하고, 왼쪽 아래에는 메탈기어 1을 시작할 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솔리드 스네이크의 도트 그림이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지나치게 튀지는 않으면서 튀는' 밸런스가 좋았다. 등짝에는 심플하게 절벽을 기어오르는 스네이크만 딱 있는 것 역시 매력적이다.
이 티셔츠가 나왔던 것이 이미 2012년이니 이미 12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에 갈 때는 물론, 동유럽 여행을 갈 때도 입었고 동남아 출장을 갈 때도 빼놓지 않고 입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많이 살짝 쭈글쭈글해져서 외출복으로는 입기 힘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에리에 주름도 없고 올 블랙이라 주름진 것도 입으면 티가 잘 안나기 때문에 지금도 동네 슈퍼 갈때나 초코잡에서 간단히 운동할 때 즐겨 입는다.
12년동안 입었으니 세탁을 몇 번이나 했을까?
주름진 티셔츠가 마치 오래된 암벽처럼 보이고, 그곳을 기어올라가는 스네이크의 모습에서 세월이 다시한 번 느껴진다.
어라!? 빳빳한 새삥 티셔츠가!?
너무 빳빳해서 스네이크 미끄러지겠다.
사실은 이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올 봄, 인터넷 배너광고로 뜬금없이 유니클로가 나와서 구글 이녀석들이 또 어디서 내 이야기를 엿들은거지!! 했는데, 광고에 UT ARCHIVE라는 이름과 함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이 티셔츠가 딱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다. UT ARCHIVE는 단순히 기념 페이지만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20년 간의 궤적 중 일부를 복각해서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총칭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위에 소개한 UT ARCHIVE 페이지에는 이 메탈기어 시리즈가 실려있지도 않고, 이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지도 않으니, 아래의 페이지(일본 국내판매)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사이트에 실린 6종의 티셔츠 중 회색 티셔츠도 마음에 들어서 주문했다.
저 육각형 위주의 디자인은 아마도 PS2용 메탈기어 솔리드 스네이크 2에 나오는 마지막 보스 메탈기어 레이(メタルギアレイー)가 아닌가 생각하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등짝이 좀 많이 화려하지만 캐릭터도 아니고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크게 튀기 때문에 약간의 모험심을 가지고 선택했다.
딴소리지만 메탈기어 레이보다는 메탈기어 솔리드 1의 보스인 메탈기어 렉스(メタルギア REX)가 더 좋다. 레이는 좀 앞서나간 측면이 있고, 마지막 보스전에서도 여러 대가 나와서 렉스만큼의 위용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도착한 티셔츠는 좀 더 컬러풀해서 좋았다.
가슴의 글자도 심플하면서 눈에 잘 띄도록 배색되어 여러모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등짝의 옆구리쪽에 메탈기어 로고도 선명하게 박힌 것 또한 마무리가 좋다.
잠깐, 그런데...PS2용 메탈기어 솔리드 스네이크 2가 아니라 PS1용 메탈기어 솔리드다?
갑자기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가 정신을 차리고 가슴팍의 문구를 보니..
적도 친구도 아니다.
그리고 등짝의 금속성 척추를 생각하다가 문득 무슨 캐릭터인지를 깨닫고 소름이 돋을 뻔 했다.
매장에서 본 UT 아카이브
날씨가 또 더워져 오는지라 올해분의 AIRISM 내의를 사러 유니클로에 갔다.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UT 콜렉션 쪽으로 가서 새로나온 티셔츠를 구경했다.
이거 뭐야... 직진? 갑자기? ㅋㅋㅋ
밑에 친절하게 GO STRAIGHT TO YOU라고도 쓰여있으니 그 직진이 맞다!
80년대 SF같은 일러스트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티셔츠. 위의 티셔츠와 함께 FIND YOUR TREASURE라는 YG 계열 한국 아이돌의 콜라보였다.
그런데 일본어로 だらだら 하면 일을 하는둥 마는둥 질질 끌면서 일하는 모습을 가리키는데, 이게 일본 사람들에게 어떤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지 궁금했다. 아마 신경 안 쓸 확률이 90퍼 이상이겠지만.
명탐정 코난도 다양한 시리즈가 있었는데 팬이 아니라서 큰 감흥은 없이 그냥 훌훌 넘기며 구경했다.
그런데 그 옆에 UT 아카이브 메탈기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명불허전의 그 티셔츠가 매장에 걸려있는 모습을 12년만에 보니 왠지 감격스러웠다.
많이들 사 주세요.. 그래야 계속 찍어내죠..
뭐 스페어를 한 벌 샀으니 더 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여름이라 시원한 색이 마음에 들었으나, 이렇게 대놓고 게임 광고같은 티셔츠는 또 취향이 아니라서 구경만 잘 했다.
뒤는 또 완전 민자라서 여러모로 역시 메탈기어 1의 그것이 좋다는 생각.
그런 면에서 바로 옆에 남아있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티는 디자인적으로 아주 좋았으나,
캐릭터고 글자고 이게 젤다인지 뭔지를 모를 레벨이라 여러모로 아쉬웠다.
5월 발매 라인업.
그렇다. 이 매장 사진은 이미 두 달 전에 찍은 사진을 이제 포스팅함을 밝힌다. 스타워즈나 괴수 8호같이 많이 찍는 작품은 아직 꽤 남아있으니 일본 여행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한국에서 파는 경우도 많으니 먼저 한 번 찾아보시고.
6월 라인업의 마지막에 파이널 판타지가 있다!
복각해 주었으면 하는 UT들
사실 정말 복각해줬으면 하는 메탈기어 티셔츠가 따로 있다.
2013년에 나왔던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젠스 티셔츠. 가장 좋아하는 액션게임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여름 컬러에 斬奪이라는 커다란 글자만 딱 박혀있는 디자인이 정말 멋졌다.
재질도 에어리즘 같은 느낌이라 거의 여름 내내 입고 다녀서, 일찍 해져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메탈기어 1보다 다시 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티셔츠. 메탈기어 라이징은 명작이지만 본가만큼의 지속적인 인기는 없어서 복각은 어려울 것 같다.
함께보기>>> [PS3]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젠스
또 다른 하나는 2018년에 나왔던 드래곤볼 콜라보 중 라데츠 셔츠. 발음이 좀 꼬이지만 손오공의 형 라데츠 맞다.
다른거 하나도 없고 왼쪽 가슴팍에 라데츠의 첫 등장 칸만 딱 인쇄되어 있는 초 심플 디자인.
전투력이 고작 5인가.. 쓰레기같은 녀석.
그냥 이 하나로 임팩트가 충분하다.
처음 샀을 때 회사 바베큐할 때 입고 나갔었는데 인사 나누는 사람마다 3초 뒤 내 가슴팍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마루쨩(まるちゃん)의 아카이 키츠네 우동(赤いきつねうどん)과 미도리노 타누키 텐소바(緑のたぬき天そば) 티셔츠도 참 좋았다. 대략 아래와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이 티셔츠들은 유니클로 아니다.)
함께보기>>> 라면 이야기 19. 7월 1일 신발매! 닛신 야키소바 U.F.O 시푸드 컵누들맛 / 닛신의 돈베이(どん兵衛) 시푸드 컵누들맛
※글 중간에 마루쨩 아카이 키츠네 우동과 미도리노 타누키 텐소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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