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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회] 2013 Peace & Piano Festival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본문

취미/피아노, 클래식

[독주회] 2013 Peace & Piano Festival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꿈토끼양 2013.08.19 15:45

왜인지 한동안 공연이랑 담을 쌓고 살았다. 작년엔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도저히 공연 같은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올해 역시 연초에 이벤트들이 빵빵 터지는 바람에 잊고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클럽발코니 유료회원 연장도 잊고 있었다. (이거라도 있으면 그나마 분기별로 소식지도 오고 공연 안내 문자도 오고 그러는데.) 아이고, 이제 아가야가 태어나면 이런 호사도 못 누릴 텐데. 부랴부랴 연장을 하고 공연을 찾다가 수원에서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주축으로 한 피아노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공연은 다 좋아 보였지만 집에서 멀어서 평일 것을 예매할 수는 없었고, 우선은 주말에 있는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만 예매했다. 그...그게 딱히 임동혁이라서 예매한 건 아니...지는 않고 ☞☜ 한동안 같은 레퍼토리에 질려서 임동혁 공연에는 살짝 관심을 끊었다가, 이번에 보니 프로그램이!! 차이코프스키 사계!!라서 망설임 없이 바로 예매를 했다. 공연 가격 역시 착하게도 가장 비싼 좌석이 5만원밖에 안 했지만, 발견한 게 늦어서 VIP나 R석은 좋은 자리가 다 나가 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S석을 예매했다. 나름 예매일이 빨랐다고 할인도 많이 받아서 21000원에 티켓 획득!



공연장에는 1시간쯤 일찍 도착했다. 일찌감치 표를 받아 건물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클럽발코니 회원용 예매는 전 공연 패키지 티켓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인터파크에서 별도로 구매... 덕분에 프로그램북도 따로 구입했다. 장소가 예술의 전당 정도만 되었어도 패키지를 생각해 봤을 텐데 수원은 넘 멀어~ 엉엉. 바로 전날 있었던 오프닝 공연에서는 조성진과 김태형도 협연한 모양이다. 아~ 그 공연도 좋았겠다 싶어서 좀 아쉬웠다. 월요일에 소극장에서 열리는 토크 콘서트도 좋아 보이고... 아 수원으로 이사갈까? ㅋㅋㅋ


여튼,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았다.


1부

차이코프스키 사계 / Tchaikovsky The Seasons, Op.37


2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제2번 올림다단조 / Rachmaninoff Prelude in c-sharp minor, Op.3, No.2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제5번 사단조 / Rachmaninoff Prelude in g minor, Op.23, No.5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제2번 내림나단조 / Rachmaninoff Piano Sonata b-flat minor Op.36, No.2


나는 사계만 보고 그냥 예매를 했는데, 2부에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뛸듯이 기뻤다!! 작년부터 자주 레퍼토리에 넣었던 곡들이라고 하지만, 나야 뭐 작년 이후로 공연을 끊고 살았으니 ^^;


여튼 연주회 시간이 다가와서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처음 가 봤는데 메인 홀인 행복한 대극장은 굉장히 넓었다. 여기 2층은 예술의 전당 3층 높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정확힌 모르겠고 그냥 체감이...) 자리가 애매해서 첨에 1층으로 할까 2층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좀 멀긴 했어도 2층으로 해서 차라리 나았던 것 같다. 1층의 무대도 보통 무대보다 훨씬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어서 상대적으로 연주자가 무대 안쪽으로 폭 들어가는 형태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뒤 스크린에 P&PF 행사 영상이 비쳤고, 영상이 끝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연주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드디어 사계 1월이 시작되었다.


으아아~ 오랜만에 연주회를 가서 그런지, 듣는 순간 너어무 행복했다^^ 임동혁의 차이코프스키 연주는 맑고 감미롭고 청아한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계는 지난 2008년에 학원 연주회에서 한 곡씩 맡아서 치느라 여러 피아니스트가 치는 곡들을 많이 들어 봤는데, 내가 들어 봤던 그 어떤 곡들보다 이번 연주회에서 들은 것이 좋았다. 교과서처럼 박자를 맞춰서 치기보다는 자신의 템포로 재해석해서 풀어 낸 것이 아주 어울렸다. 하지만 마지막 11월과 12월에서는 사알짝 갸우뚱... 11월은 제목이 썰매개가 썰매를 끄는 '트로이카'인데, 난생 이런 감미로운 트로이카는 처음 들어 봤고^^; (이것도 나름대로 색다르고 좋았지만;;) 12월은 익숙하지 않은 템포에 소리가 마구 뭉개지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같이 간 두릅이도 알아들을 정도였으니 상당히 특이한 연주였던 듯... 내가 쳤던 곡이 12월이어서 12월을 좀 기대했는데 아쉽긴 했지만 반면에 6월 같은 곡은 정말 최고로 좋았다. 다 듣고 나니 처음부터 또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참고로 새싹이는 2월과 6월에서 가장 강한 반응을 보였다^^ 흐흐. 좋아서 찬 건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사 가면 집에 피아노 놓고 달마다 한 곡씩 치고 싶다.


그리고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의 첫 곡을 장식할 예정이었던 곡은 프렐류드 3-2였었지만, 두 프렐류드의 순서를 바꿔서 23-5부터 쳤다.

프렐류드 23-5는 도입부의 멜로디가 자꾸 '쿵짜라짝짝 삐약삐약~' 하는 것만 같아서 들을 때마다 웃긴데, 두릅이한테 이걸 미리 말해 줬더니 곡을 듣자마자 내가 말한 부분이 여기라는 걸 알아듣고는 같이 웃었다 ㅋㅋ 아니나 다를까, 임동혁 역시 나중에 이 곡을 '러시안 뽕짝'이라 표현했다 ㅋㅋㅋ


그리고 프렐류드 3-2는 여자 피겨 2009~10 시즌에 아사다마오가 프리에서 썼던 곡으로 알려져 있다. '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왜 그렇게 부르나 싶었더니 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 궁전의 종소리를 듣고 작곡한 거라고. 그것도 19살에! 근데 막상 '라흐마니노프 종'으로 검색하면 이 곡이 잘 안 나온다. (네이버에선 대체로 아사다마오만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종'이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곡이 또 있다고 한다.


참고로 아래도 같은 곡(프렐류드)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클래식으로 개그(?)를 하시는 주형기와 이구데스만이 이 곡을 가지고 웃기게 해설하는 영상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는 손이 커서 그가 작곡한 곡을 웬만한 피아니스트들은 소화하기가 버거웠다고 한다. 짧은 영상이고 아주 재밌으니 꼭 한 번씩 보고 가시길.


프렐류드 3-2는 초반에 웅장하지만 아주 조용히 주제부가 등장했다가, 같은 선율을 나중에 크게 꽝꽝 반복하는 것이 마음을 후벼 팔(?) 정도로 좋았다. '종'이라는 단순한 이름을 붙이기엔 아까울 정도로, 뭔가 더 애잔하고 여운이 남는 제목을 따로 붙여 주고 싶은 심정이다. ㅎㅎ


그렇게 프렐류드 두 곡이 끝나고, 소나타로 이어졌다. 더운 무대에서 강한 곡을 연속해서 쏟아내니 아주 힘들었을 것 같다 ^^; 

소나타는 처음 듣는 곡이어서 그런지 사실 이해가 잘 안 가서 집중이 어려웠다. 메인 선율도 잘 파악을 못 하겠고...ㅠㅠ 2악장에선 조용해졌다가 3악장에선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것이 소나타들의 공통된 특징인가 싶어 집에 와서 소나타 형식의 구조를 찾아봤는데 그거랑은 상관이 없나 보다... 여튼 나는 영 낯선 곡이었는데 두릅이는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오는 길에 드라이브를 하면서 그 곡을 틀어 달라기에 소나타를 들으며 집으로 왔다.


참, 연주가 끝난 후에는 사회자분이 나와서 인터뷰도 했다. 이렇게 공연 뒤에 인터뷰를 하는 형태도 흔치 않은 것 같은데,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페스티벌의 취지와 맞았나 보다. 아무튼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고, 재밌기도 했거니와 연주자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자리였다. 지난번 2008년 공연이었던가?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내고서 했던 연주회에서 월광소나타를 쳤을 때 너무 실망하고 와서 블로그에 혹평을 썼던 적이 있는데 -.- 그래도 나름 연주자도 준비 많이 하고 힘들게 연습했을 텐데 내가 너무 안 좋은 소리를 쓰며 노고를 깎아내렸나 싶어서 사실 그 뒤로도 계속 마음이 안 좋았었다. 근데 놀랍게도 인터뷰 때 임동혁이 그 공연에 대해 고백(?)을 했다. 그땐 이미 1악장에서 페이스가 무너지는 바람에 3악장에서 완전히 죽쑤고 나왔었다고... 지우고 싶은 흑역사라고... 앗 그런데 나는 또 그 흑역사를 여기다 쓰고 있네... 아무튼 ㅋㅋ 이래저래 재밌는 인터뷰였다.


그동안 임동혁은 직선적인 대답을 거침없이 쏟아내 온 인터뷰 기사들만 읽어서인지 왠지 달변가에 수완가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날 인터뷰 하는 걸 실시간으로 보니까 4차원에 횡설수설하는 게 그간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랐다. 두릅이 왈, 요령이나 포장을 모르고 그냥 자기 세계에서 정직하게 음악만 하는 사람 같다고...


여튼 오랜만에 좋은 공연을 보고 와서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는 박자를 딱딱 맞춘 베토벤에 도전할 거라는데, 내년에도 내가 보러 갈 수 있을까...? 꼭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좋구나! ^^

3 Comments
  • 2013.08.19 16:21 비밀댓글입니다
  • 꿈토끼양 2013.08.19 17:59 신고 안녕하세요! 2부도 정말 좋았는데 아쉬우셨겠어요.
    토크 때는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꽤 길었어요.) 다 기억은 안 나지만^^; 기억에 남는 것만 떠올려 보자면...
    사계 중에서 어느 곡이 가장 어렵냐는 질문에는 물론 다 어렵지만, 어떤 연주회에서든 첫 곡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선곡할 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연주 중 허밍 관련 질문에, 초반에는 곡에 집중을 하느라 허밍을 하게 되고, 중간에 곡에 빠져들면 안 하다가 막판에는 힘이 들어서 절규하듯이 허밍으로 포효(?)를 하게 된다...고도 했어요. ㅎㅎ
    또 평소에 어떤 음악을 듣느냐는 질문엔 가요(주로 발라드)를 많이 듣는다 했고... 가벼운 가요를 듣다가 클래식으로 돌아오면 '아, 내가 정말 깊은 음악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네요.
    음반 안 내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내고는 싶지만 음반사의 사정이 많이 좋지 않아서 못 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도전 과제를 물으니, 베토벤처럼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곡을 잘 소화해 내고 싶다고 했어요. 4박자 곡도 하나, 둘, 셋, 넷이 아니라 본인은 하나~~~에 모두 뭉뚱그려서 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런 거 잘 끊어서 치는 게 과제라네요. 내년엔 베토벤 가지고 연주회 할 거라고도 했어요^^
  • 2013.08.19 20:2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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