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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음악

[음반] SCHIZO - FIGHT AGAINST THE WORL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7. 17.
 요새 들을 음악이 없어~~투덜대며 레코드가게에 들러서 얻은 의외의 수확.



                                                     스키조가 3년만에 새앨범을 냈다.



 내가 이들을 처음 본 것은 2002년 인하대학교에서 열렸던 TTL 콘서트였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록 콘서트장에 처음 가 본 것인데, 당시의 주류는 단연 하드코어와 핌프록으로 나오는 밴드의 대부분이
그런 부류였고 몇몇 힙합이나 퓨전 스타일 음악을 하는 밴드가 섞여있는 정도였다.

 사실 나는 이때 X-JAPAN을 졸업하고 메탈리카나 드림 시어터같은 헤비 &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심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드코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힙합 룩에 기타룰 휘두르듯이 돌려대며 방방 점프하는
모습이나 힙합의 비트에 오만가지 이펙트를 물린 사운드 역시 강렬할지언정 가볍게 느껴질 뿐이였다. 하지만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나서야  왜 세계가 하드코어 음악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수가 있었다. 단지 '입닥치고
우리 음악을 들어!' 가 아니라 힙합에서처럼 무대와 객석이 동화되면서 슬램도 하고 리프에 온 몸을 맡길 때의
느낌은 정통 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이였다.

 스키조는 그런 밴드들 중에서도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였다. 공연 셋리스트에서 그들의 이름을
보았을 때는 Luna Sea의 SUGIZO가 생각나서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였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고 난 후 이미
머릿속에 Luna Sea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연주된 곡은 'Deep Sigh'. 강렬한 비트와 날카로운 일렉기타 톤은 하드코어 일색인 밴드들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였다. 인트로부터의 전자적인 느낌 또한 그랬고 곡 중간중간 호흡을 조절하며 야금야금
들려오다가 한순간에 폭발하는 기타 리프, 파괴적인 보컬은 그들만의 색깔 그 자체.

 이들을 다른 밴드와 차별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보컬 허재훈의 카리스마였다. 그의 보컬은 높은 음역보다
오히려 낮은 음역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Deep Sigh 도입부에 낮게 깔리는 그의 목소리는 다분히
전자적이여서 날카롭고 금속적인 그들의 연주와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타 리프와 함께 폭발하는 보컬도
그렇지만, 무대매너가 정말 압권이였다. 남자가 봐도 확실히 끌리는 카리스마가 있다.
(더구나 이녀석 1집에서 어지간한 작곡을 다 하고 있었다. 무서운...)

 입대해서 일병이 되었을 때 정규 앨범이 나왔고 그 때 케이블 TV에서 본 타이틀곡은 'Body Movin''. 이 곡은 확실히
Deep Sigh보다는 어느정도 대중화된 곡이였지만 그들 특유의 톤이나 특유의 완급 조절, 그루브감은 빼놓지 않고
들어있는 곡이다.

 하지만 그리 크게 성공하진 못한 것 같다. 하긴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이런 음악으로 메이저가 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P/V도 강렬하긴 했지만 단체로 점프하는 멤버들 모습은 조금 우습기도 했다.
내가 공연에서 본 Deep Sigh는 1집 앨범인 Body movin'에도 수록되어 있지만 1집 자체의 녹음 수준이
그다지 높질 않아서 그런지 CD음원만으로 그 파괴력을 느끼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이번 앨범은 SIREN이라는 좀 더 큰 레이블로 옮겼고 무엇보다 신해철이 전격적으로 밀어주며 프로듀싱까지
했다고 해서 꽤나 기대가 된다. 신해철이 키우는 애들이라고 해서 기대했던 문차일드가 일본 번안곡 전문 그룹
이 된 것이나 넥스트 5.5집을 생각하면 약간 불안한 면이 없지 않지만..

 앨범을 듣자마자 그런 걱정은 싹 달아났다. 곡들의 느낌은 전반적으로 이전 앨범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일렉트로니카의 비중이 좀 더 높아진 것과 날카로운 톤이 조금 부드러워진 느낌의 차이 정도랄까. 1집 타이틀
곡이였던 Body movin' 의 신해철 편곡 버전이 들어있는데 완전히 일렉트로니카 느낌으로 완전히 변했다. 원곡
에서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편곡되니 Hide의 'POSE'와 꽤나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주제가로 쓰였다는 7번 트랙 'Fight'를 가장 먼저 들어봤는데, 인트로부터 곡 전개까지
Deep Sigh와 꽤 비슷한 느낌이 였다. 트랜스픽션의 '내게 돌아와'를 듣다가 'Time to Say Goodbye'를 들었던
느낌이랄까? 어쨌든 두 곡이 그렇듯이 이 앨범으로 스키조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은 이 곡을 스키조의 색깔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은 1집과 같다. 좋게 말하면 마음껏 몸을 맡길 곡이 많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차분히
쉬어갈 만한 곡이 없다는 뜻도 된다. 전 트랙을 한번 돌리고 나면 무지 시끄러웠다는 기억만이 남는다. 11번 트랙
'변해가나봐' 는 전 앨범에서 자두가 피쳐링했던 'Ready To Fight'에 비견될 만 하다.
 대중성 따위는 완전히 제껴버린 느낌 또한 같다. (아니 솔직히 조금 더 코어해졌다.) 5번 트랙 'Bill in sA america'
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땡스빌' 분위기의 곡으로 파격적인 가사(시벌넘들 되질넘들)가 인상적이다. 2번 트랙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4번 트랙 '내게로 와'는 잘 알려진 곡들의 스키조 버전인가 했는데, 왠걸 전부 오리
지널이다.
 스키조의 기존 팬들은 쌍수를 들고 반기겠지만 대중적으로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버즈처럼 대중가요
그룹으로 변질되느니 이 쪽이 낫긴 하지만... 애초에 음악성으로 비교하는 것이 스키조 팬들에게 좀 미안하긴
하다. 버즈는 1집때 때묻지 않은 그 모습이 좋았었는데..2집의 발라드 전업에 이어 그댄 나의 챔피언..-ㅠ-

 전체적으로 1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앨범이기 때문에 원래 스키조의 음악을 좋아했다면 마음놓고 구입해도 될
것 같다. 스키조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좀 색다른 하드코어를 들어보고 싶다면 권할 만 하다. 그렇다고 마냥 하드
코어는 아니기 때문에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해볼 만 하다. 다만 YG의 노예나 슴가워너비
삘의 R&B, 발라드 빠돌이들은 절대 사지 말기를 권한다. 잘 만든 음악 듣고 귀 버렸다고 투덜댈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1집에서 베이스를 맡았던 Jiyo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T.T 강렬한 그루브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외모
때문에 팬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새로 들어온 베이시스트 혜림은 스키조의 느낌 그대로에 어울리기는
하나 역시 Jiyo가 그리워진다. 새 베이시스트도 여자를 쓰다니 이녀석들 혹시 '마크로스7'의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지? 기타리스트도 1명 빠진 것 같지만..남자따위 애초에 신경쓸 리 없다. -ㅅ-;


지요를 돌려줘~~(이미 커뮤니티에서는 나와 같은 원성이 높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