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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음악

[음반] 양파 5집(이라기보다 이런저런 추억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20.
  나의 양파 사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송이의 사랑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그때 노래답지
않은, 뜬구름 잡는 듯한 가사가 좋았다. 여성적인 감성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가사라고 해야 할까나..앨범까지
사게 된 건 아마 통신에서 채팅할 때 '천사의 시 정말 좋지 않아요?' '뱀파이어도 괜찮아요' 등등 말을 듣다가
도저히 대화에 낄 수가 없어서였다. 테이프를 사온 후에 집에서 매일매일 듣고 또 들었다. 
  애송이의 사랑 영어 버전 'Heart beat away'를 무슨 뜻인지도 모르며 흥얼거리고(지금도 모른다)

 앨범 자켓에도 풋풋한 맛이 있었고, 부클릿도 '싼 티'는 좀 나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앨범이였다. 
                                        사춘기가 시작될 때..

 2집이 나온 건 97년 겨울. 중3 겨울방학 때였다. 집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잠실까지 벙개(..추억의 단어)를
하러 나갔다가 샀던 기억이 난다. 공부 잘하는 가수로 소문 났다가 수능 때 위경련으로 결시해서 약간의 이미지
손상도 있었고, 1집 활동 이후에는 시상식 때 가끔 얼굴을 비춘 정도라서 많이 궁금했다. TV에서 '알고 싶어요'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는 뭐랄까..약간 돈냄새(?)가 났다. 원색 세트에 조명을 200% 먹은 얼굴, '알고 싶어요'는
분명 좋았지만 '애송이의 사랑'같은 감성은 느낄 수가 없었다. 1집이 워낙 크게 박혀있는 탓도 있겠지..앨범 자켓
에는 뒷모습이 있는데, 부클릿을 펴보니 앞모습(허억)이 있었다. 팬이라고 자처하는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였다. 


 '알고 싶어요'만 많이 듣고 나머지 트랙은 거의 들어보지도 못하고 잠자는 앨범이 되고 말았다. 올해 들어서야 
양파의 mp3을 몇 개 뒤적거리다가 '소녀가..소년에게'를 자주 듣고 있다. 3집 이야기에서 침을 튀기며 소개할
'신비로운 곡'의 전조라고 해야겠다.

                                    3집을 사니 공짜로 준 2집 CD....OTL

                                    다른 사진들은..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윗 학년의 수능날을 기다리고 있던 고2 가을에 3집이 나왔다. 듣고 듣고 듣고 또
들었다. 3집은 2집과 달리 규모와 실력이 겸비된 메이저 앨범이였다. 'A'ddio'는 이제 다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실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대중적으로는 많은 인기를 모았다. 
 
 '그녀안의 나', '애이불비' 는 전형적인 양파 스타일의 발라드 넘버였고, A'ddio는 성숙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곡이였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 앨범을 좋아했던 건 그 외의 트랙들. '오늘만', '평온', 지구에서 보낸 한철' 모두
그 전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느낌의 곡들이였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하는 그 기분이란...고3때도 내내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눈을 감은채로 듣곤 했다.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나쁜혈통'도 록에 한참 심취하던 때라 자주 들었지만, 역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역시
'요술공주'. 후속곡은 꼭 이 곡으로...이왕이면 밴드까지 데리고 나와서!! 하고 바랬지만 90년대 말의 가요계는 모던
록조차 프로모션 곡으로 받아줄 아량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daylight이라는 밴드가 리메이크해서 내가 그리던
그 모습대로 나오긴 했지만....여하튼, 3집은 여러가지로 양파 최고의 앨범이다. 2집까지만 내고 유학을 갔다면 양파
는 '애송이의 사랑'으로 인기를 모았던 반짝 가수에 지나지 않았을 거다.

                                              양파 최고의 명반.

 3집에 한참 취해있을 즈음 버클리 음대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갈 길을 찾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A 
letter from berkely'는 사지 않았다. '다 알아요'에서는 '알고 싶어요' 정도의 느낌밖에 나지 않았고, 수록곡들도
앨범 한장한장에서 의미를 갖고 있는 곡들이였기 때문이였다. 상업성이 뻔히 보이는 컴필레이션은 필요 없었다.
오히려 이 앨범때문에 양파 팬이 된 친구녀석도 있지만,..

 4집은 대학교 1학년 때 나왔는데, 워낙 일본음악에 심취해 있을 때라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유학갔다더니 언제
왔지?' 정도랄까..'special night'를 몇 번 들었지만 계속 듣지는 않았고, 대중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올해, 5집 소식을 들었다. 2월에 '예뻐졌다'는 이슈로 올라온 5집 관련기사를 봤을 때는 그저
기분이 좋았다. 결국 3달이 지난 5월에서야 발매되었고, 야근 후 초췌한 모습으로 가서 음반을 집어들었다. 자켓은..
음...'애써 착한 몸매로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도. 솔직히 난 애송이의 사랑 때 모습이 더 좋다.(태진 노
래방에서 놀다 보면 가끔 나온다.) 예뻐졌다 예뻐졌다 말들이 많지만, 2월에 나온 싸이 사진들은 조금 왜곡된 면이
많았고, 방송출연 모습을 보니 예전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냥 코가 조금 높아진 정도 -.-? 약간 나온 눈두덩이
매력이라니깐..ㄱ-
                                  벌써 10년. 이럴 필요 없다니깐..
  
5집은 '사랑, 그게 뭔데.'만 몇번 듣고 나머지는 대충대충 들은 정도인데, 3집만큼의 포스는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든 만큼 목소리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정도? 하지만 뭐 어떠리.. 그냥 다시 나온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빠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