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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야기/└ 도쿄 도심 이야기

격투게이머들의 축제, EVO JAPAN 2023 을 가다

by 대학맛탕 2024. 3. 14.

 

 

격투게이머들의 축제, EVO JAPAN 2024가 불과 한달 뒤로 다가왔다. 사실 EVO행사에 처음 가 본 것이 작년으로, 그것도 스스로 행사를 보러가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지인 분이 EVO JAPAN 내의 사이드 토너먼트(행사장 내에서 자주적으로 벌이는 소규모 게임대회)를 개최하셔서였다. 화창한 봄날, 코믹월드로 유명한 도쿄 빅사이트도 한 번 가보고자 길을 나섰다.

 

신바시(新橋) 역에서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를 타고 국제전시장(国際展示場) 역에 도착. 한국에서 온 분들 가이드할 때 건담이 있는 오다이바(お台場)를 가느라 항상 지나는 곳이지만,  내려본 건 처음이었다. 

저 건물도 어디서 많이 봤었는데.. 텔레콤 센터였던가?

 

 

한참을 걸어가니 익숙한 그 건물이 보인다. 도쿄 빅사이트 도착! (처음 와 봄) 여기가 코믹월드 때문에 여름과 겨울에 그렇게 붐빈다는 그곳이구나..

 

계단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풍경.

 

 

이 표지판을 볼 때까지 저 기둥에 받쳐진 W자 건물이 전시장인 줄 알고 있었다. 회의동(会議棟)이었고, 그 뒤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동, 서, 남 전시장이었다. 하긴 사이즈를 코엑스같은데 생각하면 저기서만 할 리가 없는데. 20년 넘게 잡지나 만화에서만 여길 봤고, 크기에 대한 감각이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으로 가는 통로에 들어서니 탁 트인 도쿄 만이 바라다보인다. 워낙 길어서 공항같은 기분도 들고, 밖에 야자수가 있어서 동남아 여행을 온 것 같기도 하고. 혹서기, 혹한기에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장면만 상상해서인지, 너무나도 갭이 큰 풍경에 도리어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긴 통로를 지나 회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열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약간 뿌옇게 안개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게 정말 회장 안의 열기인 것일까? 좀 이상한 비유지만 왜 드라마나 용과 같이 같은데서 나오는 지하의 비밀 카지노에 입장한 그런 기분이었다. 

 

 

 

회장의 거의 모든 플레이존 모니터가 INZONE(18만엔 정도)에 헤드셋도 전부 INZONE H9(3.6만엔)이었다. 감으로만 때려도 1000대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지..? 생각했는데 소니가 대회 스폰서라고. 

 

 

 

 

PS부스는 왜인지 스파6과 철권2...(..)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다.

 

 

 

2023년 대회종목. 

 

미리 보는 2024년 종목. 9년 만에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 넘버링이 갈렸고,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도 새 버전을 바뀌었으니 정말 격변의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리트 파이터 3 서드 스트라이크가 종목에 추가되었다! 또다시 우메하라의 울트라 수퍼 블로킹 플레이를 볼 수 있을 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게임 별로 시유대가 몇십 대씩 준비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도쿄 게임쇼나 지스타와 달리, 진짜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만 꽉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개인 스틱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화면을 바라보는 눈빛 자체가 달랐다. '게이머들의 축제' 그 자체였달까. 가능한 한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봤다.

버추어 파이터 5 이스포츠

 

 

 

테리가 3명이나 되는 코스프레 촬영식. 첸신장의 재현도가 놀랍다!

 

행사장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버추어 파이터 5 e-Sports가 대회가 한참 생중계되고 있었다. 2021년 PSN 월간 게임으로 나오면서 전세계의 수많은 뉴비들과 함께할 때 참 즐거웠는데.. 이후에 아케이드판이 나온 뒤 해봤다가 고인물의 쓴맛을 보고 접었더랬다. 최근 버파6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루머가 도는데..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발매일을 겨우 3달 남둔 최신작 스트리트 파이터 6! 하지만 70분 대기라서 그냥 포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분을 지나쳤는데, 어디서 봤는지 생각해 보니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디렉터 니시타니 아키라(西谷 亮)씨였다. 오카모토 요시키 유튜브에서 자주 본 탓에 어디선가 본 것 같았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일 줄 알았으면 스트리트 파이터 2 가져와서 싸인받는 건데 ㅠㅜㅠㅜㅠㅜ 내년엔 팩과 싸인펜을 싸들고 올 것이다 ㅠㅜㅠㅜㅠㅜ

 

니시타니 아키라씨가 손으로 썼던 스트리트 파이터 2 기획서다. 모든 대전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아리카가 아닌 니시타니 씨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정작 부스에는 안 계시고 파이팅 레이어 대회 중계를 하고 계셨다 ㅋㅋㅋ

 

본 행사 이상으로 매력이적었던 것이 크고 작은 사이드 토너먼트. 이미 수명이 끝난 게임들이라 공식적으로는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플레이어들이 직접 준비해와서 벌이는 토너먼트. 규모는 작지만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고, 좋아하는 게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무슨 게임이었지?
캰다이 2? 이 소소한 동호회 느낌 너무 좋다
이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스위치용 대전 슈팅게임 라이벌 메가건.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 분께서 스윕으로 우승하셨다.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를 제외하면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었던 소울칼리버 6. 고퀄리티의 나이트메이 일러스트는 물론, 플레이하는 기기가 각양각색이라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

 

메가드라이브용 버파2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사이드 토너먼트?

 

 

굿즈 판매인지 단순 전시인지 모르겠지만, 에보 공식 황금스틱(?)도 있었다. 스틱값이 금값이 된 2020년대, 이 스틱들은 대체 얼마나 할까?

 

 

 

들어설 때의 열기부터 본 행사의 엄청난 규모, 사이드 토너먼트의 열기까지, EVO JAPAN 2023은 모든 것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입장료도 무료였는데 되려 뭐라도 지불해서 돕고싶을 정도. 스파6과 철권8의 발매로 격투게임 인구가 급증한 2024년의 EVO JAPAN은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개최한다. 이번엔 꼭 스트리트 파이터 2 팩과 싸인펜을 갖고 가봐야겠다.

 

 

(다른 포스팅 예고) 신바시 역 앞의 수상한 상가건물에 있던 어른의 마작게임 전문 게임센터! 여기에 이어 쓰기엔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