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겜덕생활에도 불구하고 파판 빠돌이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드래곤 퀘스트가 9 였다. 이전까지 생각한 것과 달리 전투가 하드하고, 다 느끼진 못했지만 대사에 감칠맛이 있어 왜 일본의 국민 RPG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10이 온라인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이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송금해 두고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본 출장을 가게 되서 직접 수령해 오게 되었다 -_-;
출장 일주일동안 거의 매일 밤 버라이어티가 방송되는 황금 시간대에 TV광고를 하고 있었고, 돌아오는 토요일에 보니 주말 황금시간1대에도 광고를 하고 있었다. 8월 2일에 발매되었는데 현재까지 579925장이 팔렸고,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일주일에 1만장 정도씩 팔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동접이지만 이는 알 길이 없다. 그래도 MMO의 불모지인 일본에서 드래곤 퀘스트가 온라인으로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잘 되서 WiiU판까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램.
디스크 게임 칸에 인스톨 디스크라고 표시된다. 16G USB가 필수인 것은 Wii에 하드디스크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인스톨할 공간이 필요해서이다. 나중에 업데이트되서 16G가 넘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_@
인스톨 시작. 디스크 두 장 다 하는 데에 20~30분 쯤 걸린 것 같다.
기쁜 마음으로 실행했더니 이미 설치되었다는 메시지. 그렇다. 설치된 앱마냥 플레이해야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디스크는 필요하다.
드래곤 퀘스트답지 않은(?) 멋진 오프닝 동영상이 끝나고, 10의 타이틀이 나타난다. 온라인!
생각해보면 드래곤 퀘스트도 7까지는 꾸준히 3~4년 주기로 나왔는데 9가 엄청 늦게 나온 것 같다. 이제야 10.
주인공 캐릭터를 생성한다. 남캐 장신과 단신의 얼굴이 서로 바뀐 것처럼 느낀 건 나뿐인가..
작달막한 남자로 했다. 참고로 나는 스파이크걸즈 이외에는 온라인 게임에서 여캐를 해 본 적이 없다. 아 블소도 했구나 -.-a 둘 다 여캐하라고 만든 게임이니 뭐..여튼 감정이입을 위해 나와 비슷한 체구로 선택. 그러나 이 꿈은 잠시 후 깨지고 마는데..
80년대생 드래곤 볼 키드라면 단연 이 머리! 우부 머리도 있다. 9종류가 전부.
6글자밖에 안되서 기사윌리엄 대신 윌리엄으로 했다. 아, 형제도 고르는 거네? 몇달 전 패미통에서 직접 파티플레이외에 다른 유저의 캐릭터를 빌려올 수 있다는 정보를 봤다. 드래곤즈 도그마의 폰 같은 개념인 걸까?
로망을 쫓아 여동생을 만들었다! (누나한테 왠지 미안하네..)
이건 뭐 완전 드래곤볼이네? 하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에 흠뻑 젖게 된다. 특히 배경음악이 정말 좋아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정말 편안한 기분이 된다. 파판의 우에마츠 노부오가 매 시리즈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데 비해 이 쪽은 거의 클래식 음악에 가까운 분위기. 그래서인지 음원의 제약이 없어진 덕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시리즈 전통과 같이 교회에서 세이브. 자, 잠깐 이거 온라인 게임 아니었나? 그럼 아이템 팔고나서 세이브 안하고 겜기 끄면 무한 템 증식? (일 리는 없겠지만..)
필드로 나왔다. 드래곤볼 온라인 아닙니다.
전투 시작. 기존 시리즈의 1인칭 시점으로 몬스터를 한 번 보여준 후 다시 필드 카메라로 돌아온다.
커맨드는 기존 시리즈와 동일. 그러나 엄청 큰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리얼타임 턴제가 되었다.
행동을 한 번 하면 커맨드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이지만 없지 파판의 ATB와 같은 시스템이 된 것이다. 사실 난 파이널 판타지로 RPG를 시작해서 너무나 익숙한 시스템이긴 한데, 되짚어 고찰해보면 게이지가 찬 뒤에 주저하면 무조건 손해라서 빨리 결정을 해야 하게 만든다. 긴박감이 있긴 하지만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전략성이 생겨날 여지가 적다. 헤이스트 외에는 버프마법을 쓸 일도 거의 없고. (FF13의 경우에는 전략을 생각하지 않으면 전멸당하기 일쑤지만,)그래서 뒤늦게 여신전생이나 드래곤 퀘스트를 플레이하고 나서 RPG의 재미를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주문이 없어서 커맨드 뜨자마자 공격하는 것이 상책.
그러나 역시 3명은 버거웠다. 레벨 10 이하는 골드를 잃지 않는다니 다행...이 아니라 레벨 10 이후에는 얼마나 울게 될까 ㅠㅜ
투구를 사서 쓰고 다시 필드로 나왔다. 모자쓰면 머리가 없어지는 걸 보니 머리통을 갈아끼우는 구조인 모양이다. 아까 그런 헤어스타일을 소화하려면 당연한 거지만서도.. 숲 속에 있다는 여동생을 찾으러 가자!
찾았다! 선물이랍시고 연금술로 즉석 제조한 모자를 주는데..
이, 이런 연금술 필요없어!!
여동생이 동료가 되고나서 비로소 파티 전투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싸우다 보면 몬스터가 'XX에게 빡쳤다!" 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그 캐릭터를 공격한다. 대미지를 뽑거나 힐을 쓰다보면 발생하는 걸로 봐선 전형적인 어그로 시스템인 듯. 하지만 인면수 외의 적에게서는 아직 보지 못해서 글로벌한 시스템인지는 모르겠다.
신이에게 빡친 인면수. 이 때가 되어서야 왼쪽 스틱을 잘못 건드리고 캐릭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인카운트한 적하고만 싸운다는 점만 빼면 보통 MMORPG와 동일하다. 범위 밖으로 이동하면 도망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아직 광역공격을 보지못해서 거리조절이 전투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할머님의 부탁을 받아 여동생과 신이와 함께 마을을 구할 약초를 찾아가는 주인공. 그러나....(이후는 중요 내용이라 중간 스킵)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은 아스톨티아라는 대륙이다.
신전에 오더니 갑자기 종족 선택. 어쩐지 부제가 '눈을 뜬 5개의 종족'인데 종족선택이 왜 없나 싶었다. 나는 드워프를 골랐다.
아까 교회에서의 망상이 깨진 것은 이 때.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을 설정에 잘 녹여냈다. 우리나라 유저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 이런 설정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만 해 온 유저에게는 분명 생소한 개념일테니까.
그리고 패치...이것도 한 10분 넘게 걸렸다. 거 참 콘솔겜 한번 하기 힘드네.
간단한 5스텝? 뭐 밟아 주지.
오오 20일 무료 오오
그래 알았어 그래!!!
..
...
....
여기까지가 일요일의 일이다. 오늘은 목요일. 스텝 2로 넘어가는데 만 3일이 걸렸다.
그렇다. 드래곤퀘스트 10은 일본 국내 IP가 아니면 플레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검색을 해 보니 루리웹에 우회접속 방법을 적어놓은 글이 있었다. (링크) 가상 랜카드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Wii를 그쪽에 접속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이걸 못해서 3일 내내 분한 마음을 억누르며 새벽에 잤다.
그리고..
내 오크드워프 캐릭 윌리엄. 브랑카라는 백만불짜리 이름을 잊고 있었다니 ㅠㅜ
이렇게 생긴 애를 왜 고르는지 취향도 독특하네 할 지 모르지만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5종족 중엔 인간이 없었던 것이었다.가끔씩 고렙의 다른 종족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출발 마을이 모두 다른 지역인 것 같다. 다른종족 스샷을 못 찍어서 공략집으로 대체.
오우거. 그럭저럭 괜찮은데 어깨의 뿔이 신경쓰인다.
푸쿠리포. 좀 정석적인 종족으로 하고 싶어서 얘들은 그닥..
엘프. 남캐가 남캐같지가 않다.
웨디. 일러스트로는 잘 안보이는데 게임 내에서 보면 물갈퀴가 꽤 커서 거부감이 있다.
드워프. 역시 얘들이 그나마 낫....지는 않군.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시련. 양겜을 전혀 안 상태에서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도 인간은 드워프같았고 드워프는 괴물같았으니까...여튼 기대리던 드래곤 퀘스트 10. 이제 좀 플레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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