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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이야기

[PSP] 릿지 레이서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2. 5.
PS, PS2, PSP까지 항상 플랫폼과 동시발매되면서 성능의 지표를 보여준 릿지 레이서 시리즈. PSP판인 릿지 레이서즈는 뒤늦게 PSP를 구매하고서도 여차저차 하다보니 계속 하지 못하다가 결국 빌려서 해 보게 됐다. 나온지 대략 2년이나 된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감동의 물결을 주체하지 못해서..



 뒤에 나올 후카미 아이 누님이 대박 욕먹은 탓에 다시 현역에 진출한 나가세 레이코 누님
         (이빨은 보여주지 마세요~♡)
'새 플랫폼의 성능 지표' 가 되는 게임이긴 하지만, 사실 PS2판 릿지레이서 V는 기대에 좀 못 미치는 게임이였다.
릿지 레이서(레볼루션) -> 레이지 레이서 때의 진화는 커녕 다시 릿지 레이서로 회귀하여(코스도 그대로 갖다쓰고!)
PS2의 하이엔드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릿지 레이서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의 눈에는 하이엔드급 그래픽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 자빠질 정도이긴 했지만, 속도감은 오히려 이전만 못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전작의 후광을 입으려고 야심차게 준비한 이 누님까지 욕을 태배기로 얻어먹었으니..



PSP로 나온 릿지 레이서즈는 기존 릿지 시리즈의 코스를 총 망라했다. 첫 시리즈부터의 대표적인 코스가 PSP만의 새로운 하이엔드 그래픽으로 뿌려지는 데에서 일단 감동이고, 속도감도 시리즈 최고였던 레이지 레이서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PSP도 휴대용 액정기기인지라 어쩔 수 없이 잔상이 남는데, 이것이 오히려 의도적인 블러 효과와 함께 새로운 속도감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와 미니맵도 세가 쪽 게임들에 뒤지지 않는 느낌이다. R4이전까지 릿지 시리즈는 좀 
     촌스러웠던 것이 사실.


레이지 레이서에서 처음 보고 놀랐던 유럽풍 산악 코스도 리뉴얼해서 등장. 앞차가 분신술을 쓰고 있다-_-;;


정든 코스들을 PS2수준 그래픽으로 달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릿지 시리즈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좀 뒤늦게 해 보게 됐지만 나도 그런 케이스. 나의 릿지 사랑을 또 이야기하자면...볼 사람만 보시라.
(글 닫고 열기기능 쓸줄 모름;) 


언제나처럼 이야기는 또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였던 나는 천신만고 끝에 PS를 구입하게 되었고(알바나 점심굶기 등을 상상하지 마시길^.^; 중1은 중1만의 방법이 있다) 'ZERO DIVIDE' 를 같이 구입했다. 릿지 이야기하다가 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면은..집에 가져온 PS 안에 릿지 레이서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_-;;;
(당신 중고를 산거야..다시말해 낚인거지.. 으하하하하하하..하는 소리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더 어이없는 부분은 그 다음 대목. 나는 친철하게도 그 게임CD를 다음날 도로 갖다 주었다 T.T 인천의 세X컴X터 라는 곳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 지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들을 상대로 수많은 게임을 팔며 위와 같은 행각을 서슴지 않는 그들이 내 양심적 행동을 알아줄 리 만무한데..거저 들어온 게임을 내쳐버렸다.

어쨌든 그리하여 내가 PS로 해본 첫 게임은 (비공식적으로) 릿지 레이서가 된다. 그 해 겨울에 발매된 릿지 레이서 레볼루션은 릿지 레이서의 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버전 업 형태의 게임이지만( 30프레임 -> 60프레임의 발전이 있었다지만 체감상으로는 거의 못 느끼겠다) 어쨌든, 이 게임을 통해서 릿지 레이서에 제대로 빠져들게 된다. 게임 하나만으로 한 달을 뽀개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게임 하나를 죽어라 후벼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릿지 레볼과 동시에 제작 발표가 있었던 아케이드용 레이브레이서는 시내에 있는 '성인 오락실'(사행성 게임이 없는데도 애들은 쫓아낸다;;)에만 딱 한대 있었기 때문에 문밖에서 몇번 본 정도. 공장지대 코스가 있었던 것과 여성 이미지 캐릭터가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결국 가정용으로 이식되지 않고 넘어갔다.

1년 후에 나온 레이지 레이서는 세련된 이미지와 확실히 버전업한 그래픽, 릿지와는 또다른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오프닝 동영상이 처음으로 삽입되었고, 첫 코너를 돈 후 펼쳐지는 유럽풍의 코스와 중간중간 나오는 폭포수 배경은지금 보면 종이상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과 프린터에서 종이 뽑히는 모습으로밖엔 안 보이지만, 어쨌든 당시의 충격은 대단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개념이 생긴 것도 레이지 레이서가 처음.

이후 몇 년간 게임을 안해서 R4는 거의 하질 않았고 역시 나중에 해본 릿지레이서V는 앞서 설명한 대로 릿지 레이서의 PS2 버전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그리운 릿지 레볼을 꺼내서 해봐도 이미 그란3으로 눈이 높아진 나에게는 종이로 접은 차로밖엔 안 보이니--; 그래도 게임은 충분히 재미있다. (써놓고보니 뭐 별로 사랑도 아니다; 그냥 릿지 시리즈 역사 정리 정도로 해두자;)






어쨌든 그때문에 무엇보다도 이 게임이 마음에 드는 점이 바로 그 모든 코스를 릿지 레이서(레볼루션) 의 게임성으로 달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지 레이서에서 오르막과 내리막 개념이 강해지고 좁은 소로 코스가 나타나면서 속도감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지만, 게임성은 쉽게 미끄러지는 기존의 릿지 시리즈와는 달리 그립 주행을 바탕으로 좀더 세심한 코너링이 요구되는 스타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드리프트 느낌과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 역시 꽤나 묵직해져서 뭔가 시원한 감이 사라진 느낌이였다.

레이지 레이서만의 게임성이 뛰어나긴 했지만 기존 시리즈의 느낌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좀 맞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릿지 시리즈가 약간 그란 투리스모화 했었다고 할까? 물론 그란 투리스모가 나온 이후 릿지 시리즈는 다시 쉽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형 레이싱으로 포지셔닝된다.(그래서인지 R4에는 온갖 엽기스런 모양의 자동차들이 등장한다.)

릿지 레이서즈는 그런 면에서 정말 만족스럽다. 속도가 160Km 이상이면 액셀을 떼고 핸들을 꺾고 바로 액셀을 눌러주면 간단하게 슬립 상태가 된다. 160 이하일 때는 브레이크를 섞어주면 되는데, 멀쩡히 달리다가 그냥 차를 스핀시켜 한바퀴 돌고 다시 달릴 수 있을 정도이니 초기 시리즈의 수준을 넘어 거의 번아웃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코너링 시의 관성 역시 굉장히 가볍다. 아케이드에서 인기가 높은 이니셜D는 헤어핀을 돌 때 아웃 -> 인으로 들어가며 드리프트를 하거나 처음부터 인으로 파고들며 코너에 부딪쳐서 살짝 속도를 낮추어야 헤어핀을 안정적으로 통과할수 있는데 이 게임은 그냥 처음부터 인에서 드리프트가 된다-_-; 실제 레이싱이라면 당장에 오버 스티어로 바깥쪽에 자동차가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그러나 게임에서 원작과 같은 드리프트가 거의 불가능한 (해봤자 쓸모가 없기도 한) 세가의 이니셜D와 달리 릿지 레이서즈에서는 타이어 슬립이 쉬울 뿐만 아니라 원작 이니셜D의 '슬립 상태에서의 핸들 조작' 플레이가 가능하다. 고속 코스에서 드리프트를 하면서 상대 차를 간단하게 따라잡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코너 진입 전부터 슬립 상태를 만들어 안쪽 가드레일만 쳐다보며 코너를 파고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코너링 면에서만 보자면 애니메이션 이니셜D의 느낌에 더 가까운 것은 릿지 레이서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S자 코너를 관성 드리프트로 통과하는 것이 중급 이상 플레이어들에게는 이미 기본기가 되니 말이다.


                                                         이런거 내지는



                                    이런 플레이는 릿지 레이서에서만 가능하다.
                                         (아, 이니셜D에서 CPU는 쓴다-_-;)
 
 

        릿지 시리즈에서는 코너 진입 전에 드리프트를 시작해서 안쪽 가드레일만 보는 코너링이 가능.
                        (수동 기어로 이렇게 드리프트를 하는 타쿠미는 뭐냐아아아아)




PSP판 릿지 레이서즈에서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니트로 시스템의 추가. 연출은 번아웃의 그것이긴 하지만 뭔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번아웃의 부스터 시 연출은 정말 대단하다.) 니트로 게이지가 드리프트 때에만 충전되기 때문에 그립 주행으로 넘어가는 코스도 약간의 드리프트로 통과하도록 게임플레이를 유도한다. 헤어핀이 아니라 큰 원을 슬립 상태를 유지하며 도는 쾌감도 굉장하지만 게이지 면에서 대단히 짭짤해진다. 2개의 드리프트 코스가 하나의 큰 원을 이루는 곳을 부스터 -> 드리프트로 한 방에 통과하는 새로운 코너링도 만들어져 있다.

사실 지금 설명한 것들은 부스터를 제외하고 거의 릿지 시리즈에 일관되는 게임성이다. 릿지 초기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던 데이토나 USA나 세가 랠리를 비롯한 세가의 레이싱 게임들은 이니셜D와 F355챌린지 시리즈로 아케이드와 리얼 노선에서 정점을 구현한 반면, 릿지는 한결같은 게임성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때문에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장점들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다시말해 그란투리스모를 위시한 리얼 레이싱 게임군의 팬들에게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 XBOX360으로 나온 릿지레이서 6의 실패원인 역시 이 점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쉬운 드리프트, 부스터 만의 게임성으로는 리얼 레이싱을 지향하는 유저들에게 번아웃에서 테이크 아웃을 뺀 버전으로밖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릿지6은 그래픽 외에 크게 달라진게 없어서 릿지 레이서즈의 리뉴얼판이라는 느낌도 들고;)




어쨌든 PSP를 가진 유저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 (너만 안해본거야~ 라는 비웃음이 들려온다;) 빌려서 대략 해보고 끝낼 작정이였는데, 아무래도 구입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에도 레이싱 게임이 여럿 제작되고 있는데, 아케이드성을 지향한다면 릿지 레이서즈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상쾌하게 미끄러지는 그 느낌만은 어느 게임에도 뒤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