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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아직 남은 도쿄 이야기

규동을 먹는다면 요시노야(吉野家) 네기타마 규동!

by 대학맛탕 2024. 6. 16.

 

 

요시노야와의 첫 만남

10년 전 도쿄에 출장으로 3개월 간 와 있을 때 규동(牛丼,ぎゅうどん)에 푹 빠져들었다. 
그 전에 여행이나 출장으로 일본에 갈 때는 여행의 그 귀한 식사 턴을 규동에 쓸 수 없다! 라는, 400엔대 식사를 먹는 건 아깝지 않나 하는 선입견 혹은 깔봄(?) 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달, 아니 세달 살기가 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당시 출장이라 식대가 나오니 돈 걱정은 없었지만 매일매일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어떤 의미로 열정이 필요한 일이었다. 찾는 수고도 들고 발품도 들고, 무엇보다 야근을 하고 나서 터덜터덜 돌아올 때 무언가 적극적으로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맛을 들인 것이 요시노야(吉野家).

처음엔 그냥 김밥천국에서 때우는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그 묘한 중독성에 서서히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달달한 규동 간장에 날달걀(生卵, なまたまご)을 풀어먹을 때의 기쁨이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깃코만(キッコマン) 간장을 써도, 간장계란밥 전용 간장을 써도 양파와 고기맛이 푹 배인 이 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플스2로 요시노야 게임도 있었다. 이거 살 걸..무슨 게임인지는 지금도 불명이지만, 패키지가 참 예쁘다.

 
 
3개월의 꿈같은/고된/외로운 출장 일정이 끝나고, 일본 회사에 입사할 지 돌아올 지의 기로에서, 결국은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또 쓸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돌아오고 나니 너무나 생각나지만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야키통(+홉삐)이고 다른 하나는 규동이었다.
 
함께보기>>> 일본에서 소맥이 그리울 땐? 홉삐(ホッピー) 세트

 

일본에서 소맥이 그리울 땐? 홉삐(ホッピー) 세트

관동 지역에만 있는 맥주맛 음료일본에서 이자카야를 다니다 보면 ホッピー라는 글자가 써붙어진 것을 볼 때가 있다. 다음의 사진에 3개 숨어있으니 잠시 안력 트레이닝을 해 보도록 하자 여러

willucy.tistory.com

 

 
야키통은 무리이니 진즉에 포기하고, 규동은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어 먹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규동맛에서 생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간장+미림+다시국물은 수입식품에서 사도 좋고 오뚜기 것으로 해도 얼추 비슷한 맛이 나는데, 생강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그 차이를 많이 메울 수 있다. 미국산 소고기야 식자재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정말 해 먹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요시노야의 그 맛은 아니었다. 집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거라면 그렇게 체인점이 늘 리도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 85퍼센트는 비슷하지만 중요한 15퍼센트의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후 일본여행을 갈 때마다 반드시 한 턴은 요시노야에 할당했다.
 
 

 일본의 규동 3대 체인

시간이 흘러 일본에 와서 처음 살던 집은 바로 앞에 요카도가 있고 거기에 스키야(すき屋)가 있어서 '이제 그 규동을 마음껏 먹는구나!' 생각했으나, 스키야에도 그 부족한 15퍼센트의 맛이 채워지지 않았다.

스키야는 아르바이트 혹사로 2015년 파업까지 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워낙 유명해서 그 디버프가 걸린 건지도 모르겠다. (사견이지만 스키야는 카레가 맛있다.) 
 
 

 
 

출처:스키야 메뉴소개 페이지(https://www.sukiya.jp/menu/in/gyudon/100400/index.html)

 
 
 
스키야는 우선 지점 수가 압도적이다. 체감 상으로는 그 다음으로 마츠야가 많은데, 점포 수 1위는 분명 스키야다. 신메뉴나 기간한정 메뉴를 자주 개발하는 편이며, 맥도날드 해피밀처럼 장난감을 주는 어린이 전용 메뉴도 있다. 그래서 규동 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41%나 된다. (요시노야는 27%)
 
 
스키야는 외식업체 젠쇼 그룹(ゼンショーグループ)은 하마스시(はま寿司)를 비롯해 저렴한 요식업체와 패밀리 레스토랑도 여러개 갖고있는 프랜차이즈 대기업이다.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의미에서 고마운 업체이기는 하나 이전의 아르바이트 혹사 사건 때문에 비용절감을 심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출처:젠쇼 그룹 브랜드 페이지(https://www.zensho.co.jp/jp/brands/)

 
 
 
또 하나의 대표적인 규동 체인으로는 마츠야(松屋)가 있다. 먹은 적은 없어도 이 간판을 보신 분은 많으실 듯. 본래는 요시노야와 함께 규동 업계를 양분하던 브랜드인데, 요시노야와 함께 스키야에 밀렸다. 시장 점유율은 20.4%
 

 
텐동의 텐야(天丼てんや)랑 헷갈리니 주의....라고 쓰고 있는데 바로 놓고 비교하니 별로 안 비슷하다.

 
 
집에서 두 정거장 전에 있는 단골 술집에서 좀 거나하게 마신 날에는 근처에 있는 마츠야를 들러 한 그릇 하고 돌아가곤 했다. 개인적으로 마츠야는 미원맛이 꽤 강렬해서 너무 달다고 느낄때가 많다. 감칠맛은 소중하지만 규동에서 메인에 나서면 본말전도가 아닌가. 아무튼 마츠야도 요시노야의 그 15%가 채워지지는 않았다.
 
언젠가 새벽에 먹었던 마츠야의(キムチ牛めし). 점원이 대충 담아서 비주얼이 좀 그렇지만, 사진만 봐도 고기에서 단내가 난다. 아니 술을 먹고 무슨 규동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순대국밥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지 모르겠다. 

 
실제 메뉴는 이렇게 생겼다.

출처:마츠야 메뉴소개 페이지(https://www.matsuyafoods.co.jp/matsuya/menu/gyumeshi/gyu_kimuchi_hp_230919.html)

 
 
 
돌아와서, 그 소중한 요시노야는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위치에 있어서 출근길에 주로 먹었다.

아침 세트로 미소시루(みそ汁, 된장국) 나 톤지루(とん汁,돼지고기 된장국), 그리고 샐러드를 곁들여주는 세트가 500엔 살짝 넘었던 것 같다. (2017년 기준)
 
하지만 역시 귀하지 않으면 욕구도 떨어지는지, 규동을 먹는 빈도도 점점 줄기 시작했다. 간단히 식사를 때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스키야나 마츠야도 자주 먹다보니 규동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떨어져서, 어차피 건강에도 좋지 않은 걸 자주 먹을 이유가 없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는데, 규동 매장이 다 비슷하지만 조금 꾀죄죄한 면이 있다. (최근엔 많이 개선됐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15%의 비밀


그렇게 어쩌다 한 번 먹는 음식이 되어버린 규동. 그런데 우연히 몇 달 전 요시노야를 먹고 나서야 10년 전에 15%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바로 네기타마(ネギ玉) 규동의 네기(파)를 버무리는 소스였다. 
 

 

규동만 먹으면 요시노야도 좀 달달한 조림 맛인데, 거기에 이 네기타마의 간장이 곁들여져서 계란과의 조화가 좀 더 좋아지고, 거기에 살짝 첨가된 매콤한 맛이 바로 그 비결이었던 것이다.

한동안 식어버렸던 규동에의 열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거기에 더해 일본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며 시치미(七味)가 간장과 조화될 때 비로소 맛있다는 것도 입에 익숙해진 탓에, 시치미를 뿌려 더욱 업그레이드 된 기분까지 들었다.
 
이건 요시노야만의 것은 아니지만, 노른자를 분리해주는 이 기구로 노른자를 쏙 빼서 넣는 것 역시 맛의 비결이다. 집에서 간장계란밥을 해먹을 때는 그대로 비비기 때문에 밥이 어지간히 많지 않으면 식감 자체가 밥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지만, 규동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노른자를 쏙 빼낼 때의 타격감도 상당히 좋다.
 
그래서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요시노야에 한 턴을 꼭 할애해 보시라 권하고 싶다. 
 
간장에 절여진 매콤한 파를 소고기 위에 올릴 때 풍겨오는 알싸함,
계란 노른자를 쏙 빼내어 규동의 빈자리에 살짝 올려놓을 때의 안도감,
처음 고기와 밥이 입 안을 방문할때 입 안에 퍼지는 달달함,
밥만 남는 후반에는 간장계란밥보다 조금 슴슴한 그 최고의 밸런스.
 
사진으로 감상해 보자.

 
홍생강(紅しょうが, べにしょうが)도 취향껏 올려주자.

 
 



위에서 이야기했던 꾀죄죄함도 요시노야 기준으로는 상당히 개선되었다. (나머지 두 체인은 자주 안 가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스키야는 깔끔한 편) 깔끔한 인테리어의 새 점포가 종종 보이는 편이고, 기존에 있던 점포들도 리뉴얼을 많이 진행했다. 
 
이전의 점포는 이런 느낌이 많았다.

 
외곽지역 큰 길가의 점포는 비교적 깨끗한 곳이 많다.

 
 
최근엔 리뉴얼한 곳이 많아졌다. 검은색으로 다 바뀐 건지 약간의 차이가 있는 건지는 불명.

 

2022년 ~ 2023년에 걸쳐 가챠가챠에 등장했던 요시노야 미니추어 콜렉션도 그 경향을 반영하고 있었다.

 

 

 


파미레스형 요시노야

가장 최근에 가 본 요시노야는 아예 패밀리 레스토랑(일본에서는 ファミレス라고 줄여부른다)처럼 꾸며놓은 모습이었다.

 
정갈한 밥상의 정식 체인 오오토야(大戸屋) 같은 느낌이 되었다. 

 
드링크바 메뉴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지점이든 달걀은 분리해줘야 한다.

 
메뉴는 물론 네기타마 규동으로 고정!

 
2024년 기준 가격 참고용으로 메뉴 사진도 실어본다. 이상한기간한정메뉴에속지마시고그냥네기타마규동시키세요!!!



P.S. 이 포스팅을 계기로 요시노야에 다시 각성했다. 그 때문인지, 길을 가다 이 간판을 보고 마치 요시노야 주문에 걸린 듯한 기분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