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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ETC] 세가와 허드슨, 그리고 어드벤처 아일랜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7.
 최근의 버닝과 근황에 PC엔진용 휴카드 게임 '어드벤처 아일랜드'의 이야기를 쓰다가,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연결고리를 밝혀보고자 따로 포스팅을 해 본다.

 어드벤처 아일랜드는 이런 게임이다. 80년대 아케이드 키드에게 스샷을 보여주면 이런 반응이 나올 거다.

엇..? 이거 분명 어렸을 때 오락실서 했던 게임인데..? 뭐였더라? 원더보이!?

 허드슨 게임 내비게이션의 짤막한 설명을 보면 '아케이드용 몬스터 월드의 속편'이라고 쓰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배경이 아케이드판 몬스터 랜드의 마지막 스테이지고, 보스 역시 몬스터 랜드의 그 보스(메탈 드래곤)이다. 보스를 쓰러뜨리면 주인공은 저주에 걸려 드래곤으로 변하고, 무너지는 성을 탈출하게 된다.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몬스터 월드'시리즈가 같은 제작사가 만든 이질적 속편이었다면, 이 쪽은 다른 제작사가 만든 정통 속편이라고 볼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전작의 주인공이 그대로 진행하니 말이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이, 게임 시스템을 살펴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점프 감각과 기믹, 레벨의 구성까지 완전히 새로 만들어져 있다. 주인공은 드래곤, 난장이, 머맨 등으로 변신하면서 진행한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리저드맨/마우스맨/피라니어맨/타이거맨/호크맨 이라는, 다소 전대물스러운 이름으로 쓰여져 있지만) 

드래곤은 용암에서 버티고, 난장이는 천장에 붙어다니고, 머맨은 수영으로 못 건너는 곳을 건널 수 있다.

화염저항 장비를 갖추면 용이 아닐 때에도 용암에서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같은 레벨이라도 어떤 캐릭터로 변해있느냐에 따라 풀어갈 수 있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한 번 던전에 갔다가 다른 캐릭터로 변해서 다시 오면 새로운 길이 있는 등의 기믹들이 주를 이루고, 경우에 따라 마법검으로 길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속편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이 쪽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서이다.


어렸을 땐 매번 게임할 때마다 패스워드 16자리를 다 입력해야 했는데..

하지만 원작의 개발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후 속편은 나올 수 없었다. PC엔진 이후 세가와 허드슨의 콜라보레이션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15년 정도를 왜 그럴까? 하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던 것을 글로 정리하니 몇 가지 의문이 풀렸지만 당시의 콜라보레이션 움직임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제작팀이 만들었을 지는 계속 궁금해진다. 아, 글을 쓰면서 알아낸 최대의 수확이 한 가지 있다. 어드벤처 아일랜드의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을 짠~ 하고 스치는 것이..

ADVENTURE ISLAND....한자어로 해석해보자. (정답은 태그 참조..)

 우뢰매->선더호크 이후 또 한번 뒤통수를 맞은 그런 느낌.


 경쟁사의 라이센스를 딴 속편을 만들지만 진짜 원조는 우리라는 허드슨의 자존심 세우기는 아니였을까 하고 생각하면 그땐 그랬지..하고 살짝 웃음이 나오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허드슨과 그보다는 낫지만 역시 예전이 그리운 세가를 생각하면 다시한번 오래전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면서 감상에 젖는다. 두 회사가 이렇게 시대를 선도할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때만 계속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역시나 나는 레트로 게이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