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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2011.7.2-3. 디토 페스티벌 본문

취미/피아노, 클래식

[연주회] 2011.7.2-3. 디토 페스티벌

꿈토끼양 2011.07.04 23:00


2011 디토 페스티벌! 해마다 찾아오는 디토 페스티벌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나는 처음에는 못 갔지만 2008 시즌부터 꾸준히 공연을 보러 가고 있다. 올해는 쥬뗌므 디토 패키지라고 해서 4개 이상의 공연을 패키지로 구매하면 무려 30%나 할인을 해 주는 행사가 있어서 공연 4개를 예매해 놓고 공연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

내가 예매한 공연은 7/2(토) 2시, 8시와 7/3(일) 2시, 8시. 이 주말은 그냥 예술의 전당 앞에서 살아야겠다고 각오하고 질렀다. ㅋㅋ (연말정산 환급금을 모두 여기다 쏟아부었다능 ㅠㅠ)
그나저나 모든 좌석을 R석으로 지르기는 너무 비싸서(함께 구매하는 공연은 모두 같은 급 좌석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조건이..) S석 패키지를 구매했는데, 이번에는 R석이 너무 넓게 배정되어 있어서 S석임에도 자리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으음.. 그리고 예매할 때 오류로 금액이 잘못 결제되어서 직접 전화해서 환불 요청을 해야 했다. 사람이 계산하는 것도 아니고 전산으로 처리하는 건데 금액 오류가 나면 어쩝니까 ㅠㅠ 그것도 내가 알아채고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행사 준비하시는 분들도 고생하셨겠지만, 다음번에는 조금 더 신경 써 주길 바라며..

이하 짤막한 감상.

<7월 2일 토요일>

DITTO ADVENTURE I:  디토 올림픽
앙상블 디토, 한빈(바이올린), 디토 오케스트라(지휘 최수열), 카이(나레이션)

매년 동물원, 행성 등 콘셉트를 잡아서 공연을 해 와서 올해는 올림픽이길래 대체 뭘까...했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정말 올림픽 경기 때 나올 것 같은(성화봉송할 때 나오는 곡 뭐 이런 거..-.-) 곡들이길래 이상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었다. 근데 이번에 본 공연 4개를 통틀어 가장 재밌었다!!

주로 귀에 익은 익숙한 곡들로 꾸며졌고, 특히 1부 마지막에 있었던 오케스트라 게임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곡이었다.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악기들이 경기를 펼치며 저마다 기량을 선보인다는 내용.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주의깊게 들을 수 있었고, 중간중간 위트 있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이 공연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바이올리니스트 한빈 씨가 등장한 생상스 죽음의 무도!! 단순히 김연아 선수의 옛 시즌 곡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는데, 이 공연에서 바이올린 솔로를 맡은 한빈 씨는 처음부터 무대 왼쪽에서 특이한 복장(검은 복면에 후드 원피스...)으로 등장해서 옷을 한 겹씩 벗다가(?) 마지막에는 바닥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와 정말 이런 공연 처음 본다. 함께 본 동동언니는 이날부로 한빈의 열렬한 팬이 되어 버리심 ㅋㅋㅋ

DITTO ADVENTURE II: This is Ravel!
김태형(피아노), 한빈(바이올린), TIMP 오케스트라(지휘 아드리엘 김), 태싯 그룹(비주얼)

오롯이 라벨의 곡들로만 꾸며진 무대! 처음 봤던 디토 올림픽이 가장 '재밌는' 공연이었다면, 이 공연은 4개 중 가장 '좋았던' 공연이었다! 사실 라벨의 곡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사실은 김태형 때문에 예매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첫 곡인 스페인 광시곡과 김태형이 협연한 피아노 협주곡 G장조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지금껏 라벨의 유명한 곡들만 들어서 그랬는지 고전적인 테이스트에 가까운 작곡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두 곡을 듣고서는 '아, 라벨은 현대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특히 김태형의 연주는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아서 정말 듣기 좋았다..+_+

그나저나 이 공연에서도 역시나 미친 존재감을 발휘해 주신 건 치간느를 협연한 한빈 님 ㅋㅋㅋㅋㅋㅋ 1부처럼 복면은 아니었지만, 가가멜 같은 옷을 입고 나와서 우아한 자태로 연주를 마치더니 마지막엔 두 손을 바이올린으로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도 하고 나가셨다. 이런 공연은 정말 처음이다. 단독 리사이틀 안 하시나!!!!!!

마지막은 볼레로로 마무리했는데, 내가 실연을 들어 본 건 4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볼레로뿐이라 오케스트라 연주는 처음 들어 봤다. 근데.. 우와아아아아아 너무 좋았다아ㅇㅇ앙ㅇ나앙아 ㅠㅠ
연주에 맞춰서 무대 뒤쪽 스크린에 영상이 빵빵~ 나왔는데, 시각적인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같은 리듬이 반복되는 후크송스러운(?) 곡임에도 15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작은 한두 대의 악기에서 시작해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웅장하게 내뿜는 하모니에 이르기까지.. 곡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앵콜곡까지 라벨의 곡으로 마무리하는 센스! 곡은 라 발스였는데, 이 곡 역시 쭉 피아노곡으로만 들어서인지 오케스트라 연주가 너무 새로웠다. 피아노 독주보다 오케스트라가 훨씬 훨씬 좋았다!!! 앵콜곡까지 듣고 연주회장 밖으로 나오니 하루 종일 몽롱하게 꿈을 꾸다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꿈에서 깨기 싫어서 집에 와서는 새벽 4시까지 네이트 판을 역주행하고 잤다.. (읭??)

<7월 3일 일요일>

DITTO SPECIAL II: 임동혁 & 신현수 듀오 리사이틀
임동혁(피아노), 신현수(바이올린)


이제 뭐 숨길 수 없는 임동혁빠(;;;)로서, 응당 질러 줘야 할 곳에 티켓을 질렀다.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이 공연을 가장 기대했을 텐데(?) 이제 뭐 나도 결혼했고 얘도 결혼했고 그러니까 뭐.. 뭐.. 음..

아무튼 2시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친구와 밥을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는데, 전날까지 쨍쨍하다가 이날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바람에 옷이 젖은 채 공연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ㅠㅠ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이제 임동혁 공연이라고 무턱대고 예매하지 않을 것 같다 - -;; 프로그램을 보니 쇼팽 녹턴에 폴로네이즈, 프로코피예프 토카타길래 '아니 왜 새로운 패턴이 하나도 없지?' 하고 의아했는데.. 좀 더 새로운 레퍼토리를 기대했던 건 욕심이었을까. 아무튼 첫 녹턴이 시작되고, 녹턴 중에서도 잘 못 듣던 곡이라 신기해하며, 좋아하며 잘 들었다. 임동혁이 치는 쇼팽인데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아무렴. 그냥 아주 살살 녹았다. 그런데 폴로네이즈와 토카타에선.. 음.. 열심히 준비하고 연주해 주신 연주자의 노고를 잘 아니까 뭐라고 하고 싶진 않은데.. 그저.. 앞으로는 공연 예매에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ㅠㅠ

그런데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신현수의 연주는 정말 좋았다. 함께 간 친구가 오늘부로 신현수 팬 될 거라고 선언했을 정도!! 키 크고 마른 몸에 빠알간 원피스도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난 현악기 중에서도 바이올린 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분의 연주는 참 감미롭고 듣기 좋았다. 모든 곡은 피아노와 함께 연주했는데, 피아노 소리가 너무 커서 중간중간 바이올린이 묻혀서 안타까웠다..

DITTO RECITAL II: 앙상블 디토 시즌 5 리사이틀 <IMPRESSIONISM>
앙상블 디토(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지용(피아노))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는 앙상블 디토의 알짜배기 공연! 실은 앙상블 디토의 실내악 공연은 티비에서만 보고 실제로는 처음이었다. 원래 현악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가 요 몇 달 전부터 급격하게 첼로 소리에 빠지면서 현악기의 매력에 빠진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찬스!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라 뭔가 특이하거나 재치 있는 퍼포먼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멋진 공연이었다. 1부에서는 드뷔시의 가곡과 포레의 조용한 곡을 연달아 연주했고, 라벨 피아노 3중주까지 다소 무거운 곡이 이어졌다. 그리고 2부는 포레의 피아노 4중주 1번으로 채워졌다. (모두 단조 곡들 ㅠㅠ) 밝은 곡으로 즐거운 연주를 해 줬으면 했지만 애초에 프로그램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겠거니..^^; 하지만 비오는 날에 차분한 곡을 듣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 있고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도록 바이올린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첼로 소리에 빠진 이후로 낮은 현악기 음을 동경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비올라의 음색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첼로도 첼로 나름의 묵직한 맛이 있지만 비올라도 만만치 않은 매력이.. 하지만 여전히 바이올린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을 뿐이고..^^; (왜지? ㅎㅎ;;)

앵콜곡으로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캉캉을 연주했다. 서로 상반되는 느낌의 두 곡! 아~ 너무 좋았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본 공연보다 앵콜이 더 좋았다.. 흐흐.. 파반느는 지금껏 피아노로만 듣다가(엇.. 쓰고 보니 아까부터 계속 같은 패턴이야..) 실내악으로 들으니 몽환적인 느낌이 나서 너무너무 좋았다. 캉캉은 뭐..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곡도 신나고 영상도 신나고 ㅋㅋ (이걸 들으며 '둥~둥~둥~둥~ 원할머니 보~쌈~'을 떠올린 나는 자 to the 취 to the 생...)

가장 즐거웠던 건 모든 공연을 마치고 인사를 하면서 조각처럼 생긴 훤칠한 젊은이들이 날 위해(?) 하트를 만들어 줬다는 점.. 으하하하하 ㅋㅋㅋㅋㅋ

공연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디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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