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제대한 직후 필자를 했던 친구를 통해 웹진 게임X카에 필자가 되려고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던 글. 게임
불감증&날림플레이 증세를 보이던 나에게는 5일만에 게임을 클리어하고 글을 써내는 것은 꽤 힘든 일이였지만,
나름대로의 매력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왔던 건 한번 다시 써보라는 코멘트..T.T 나는 우물안 개구리였
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지금처럼 글을 어렵게 쓰는 버릇을 들이는데 일조한 글이기도 하다.
(원래 그랬나-_-a)
장르 : RPG
제작사: 스퀘어
유통사: 스퀘어
기종 : PlayStation
출시일: 2002년 10월 1일
평점: 7.8
▲ 스퀘어의 매출 신장 전략!?
원더스완으로 FF시리즈가 나온다는 것은 원더스완 컬러도 나오지 않은 원더스완 초기부터 결정된 일이였다.
원더스완 이라는 게임기가 성공한 데에는 게임기 자체의 컴팩트함과 재미있는 소프트들이 나온 탓도 있겠지만
스퀘어가 서드 파티로 참여하여 FF시리즈 및 스퀘어의 대표작들이 라인업 되어 있는 것에 가장 기대를 하고
구입했던 유저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기대는 조금 뒤늦게 이루어져 원더스완 컬러로 기종이 바뀌면서 드디어 FF시리즈가 발매되기 시작하였다.
그래픽은 SFC수준으로, 사운드는 패밀리보다 조금 더 다양한 음색으로 꾸며지고 밸런스와 시스템을 정비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유저들 앞에 다가선 WSC용 FF는 특히 SFC의 2D RPG를 그리워했던 유저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을 것이다.
이후 WSC로 스퀘어의 명작 게임과 오리지널 게임들이 계속 발매되었지만 WSC라는 게임기 자체가 GBA에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기 시작, SFC를 상회하는 성능에 충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GBA에는 PS를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승리자로 이끌었던 스퀘어의 파워도 통하지 않아서 기대만큼 팔리지는 못했다. 이 시기에
스퀘어도 FF무비의 흥행 실패 및 게임판매 저조로 회사가 위태로워지게 되어 결국 닌텐도 쪽에도 참여하게
되고 본작과 같은 솔직히 장삿속이 조금은 의심되는 이식작도 나오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반다이의 마지막
발악(?)이였던 스완 크리스탈이 나온지 3개월만에 발매되었다. 하지만 FF의 팬들에게는 휴대용 게임기가
아닌 콘솔로 FF2를 즐길 수 있다는 희소식이였다. (당시에 오직 FF1,2만을 위해 스완 크리스탈과 FF를
구입했던 필자의 좌절은 컸다.)
▲ About FINAL FANTASY2
그럼 FF2라는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리메이크 게임을 원작이 어떤지도 모른 채 플레이할 수는 없는 일.
따라서 FF2가 FF1에서 어떻게 진화한 작품인지, 그리고 FF시리즈의 계보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물론 이 내용은 FC판의 이야기이며 그래픽을 제외한 게임 플레이 내용 자체는 PS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FF2는 정확히 1년만에 나온 FF의 속편으로, 같은 노선을 계속 걷기 시작한 드래곤 퀘스트와는 다르게 전작
과는 전혀 다른 혁신에 가까운 시스템을 새 시리즈에 채용하여 확실히 DQ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리
즈가 되었다. FF은 그 전까지 있었던 RPG들과 마찬가지로 개성 없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가지고 다양한 직업
을 선택, 전투를 수행하고 경험치와 장비를 얻어 직업에 맞게 장비하고 스킬을 사용하며 플레이하는 방식
으로 세계관이나 연출 이외에 시스템 면에서는 그렇게 새롭다고 할 만한 게임은 아니였다. FF2도 기본적인
필드나 전투 등의 화면을 보면 FF1과 많이 다르지 않아 그저 추가 요소를 넣은 단순한 속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나오는 캐릭터 설정 화면에서부터 FF1과 같은 주인공 옆모습이 아닌 아마노 요시
타카씨의 이미지 일러스트를 살린 캐릭터들의 얼굴 그래픽이 나타난다. 더구나 그것은 플레이어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이 아닌 정해져 있는 캐릭터의 이름을 플레이어가 원하는 이름으로 수정하는 것으로 4명의
주인공인 프리오닐, 마리아, 가이, 레온하르트의 이름을 모두 결정하면 처음부터 추격당하여 전투가 시작
되고 곧이어 모두 전멸당하는 드라마틱한 오프닝으로 진행된다.
이것은 그저 위태로운 세계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전설의 용자(곧 플레이어 자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국
에게 모든 것을 잃고 쫓겨 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임을 처음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정은 이후 발매
되는 짝수 시리즈(주1)에 계속 반복되어 지금은 좀 진부한 설정이 되었다)
FF6 수준으로 환골탈태한 캐릭터들의 얼굴. 하지만 원작이 나올 당시에는 저것도 엄청난 비주얼이였다.
주인공들은 성을 빼앗기고 반란군의 입장이 된 핀 왕국의 힐더 공주에게 구출되어 그 명령을 받아 계속
제국과 싸워나가게 되는데, 그 사이에 이어지는 사건들과 중간중간 동료로 들어오는 캐릭터들의 희생 등
분명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전개로 진행되어 간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만들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캐릭터로 이야기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런 구조가 짝수 시스템에 이어지고, FF6 이후로는
기본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자리 잡아 계속 이어져 FF10에서 그 극한을 보여주게 된다.(주2)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도 용사인 주인공들이 단순히 누군가가 필요한 것을 구해다 주고 무언
가를 물리치러 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전작과 달리 스토리를 가진 주인공들이 여행 중 만난 캐릭터에게
서 중요한 아이템이나 단어를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대화하거나 중요한 물품을 제시하는 것으로 다음
진행에 관한 힌트를 얻어내는 좀 더 극적인 전개가 되었다.
이러한 진행 방식으로 캐릭터 성장에 대한 자유도가 떨어졌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캐릭터들의
스테이터스 화면으로 들어가면 FF1에 이어 이 게임을 시작한 유저는 굉장히 복잡해진 스테이터스 항목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무기는 검과 창에, 기본 스테이터스는 마력 중심으로 성장시킨 스테이터스
마리아와는 정반대로 도끼와 지팡이에 숙련되어 있고 체력과 힘 중심으로 성장시킨 모습우선 모든 캐릭터들에게는 정해진 레벨이 없고 능력치만 존재하며 오른쪽 윈도우에 있는 무기와 마법
창에는 각각에 딸려있는 숙련도와 숙련도 경험치가 표시된다. 장비하고 있는 무기를 사용해야 그 숙련도
가 쌓여서 기본 스테이터스의 힘과는 별개로 공격력과 명중률에 더해진다. 쉽게 말해 한 가지 무기만 계속
사용한다면 그 무기만 손에 익어서 더 강력한 다른 무기를 장비해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캐릭터가 나누어져 있어서 각각에 맞춰 줘야 최적의 효과를 보여주게 된다.
(이도류에 제한이 없어 후반에는 모두들 무기를 2개씩 들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마법 각각에도 무기와 마찬가지로 숙련도에 의한 레벨이 있어서 공격 마법이건 회복 마법이건 사용해야
숙련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상급 마법과 하급 마법의 구분이 없이 플레이어가 자주 사용한 마법이 곧 고급
마법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왼쪽 윈도우의 마력과 체력, 명중률과 회피율 심지어 크리티컬 확률에까지
이 숙련도가 적용되어 적의 공격을 받아야 회피율이 올라가고 데미지를 입어야 HP최대치가 증가한다.
약한 적하고만 HP의 여유를 부르며 싸우거나 체력이 약한 캐릭터를 후열로 밀어놓고 화살만 쏘거나 하면
그 캐릭터는 계속 낮은 HP인 채로 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경험
치만 얻는 단순 노가다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동에 적극성을 띠게 된다. 더구나 너무 물리공격으로만 치우쳐
힘만 지나치게 올리면 지성이 떨어져 흑마법력이 저하되어 마법공격만 통하는 적이 나타나면 고전하게 되고
반대로 흑마법만 써서 지성만 지나치게 올리면 이번엔 체력이 떨어지는 등 밸런스 조절까지 되어 있다.
단순 레벨 노가다로 인한 지루함은 지금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들에서 계속 회자되는 문제인데, 10여 년 전에
나온 게임이 이렇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아군 공격
노가다라는 사생아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어떡하란 말인가!!)당시로서는 정말 참신한 시스템이였다.
FC판에서는 (플레이어의) 필수 어빌리티지만, PS판에서는 이것 없이 해볼 만 하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능력치는 대체로 다르지만 여러 가지 무기와 방어구를
모두 장비할 수 있고 마법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한 커스터마이즈가 더욱
자유롭고 방대해져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게임을 일정 이상 진행하다가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보면 신기하게도 플레이어가 행동한 대로 성장해 있다는 캐릭터를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신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수용하여 시리즈마다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면서도 은근한 일관성을
갖고있는 FF시리즈의 특징이 이 작품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FF2에서 채용된 숙련도 시스템은
이후 스퀘어에서 개발한 액션 RPG ‘성검전설2’에서 다시금 채용되어 유저들에게 선보인다. (WSC와 PS판
FF2에서는 성검전설 2와 마찬가지로 마법 레벨이 올라가면서 마법의 이펙트가 점점 더 화려해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던전의 레벨 디자인도 진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울펜슈타인 3-D에서 둠으로
의 진화처럼(비록 이 경우에는 3D가 아닌 2D이긴 하지만) 가로세로와 막다른 길만으로 이루어진 미로가
아닌 좀 더 다양해진 맵으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다른 길 대신에 던전 마다 있는 아무것도 없는
빈 방은 일단 들어가면 1번 이상은 전투를 해야 하는데 아주 적은 확률로 길이나 아이템이 들어있는 방이
있어서 플레이어는 일일이 들어가 보아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지치게 한다. 숨겨진 길로 들어가서
찾아낸 보물 상자 4개에 전부 포션만 들어있는 등의 제작진의 얄궂은(?)장난도 있다.
FF의 마스코트가 된 지 오래인 초코보나 궁극마법 알테마, 최강의 갑옷 겐지 시리즈와 같은 FF적인
세계관도 이 FF2에서 확립되어 다른 RPG와는 차별화된 FF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게 된다.
일단 빈방에 들어서면 70%이상의 확률로 돌아오는 길에 1보 전진마다 인카운트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빈 방이 던전마다 수십 개씩 있다는 것. 고전 게임의 레벨 디자인이란..
FF시리즈에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초코보. 이때는 단지 투기장에 편히 가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지만, 귀여움과 흥겨운 테마음악으로 결국 FF시리즈의 마스코트로 자리잡게 된다.
▲ WSC vs PS
PS로 이식된 FF2는 기본적으로 WSC용과 그래픽이 동일하다. 필드 그래픽은 FF5, 전투 시 그래픽은 FF6의
수준으로 WSC라는 게임기의 성능이 참 어중간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되었다. (전투화면도 사실상 캐릭터
와 적들의 그래픽은 FF5, 배경과 이펙트 그래픽은 FF6이라고 해야 정확할 듯 하다.)
리메이크된 FF의 그래픽이 FF5 나 FF6의 수준이라는 말에 벌써부터 PS용 FF 5,6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는 유저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단 안심해 둘 것은 PS용 FF6와 크로노 트리거같이 게임 의욕을
저하시킬 정도의 프레임 저하는 없다는 것. (게임의 연출 자체가 FF6이나 크로노에 비해서 좀 단순하긴 하다.)
유저들에게 더욱더 민감한 사항인 로딩. 가뜩이나 랜덤 인카운트에 수백 번의 전투를 치러야 하는 게임에
긴 로딩은 치명적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PS판 FF2도 WSC판을 하다가 해 보면 거슬릴 정도로 로딩이 좀 있다.
로딩 자체가 FF1에 비해서 조금 길기 때문에 음악은 먼저 나오고 1~2초 후에 전투화면이 나오는 편법으로
체감 로딩을 조금은 짧게 해 두었다. 왜 WSC용 게임의 이식판 까지도 로딩이 이렇게 긴 건가..하는 탄식이
나올 법 하지만 같은 편법을 쓴 PS판 FF6과 비교해서 전투 전,후의 로딩이 조금 짧게 느껴지는 편이고 메뉴
화면의 로딩은 짧아서 필자의 생각으로 이정도면 ‘할 만하다’.
로딩이 있는 대신에 WSC의 조그만 (거기다 무진장 안보이는) 화면이 아닌 TV화면으로 SFC 게임과 같은
깨끗한 그래픽으로 플레이할 수 있고 폰트도 깨알같은 글씨의 가나로만 이루어진 글자가 아닌 시원시원한
크기에 한자도 전부 나오는 FF5 이후의 수준으로 바뀌어서 보기 매우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캐릭터나 배경, 폰트는 FF5의 수준
FF6보다는 떨어지지만 이펙트는 꽤 화려한 편이다.
게임 외적으로는 그동안의 리메이크 작들과 같이 멋진 CG동영상이 오프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같이 발매
된 FF1에 비해 동영상의 질에서 한층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디스크의 데이터 용량을 살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FF1의 데이터 용량은 120M인데 반해 FF2는 530M.)
이전에 발매된 리메이크 FF중 가장 높은 퀄리티인 FF6의 동영상에 비교하자면 장면의 구성이 FF6보다 스케일
이 작아 FF6처럼 화려한 멋은 적지만 질이 훨씬 높다. PS1의 동영상 재생능력의 한계로 인한 프레임의 저하를
제외하면 거의 PS2 초기 게임의 동영상 수준. 플레이어가 과거 FF2를 플레이할 때 드라마틱한 오프닝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장면들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연출 면에서도 뛰어나다.
(FF1의 경우에도 초반의 명장면인 가란드와의 싸움 후에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CG로 수록하면 어떨까 예상했
지만, 결과는 게임 패키지 표지 일러스트의 이미지로 만든 단순한 영상이였다.)
멋진 연출의 오프닝
하지만 역시 마리아에게 시선은 고정 -_-;
오마케 모드에서는 몬스터 도감과 아이템 수집률을 보거나 고해상도의 이미지 일러스트들을 감상하는 모드 등
그동안의 리메이크 작과 같은 부가요소가 들어 있다. 또한 메모파일 기능이 있어 FF2의 극악 난이도를 조금은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자주 쓰면 어느새 리셋 노가다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100%에 도전해 보자!(필자는 실패)
아마노 요시타카의 몽환적인 원화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원화를 패밀리의 성능으로 구현하려면,
구체적 사물을 추상화하는 능력이 요구되지 않았을까? 요즘에 그럴 일은 별로 없지만..
그러나, 이와 같은 추가된 것들은 그동안의 리메이크에서 항상 있어 왔던 것이라 별로 새롭게 느껴질 것도
없다. PS로 이식된 FF2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새로 편곡된 음악이다. 필자는 이 음악 때문에 PS로 나온
FF시리즈를 구입한 데에 전혀 후회를 하지 않았다. 먼저 WSC용의 사운드를 살펴본다면 ‘패밀리보다는
나아졌으나 그래픽에 걸맞지 않는 사운드’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들으면 좀 째지는 느낌이 드는 패밀리판에 비해 기본적인 음색이 조금 듣기 편하게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곡의 구성이나 화음이 패밀리판과 비슷하다. WSC의 음원이 가진 한계 때문이지만 네오지오 포켓 컬러(주3)의
게임을 할 때와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PS판을 해보면 FF6 이상의 수준으로 멋지게 편곡이 되어 있다. 대부분의 곡에 도입부가 생겨서
몇몇 곡은 처음 들으면 마치 다른 곡으로 착각할 정도로, 메인으로 들어가서야 ‘아, 이거 바로 그 곡이구나!’
하고 떠올리게 된다.
전투나 던전 에서의 BGM보다도 마을이나 성의 BGM에서 뒤에 깔리는 현악기의 음색은 이전에 여럿 발매된
FF시리즈의 어레인지 트랙을 듣는 듯 한 느낌까지 준다. 지금이야 어레인지 트랙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어레인지
이지만 음원의 한계 때문에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어레인지 트랙으로 냈던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작은
물을 만났다고 표현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우에마츠 노부오씨가 FF2의 악상을 떠올리며 생각했던 음악들이
아니었나 싶다.
FC판을 즐긴 유저들의 감흥까지는 아니겠지만, 이전 시리즈를 해 보지 않은 유저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FC판 FF2용으로 개발되었다가 게임에서 나오지 못한 던전 BGM이 FF6에서 다시 편곡
되어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 추억을 더듬어가며, 혹은 추억을 만나며..
PS용 FF2를 하려는 사람은 대략 세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이전에 나온 FC판으로 이미 FF2를
즐겨본 경우이고, 두 번째는 FF4~FF6정도의 시리즈를 즐겨 보고 FC판은 하지 못했다가 리메이크 판 소식에
반가워하며 플레이하게 되는 경우. (필자처럼 그래픽이나 난이도에 좌절한 경우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7 이후의 시리즈에서 FF에 매력을 느껴 FF시리즈의 고전을 즐겨보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리메이크판 FF2로 FF를 처음 시작하는 유저는 극히 적으리라 생각한다.(WSC판은 PS판과 같은 경우라고
치도록 하자) 물론 요즘에 나오는 3D그래픽이 난무하며 매력적인 캐릭터에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에
익숙한 유저가 이 게임을 한다면 시시하게 생각될 지도 모르고, 단순한 던전과 몇 발자국 안 가서 계속되는
인카운트에 금방 지쳐버릴 지도 모르겠다. 기술과 그래픽의 발전에 의해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즐겨보면 어떨까? 예전에 FC판 FF2를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위에 설명한 FF2에 대한
것들을 필자보다 더 잘 알고 있고, FF2에 대한 추억이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리뉴얼된 그래픽으로 반가운
캐릭터들을 만나보며 새로이 편곡된 음악에 심취하면서 그 추억을 다시 한 번 되살려 볼 수 있지 않을까?
PS용으로 FF2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시스템 자체가 이후 작품에 비해 불편하기도 하고 후반의 엄청 길면서
난이도까지 높은 던전들 때문에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마지막 던전을 아이템 구석구석
찾으면서 진행하며 보스까지 클리어하는 데 2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등은 이후 시리즈와
비슷하게 조정되어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고 어려운 던전도 메모파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니 FC판과 같이
한번쯤 해 보고 싶지만 막상 손이 가지 않았던 유저들은 이 기회에 한번 고전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시작
하고 나서 할 마음이 사라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FF6 이후의 유저들은 봄이나 모르보르 등의 낯익은 몬스터나 궁극마법 알테마 등을 FF2에서 만나 내가
보았던 캐릭터나 아이템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생겨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게임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로딩을 견뎌내고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오래된 게임임에도 참신한 시스템과 절묘한 밸런스로 짜여 져 있다는 데에 놀라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돈된
그래픽과 멋진 음악으로 거듭난 고전 명작의 향기를 즐겨 보자.
FF6처럼 영화같은 엔딩을 바랬던 건 무리였을까..글로 처리해버리는 센스.
(이런 것까지 원작을 재현할 필요는 없는데..)
신음소리와 기합소리 몇 개만 내도 엔딩 크레딧에 오를 수 있다!
주1) FF3에서는 다시 FF1처럼 돌아오면서 JOB시스템을 대폭 강화했고, FF4에서는 다시 FF3에서 이루어진
체계를 이용하여 FF2처럼 스토리성을 강조한 작품이 된다. 이것은 FF5와 6에도 계속되어 이때까지 FF에서는
‘홀수 시리즈에서 시스템과 스킬 등의 체계를 만들어내고 짝수 시리즈에서 그것을 적용하여 스토리와 캐릭터성
을 중시하는’ 구분을 지을 수 있었다. 물론 홀수 시스템에도 스토리가 보강되고, 짝수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도
를 선보이기도 하지만, 대략적인 구분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확연하다.
주2) FF6부터 FF9를 제외하고 계속 키타세 요시노리가 디렉터를 맡아 게임의 플레이 스타일은 어느정도 고정
되고 아이템과 장비, 스킬을 얻는 체계에서만 시스템의 조정이 가해졌다. FF10은 자유도를 거의 버리고 플레이어
가 갈 길까지 화면 상단에 표시된다. 후반에 비공정을 얻어도 지도로서의 월드 맵이 있을 뿐, 갈 곳은 선택하면 그
던전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였다. 자유도가 줄어든 대신 거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과 드라마성에 완성도까지 겸비
하여 FF 시리즈의 재기에 성공한다.
FF9의 경우만 이례적으로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다시 디렉터를 맞고 크리스탈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는 등의 ‘과거
로의 회귀’를 주창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겉에 보이는 세계관이였을 뿐 결국 FF7, FF8과 플레이하는 감각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도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 미묘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초반에는 사이버
틱하다가 중세의 고성에서 마무리를 짓는 FF8과 전혀 반대의 스토리 전개를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 개인적으로
는 FF5이후 볼 수 없게 된 JOB시스템에 기반을 둔 FF가 그립기도 하다.
주3) 네오지오 포켓 컬러
네오지오 포켓컬러는 게임보이 컬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SNK가 추진한 새로운 사업의 일환으로
발매되었는데 그래픽 수준은 게임보이 컬러보다 훨씬 뛰어났으나 사운드를 들어보면 거의 MSX와 같은 수준의 음원
이라 본문의 WSC판 FF와 같은 아쉬움이 여러 게임에서 느껴진다. 네오지오의 대전 격투게임 의 SD판 이식작과 메탈
슬러그 같은 게임을 오리지널화한 변형 이식작. 그리고 전설의 오우거 배틀 외전 등의 게임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이면서 상당수 판매되어 다양한 이벤트와 한정판으로 시장을 공략했으나 결국 원더스완과 GBA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지고 SNK는 이 사업과 3D게임 사업의 부진으로 도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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