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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공연, 음악

[콘서트] Gackt 내한공연 갔다왔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 15.


아는 친구가 일본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차저차 공짜표를 얻어;; 각트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각트 노래를 01년도에는 꽤나 들었기 때문에 뭐 억지로 갔던 건 아니었고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무대가 아니라 영상부터 나오기 시작, 이번 앨범인 DIABLOS의 테마가 되는 이미지 영상이더군요. 반지의 제왕 분위기의 많이 나는 대규모 전투신이긴 한데, 캐산처럼 좀 티가 좀 나는 CG였습니다. 각트와 그의 밴드가 알수 없는 가면 쓴  무리들과 싸우는 영상인데, 어쨌든 화면에 각트가 나올 때마다 장내는 환호하는 함성소리로 가득해지더군요.



'각트가 이렇게나 인기가 많았나..?'




사실 01년도에 한일문화교류 어쩌구 행사의 일환으로 각트 공연이 기획됐었는데(사실 저도 그때 갈까말까 망설였었
습니다.) 기획의 문제로 취소됐었죠. 하지만 그 때의 팬들은 지금도 건재한 것 같습니다. 공연을 보러 온 여성들은 대부분 성인 여자이긴 했는데 고등학생도 꽤나 보이더군요. 각트는 앨범이 많이 나가는 가수라기보다 만능 엔터테이너에 가깝기도 하니 아마 그 쪽의 영향을 받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가 봅니다.


저는 02년도 이후 일음을 거의 안 들었고 가끔 듣는것도 그저 항상 듣는 라르크나 미스터 칠드런의 신곡 정도였습니다. 최근 '기동전사 Z건담' 극장판의 주제가 를 각트가 불렀다는 소식을 통해 오랜만에 각트 소식을 들었습니다. 각트 목소리가 확실히 다른데서 찾을 수 없는 멋드러진 목소리이긴 하지만 깊이가 있다고는 못하겠는데 '기동전사 Z건담' 의 주제가라니..게다가 그 까다로운 괴짜 토미노 영감까지 만족했다고 하는 데에 놀랐습니다. 이 노래도 공연에서 불렀는데, 역시나 환호의 도가니탕이 되더군요. 물론 그중에 Z건담을 알고 환호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을 겁니다. 저는 그저 아는 노래 하나 나왔다고 좋아라 하고..

DIABLOS앨범의 곡들 중심으로 콘서트가 진행되는데 곡은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것을 찾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문희준' 노래들밖에 생각이 안났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 비트만 주면서 시작하다가 중간부터 강렬한 기타 리프가 깔리면서 확 띄우고 다시 그 반복을 하는...더구나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양팔을 고정시키는 '문희준 퍼포먼스 직전' 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팔에 힘을 빼고 흔들까 내심 조마조마했습니다..뭐 문희준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요. 


계속되는 곡들을 들으면서 각트가 그동안 음악성이 꽤나 많이 변한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중간의 데모 영상에서 DIABLOS의 심각한 분위기가 전부 각트 혼자의 꿈이였음을 보여주고..(이부분 대박 웃겼습니다. 장내가 뒤집어질 정도)이제 심각한 곡들에서 벗어나 'mirror'로 분위기를 띄운 후 '12월의 러브 송'을 한국어로 불렀습니다. 열기가 한참 달아오를 때 준비해 온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라르크 왔을 때의 하이도보다 훨씬 능숙하더군요. 정말 잘합니다. 한국어 앨범을 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공부 정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각트의 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관객들(95% 이상이 여성 관객)을 보며 문화의 힘은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표를 사서 갔던 지난번 라르크 공연때는 저역시 모든 곡을 따라부르며 그 분위기에 동화되느라 깨닫지 못했는데,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때와는 좀 객관적인 시각으로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트의 공연은 라르크의 공연과는 컨셉 자체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라르크는 신곡을 비롯한 자신들의 음악을 한국 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콘서트를 했다고 보면, 각트는 자신의 세계에 관객들을 완전히 동화시키는 퍼포먼스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물론 사람도 라르크 때가 훨씬 많았고 남성 관객의 비율도 라르크가 훨씬 많았지만 공연에의 몰입도는 확실히 각트 공연이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다시 이미지 영상에서 입었던 갑옷과 검을 꺼내들고 동료들이 퇴장한 후 검을 높이 치켜세우며
온갖 집중 조명을 받는 모습은 각빠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뭐 각빠 그네들의 잔치라고 폄하해 버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각트의 그동안의 특이한 이력과 언변, 그리고 그가 만들어 온 음악들이 있기에 진정 그 모습이 저에게도 멋지게 보인 것은 아니였을까요?



                경호원 or 진행요원들 바로 앞자리라서 공연 사진을 하나도 못찍었네요. 뒷북 사진;;

제가 한참 각트 노래를 들을 때 좋아했던 바닐라, 재회스토리, To feel the fire, 키미노타메니데키루코토 등은 하나도 부르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괜찮게 본 공연이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같이 부르자~" 하면서 'u+k' 의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하니 저도 모르게 일어서서 열광했습니다. 역시 아는 노래가 몰입도가 크네요.

진행요원을 했던 친구 말로는 각트가 유효좌석 6천석 중에 4500석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기자나 저같은 공짜표를 빼면 3000대로 떨어진다는군요-_-;) 이날 옆의 역도경기장에서는 백스트리트 보이즈 공연이 있었는데 각트만큼 못했다는군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이였는데...세월은 무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팝에 좀 인색하기도 하지만요.
99년~01년도같이 J-pop이 우리나라에서 꽤 인기가 높았을 때 이런 공연들이 잘 추진되었으면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고 저 또한 한 명의 팬으로서 감동적인 공연을 즐겼을텐데 일본문화 개방이나 각종 규제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팬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다 좋았는데 중간에 관객들의 호응을 너무 오랫동안 요구하는게 흠이라면 흠이였을까요? 팬들에겐 그렇지만도 않았겠습니다만. 뉴스에서 각트가 공연중 실신했다고 하는데 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나..어쨌든 제가 각트 음악을 좋아해서 간 것이 아니라 그저 공연을 즐겼을 따름이지만, 상당히 수준높은 공연이였습니다.




더불어 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치루어질 Dream Theater 결성 20주년 기념공연이 너무도 기대됩니다~
제 자리 다 봐놓고 왔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